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그래도 다행히 중1 맡았으니까 심하지 않겠지.'
담임선생님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 교실은 뭔가 대학의 느낌이 났다.
책상 배치도 삐뚤고, 학생들도 삐딱하고, 뭔가 표현하지 못할 어둠의 기운이..
'와.. 고작 1년 차이인데 이런 모습인가.
6학년도 몇 번 맡았지만, 고작 졸업한 지 몇 개월인데.'
맘 같아선 집중구호라도 외치고 싶지만 좀 겁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막상 시작을 하니 그리 거칠지(?)만은 않았다.
선생님에 대하여
첫째, 선생님을 직업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반에 2~3명 정도가 나왔다.
손을 들지 않은 친구가 있다 해도 인기가 정말 없구나 싶었다.
다음, 초등시절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물었다.
대부분은 중간 정도(손 간격 표현)는 되었다.
일부는 완전 마이너스로, 아니면 최대로 벌리기도 했다.
나쁜 경우는 숙제를 너무 많이 내서, 좋은 경우는 간식도 자주 사주고 놀아줬다고.
난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선생님이란 직업의 선호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선생님과 학생의 감동적인 사례는 찾기 어려운 것도 같다.
교사의 현실은 쉽지 않고, 학생들도 그걸 모르지 않겠지.
선생님의 현실
이어서 교감선생님 뺨을 때리던 영상을 보여줬다.
중학생임에도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자기들은 이러지는 않는다는.
내 중학시절엔 1진이 있던 것도 얘기했다.
여러 명이 한 명을 집단으로 패던 것, 100원씩 삥을 뜯던 것.
지금은 남녀공학이 되고 나아졌는지 몰라도 학생들 표정은 차이가 있었다.
교실을 주도하고 편하게 지내는 무리, 표정이 좀 어둡고 조용한 몇몇.
누가 좋은 학생인지 나쁜 학생인지 모르지만 너무 심한 악인은 없길 기도할 뿐이다.
방학, 월급, 워라밸, 자유도.
교사의 좋은 점도 소개를 했다.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인 건 역시 돈이다.
난 15년 정도 연차가 된 연봉을 알려줬다.
생각보다 큰 액수인지 눈이 커지는 게 보였다.
나는 초등교사의 자유도에 대해 강조하고 싶었다.
초등교사는 음악을 하든 운동을 하든 모든 것이 교육이 된다.
악기를 불고, 볼링을 하면 남들은 노는 거지만 나는 수업과 연결되며 내 성장이 된다.
돈처럼 확 끌리는 반응은 없었으나, 한 명이라도 교사에 관심을 가진다면 성공이라 여긴다.
3. 나의 현실
학생들에게 자신이 흙수저인지 금수저인지 물었다.
가정의 경제상황을 잘 모르면 자신에게 얼마큼을 지원하는지 물었다.
집에 돈이 많아도 안 주면 흙수저로 느낄 수도, 없어도 넉넉하다 느끼면 금수저라 할 수도 있다.
대부분 적당히 팔을 벌렸는데, 찢어지게 벌린 친구도 있었다.
정말 돈이 많으면 진로에 대한 고민도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은 내 주어진 환경과 능력에 맞춰 살아간다.
우리 집은 부사관인 아버지 혼자 돈을 벌었다.
형은 사립대학을 갔고, 부모님은 돈이 없다고 했다.
그것이 내가 교사를 선택한 현실적 이유였다.
나는 그나마 교대를 갈 성적은 되었다.
두뇌, 신체 능력도 부모로부터 받은 게 많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원까지 가정의 차이가 크다.
네덜란드와 우리나라를 비교한 김창옥 강사님의 강연을 봤다.
거의 평지인 네덜란드, 높낮이 변화가 심한 우리나라.
내가 태어나보니 대한민국, 불우한 조건이라면.
기어를 달고, 브레이크를 밟을 필요가 있다.
(어쩌면 중학생이 받아들이긴 슬픈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https://www.youtube.com/watch?v=SS7LWiYesFo
나의 미래
학생들에게 유튜브를 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워낙 유튜브 세상이고, 잘 되면 돈도 많이 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의외로 구독자를 모으고 정식으로 하는 학생은 없었다.
나는 유튜브 '파뿌리'를 보여줬다.
지금은 170만이 넘는 대형 유튜버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옥탑방에 겨우겨우 살아가며 친구 3명이서 촬영, 편집을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5IFn3LRr4s&list=PLRjscuBkAepDMfafzYiHH7F9MsMKv7G8v&index=7
누구나 돈, 성공을 원하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운이 좋아 쉽게 될 수 있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견딜 진정한 관계의 친구, 조력자도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삶의 가장 긴 시간을 보낼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 넓은 우주에 먼지와 같은 존재인 우리가 저마다의 존재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가치관을 세우려면 나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나의 근본을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스스로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긍지를 기를 수 있다.
최진기- [나를 채우는 인문학] 중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결혼을 할 것이냐 물었다.
대답은 결혼 반, 비혼 반 정도 나왔다.
중학교 1학년의 결정이 평생 가는 건 아닐 것이다.
나도 '원하지만 못 갈 수도, 안 간다 하고 선 제일 빨리 갈 수도 있다' 농을 던졌다.
나는 20살에 사귄 사람과 지금도 살고 있다고 했다.
대학시절 누군가는 예쁜 여자를 만나려, 더 많은 연애를 해보려 들었다.
난 내 곁에 계속 있어줄 한 사람이 필요했고,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했다.
무서운 아빠와 약한 엄마, 약육강식의 학교는 나에게 외로움이란 결핍을 줬다.
그 외로움을 알기에 배신하지 않겠다 다짐했고, 더 나은 무엇이 아닌 명확한 내 것을 원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8_4bZcByhQ
'상대방이랑 결혼하는 것 같지만, 자기 애정과 결혼한다'
김창옥 강사님의 말씀에 격하게 동의한다.
예쁜 여자를 만나고 싶으면 결국 만날 수도 있다.
다만 공주처럼 모시고 떠받들고 살더라.
그러니까 자기 마음속에 진정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이 곧 자신의 일과 사랑, 삶이 될 테니까.
좋은 마음을 내가 갖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해도, 누구를 만나도 행복이 될 테니까.
(여기 글로 옮기고 생각들을 적으니 딱딱해 보이지만, 현장에선 훨씬 자연스럽게 소통한 거 같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