잠투정 심한 둘째
작가의 서랍을 지우다 발견했다.
글로는 참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오래된 추억이라 여기며 발행해 둔다.
미운 네 살이라 그런가.
이 여름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아무튼 둘째의 떼가 심각하게 늘었다.
잠들지 않아
다른 투정은 봐줄 만하고 조정 가능하다.
낮에는 나도 너도 정신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밤에는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
나랑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잤었다.
씻고, 책 읽고 잘 준비를 해서 누워놓고 엄마를 찾는다.
문제는 엄마랑 잔다고 해서 떼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다.
엄마한테 보풀 바지를 입어라.
다리를 들어서 어떻게 해라.
뭘 해줘도 소리 지르고 운다.
이대로 밤새 휘둘린 순 없다.
끊어주지 않으면 계속 쏟아내게 생겼다.
그렇게 잡히지 않는 너를 잡으려 긴 싸움을 시작했다.
잡히지 않아
우선 둘째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갔다.
계속 소리 지르면 여기 있을 거라고, 엄마랑 자려면 떼쓰지 말라고.
엄마를 원하는 마음이 크기에 몇 번 얘기하면 그전까진 말을 듣고 가라앉았었다.
그러나 이번엔 정말 달랐다.
"안 할게요."시켜놓고 엄마한테 보내면 또 반복되었다.
들어주려 해도 끝이 없었고, 통제하려 해도 듣지 않았다.
아내도 나도 지쳐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같이 소리도 지르고, 솔직히 등이 벌게 지도록 때리기도 했다.
부모가 아이에게 저지른 끔찍한 사건들, 그 당시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난 여전히 잘못된 것은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고 약한 시기에도 잡지 못하면 커서는 더 어려울 거라고.
하지만 서로 미워하게 된다면 아무리 잘 가르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먹히지 않아
난 내가 어른이라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줘야 한다 생각지 않는다.
같은 인간대 인간으로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다 생각한다.
다만 내 감정으로 너의 감정을 깨는 일은 위험하다.
그렇기에 내 감정 또한 중요하다.
나마저 무너지면 널 지켜줄 사람이 없다.
내가 분노라는 괴물에 먹히지 않도록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앞으로 커가면서 이런 일이 또 있을 거야.
사춘기가 오고, 말도 안 되는 고집을 피울 수도 있겠지.
난 아빠로서 너에게 올바른 길을 알려주려 노력할 거야.
그래도 혹시 내가 너무 지나치진 않았나 조심할게.
사실은 나도 그리 강하지 않은 한 인간이기에.
부디 지지 않기를, 너에게도, 나에게도."
(지금은 둘째랑 잘 지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