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
즐거운 우리 집(특히 사실은 전혀 즐겁지 못함을 뜻할 때 씀)
네이버 어학사전 발췌
일상을 견뎌내고 돌아온 나의 집.
짧은 저녁이라도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
하지만 그런 달콤한 집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의 짐
아내는 집에 종종 일을 들고 왔다.
처음 몇 번은 일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학생들 시험지를 채점하는 게 즐거운가도 싶었다.
그러다 너무 자주 그러는 것 같았다.
바쁜 상황은 또 생기고, 일은 쌓여갔다.
자신은 열심이었지만, 우리의 저녁은 사라졌다.
"정말 바쁘면 티타임 가지 말고 일을 해.
아니면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일 처리를 하든가.
학교에서 정말 시간이 없어서 일을 가져오는 건지 모르겠어."
이 말이 매몰차게 들릴지도 모른다.
여자에겐 일보다 관계가 우선이라 할 수도 있다.
단, 관계를 중시하는 건지 휘둘리는 건지는 본인만 알 것이다.
이제 아내는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니면 가져오지 않는다.
때론 들은 척만 하고 빠져나와서 자기 일을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약속을 잡는다.
일을 하다 보면 야근도 하고 회식도 생긴다.
집에 와서도 일 생각, 회식 후유증이라면 집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집을 만들기 위해 각자의 짐은 직장에 두기로 했다.
나의 태도
그렇게 돌아오는 집에 또 다른 존재가 있다.
우리의 사랑의 결정체 딸들이다.
그러나 매번 사랑스럽진 않다.
인사를 해야 한다고 그렇게 교육했건만.
"다녀오셨어요.." 입은 반기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다.
첫째는 좀비가 되어 매달리고 둘째는 팔딱팔딱 거린다.
첫째는 힘들고 아프다고 징징, 둘째는 배가 고픈지 짜증을 낸다.
이런 일로 여러 번 부딪쳤고 최소한 예의는 갖추라고도 했다.
이번엔 며칠을 계속 그랬고, 오늘은 너무 심했다.
밥을 하던 아내도 멈추고 애들을 혼내러 왔다.
그날 저녁은 밥을 따로 먹었다.
나는 벌을 주었지만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잘하겠다 말하고 다시 반복되는 이 굴레가 싫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우리가 나아질지 답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미안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나도 이런 차가운 분위기를 지속하고 싶진 않았다.
"너희가 힘들게 학교, 학원 마치고 온다는 건 알겠어.
엄마 아빠한테 기대고 털어놓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해.
하지만 자기의 기분 나쁜 걸 아무렇게 꺼내는 건 아닌 거 같아.
엄마 아빠도 힘들지 않아서 너희를 보고 웃는 게 아니야.
밖에서 힘들었어도 우리 아가들 보고는 웃고 싶어서.
나쁜 건 잊고 집에서는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커.
물론 우리가 어른이고 너희를 챙기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너희에게 너무 어른스러움을 요구하는지도 모르지만.
엄마 아빠를 조금은 다른 태도로 봐주면 안 되겠니."
나의 노력
"첫째야.
최근에 넌 내 발 위에 올라탔어.
처음엔 걸음마 생각도 나고 좋았지.
그러다 퇴근해도 매달리고 올라오더라고.
반대로 내가 발을 올렸더니 넌 소리를 질렀지.
당연히 너에게 난 무겁지.
그렇지만 나에게 너도 가볍지만은 않아.
아픈 정도는 아니지만, 밟히는 기분은 좋지 않아.
아기 때는 스스로 걸을 수 없어 도와줬고, 넌 웃어줬지.
지금은 네가 스스로 걸을 수 있어도 힘든 걸 나에게 넘기려 해.
둘째야.
넌 평상시엔 정말 잘해.
그러다 피곤하고 배고프면 무너지지.
그럴 때 너무 심하게 되니까 미리 조절하면 좋겠어.
얘들아.
이제 학원 다녀오면 20분 간식을 먹고 쉬어.
그리고 공부 30분을 먼저 해.
엄마 아빠한테 인사를 하고서 30분 게임을 하자.
지금까진 고생했다 게임을 먼저 하라고 했지.
하지만 그 이후 시간이 짜증이 되었어.
차라리 인사만 나누고, 밥을 기다리는 동안 게임으로 버텨.
첫째야.
네 괴로움의 원인은 집이 아니라 학교야.
친구가 없고 말하지 못해, 얼어있고 즐겁지 않으니까.
한두 번 힘든 건 참을 수 있지만 매일 힘든 건 해결이 필요해.
너는 말을 하는 게 너무 두렵고 입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
하지만 그게 어려우니까 노력이 필요한 거야.
나도 내 성질대로면 화내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거야.
그게 좋지 않다는 걸 아니까 다시 생각하고 마음을 가라앉혀 얘기하려 노력해.
발표를 하고 싶어 하는 애가 많이 하는 건 노력이 아니야.
오히려 다른 친구가 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필요한 때에만 하는 거지.
반대로 말하지 않던 친구가 발표를 한다면 그건 큰 노력이었을 거야.
네가 나를 닮아 예민하고, 엄마를 닮아 좀 약하게 태어난 것도 잘 알아.
하지만 너의 생활을 모두 힘든 상태로 두고, 이해만 바라는 건 아닌 것 같아.
너의 하루를 스스로 바꾸지 못하면, 여전히 집으로 가져오는 건 불안과 짜증일 거야."
"너 몇 시에 왔어?"
"어.. 8시 10분.."
월요일 아침 친구의 물음에 대답했단다.
다른 날은 친구가 놀자고 해서 '아파트'게임에도 꼈단다.
얼마나 갈지, 또 어려움이 생길지 몰라도 나름의 큰 노력이다.
아이도 어른도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게 쉽지 않다.
그 아픈 가슴들 모여 따뜻한 저녁이 된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적어도 이 글을 본 오늘 하루라도 서로 안고 고생했다 말해주기를.
진정 행복한 나의 집을 위해.
'home sweet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