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은 뉴질랜드에서도 손에 꼽는 와인 생산지였다. 뉴질랜드산 와인은 소비뇽 블랑이 유명하다. 와인을 시음하기에는 북적거리는 단체 관광보다 오히려 이런 소규모 투어가 좋은 것 같았다.
제일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이 지역의 유명한 맥주 브루어리였다. ‘와인 앤 크라프트’ 투어 이름에 걸맞게 넬슨의 공예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는 지역의 전시장도 들렀다. 그 후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돌기 시작했다.
어떤 와이너리는 소믈리에인지 바텐더인지 잘 구분이 안 되는 사람이 냉랭하게 와인을 따라 준 뒤 몇 마디만 하고 곧 돌아서버렸고, 몹시도 친절한 어떤 곳은 와인 초보자를 위해 와인을 마시는 법부터 알려주었다.
“와인 테스트를 할 때는 먼저 와인잔을 이렇게 잡고 둥글게 흔들어 주세요. 향이 풍부하게 퍼지도록요.”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 앤 크라프트’는 제법 정통 와인 투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직 와인에만 집중하면서 벌써 여섯, 일곱 군데의 와이너리를 순례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좁은 와인바를 벗어나 어느 포도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포도밭 한쪽에 오두막처럼 노천카페가 세워져 있었다.
와이너리의 주인은 수 아줌마와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여행이 재미있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이런저런 말을 붙여가며 자기 와인을 설명해 주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못 알아듣는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상관없다며 좋은 와인은 말이 필요 없다고 쾌활하게 응수했다.
그녀가 가지고 온 와인들은 모두 맛이 좋았다. 앞서 지나온 와이너리에서는 유럽 와인에 비해 그저 그렇다는 둥 시큰둥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할버트 아저씨도 연거푸 베리굿을 외쳤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