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 물혹엔 약차藥茶를 마시자
몸 안에 물혹이 생기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오로지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암과 다르게 남성보다는 사오십 대 여성들에게서 절대적으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불혹과 물혹에는 내 몸과 마음을 달래면서 약차를 마시자! 몸에 좋은 약차 끓여 마셔 물혹을 다스리자.
나이 사십을 불혹(不惑)이라 칭했다(논어 위정편). 좌충우돌 불같은 청춘을 지나왔으니 더 이상 ‘마음이 흐려지도록 무엇에 홀리지는 않는다(미혹:迷惑)’는 공자님 말씀인데, 요즘 세상에 이 말을 보편적 잣대로 들이밀기엔 어딘가 모르게 궁색하다. 공자님 때 나이 사십이면 요즘 나이로 오륙십은 된다고 보는 게 맞다.
나이 사십 줄에 들어서면 정말 마음이 흐려지지 않고 유혹에도 홀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의 과거를 돌이켜보건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걱정되는 시기요, 아직 어린 자식과 본격적으로 늙어가기 시작한 부모 사이에 낀 시기이기도 하다. 감정은 비교적 제어가 되지만 그것을 소비할 데가 마땅찮다. 여성의 경우 대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극복을 위한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모든 유혹과 하강하는 자신감을 받쳐 주는 것이 ‘아직은 끄떡없는’ 건강인데, 그 건강마저도 조금씩 금이 가고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결국, 가을이 오고 남몰래 내복을 껴입게 되는 자신을 바라보며 씁쓸해하는 자각의 시간이 도래하는 것이다. 건강 하나 자산으로 삼다가 큰코다치는 시련의 시즌이 시작되는 시기가 바로 사오십 대인 것이다. 최승자 시인은 ‘이렇게 살 수도 저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고 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이 땅의 사오십 대가 딱 그럴 때다.
물을 물로 보지 마라
불혹, 여성에겐 폐경기가 시작되며 갑자기 물혹(낭종)이 몸 속 여기저기에서 나타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물론, 젊을 때도 자궁 난소 등에 물혹이 나타나는 여성이 많지만, 대개 사오십 대를 지나면서 급격하게 늘어난다. 남성의 경우, 물혹보다는 전립선이나 심혈관 관련 질환이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여성의 몸은 물(水)이라 말 할 수 있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 남성은 반대로 불(火)이라 할 수 있는데,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불알(고환:睾丸)이란 말은 불에서 가져온 것이다.
암은 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기는 것이지만 물혹은 좀 다르다. 혈류 및 기혈순환 장애로 몸이 냉(冷)해졌을 때, 바이러스 및 화학약물 과다 복용, 호르몬 이상, 유전 등 다양한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물혹 또한 이것이다, 하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물이 고인 물주머니(낭종)인 것이다. 물혹은 신체 내 수분대사(水分代謝)가 원활하지 못 할 때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학에서는 담음(痰飮)이라 하여, 체내에 적체된 습(濕)과 물(水)로 말미암아 응결된 담액(痰液)을 말한다. 인산 선생은 담을 제거하는 데는 죽염이 최고라고 했다.
신장에 물혹이 생기면 옆에 붙은 간에도 곧잘 생기고 자궁과 난소, 갑상선에도 물혹이 종종 생기곤 한다. 대개 생명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 한다. 물혹 중에는 10센티미터가 넘는 것도 있으며 너무 큰 것은 인공적으로 물을 빼내기도 하고 자연적으로 터질 때도 있다.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물혹을 가진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만저만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이란 영화가 있다. 몸속에 물이 차 넘치는 여인 사에코는 몸에 물에 차오르면 무언가를 훔치거나 남자와 사랑을 나눠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물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사에코처럼, 물이 차면 몸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어딘가 물길에 이상이 생기면 몸 안에 물이 고인다. 물은 흘러야 한다. 고여 있으면 문제가 된다. 피(혈액)도 물이다. 역시 흐르지 못하고 고여 있으면 문제가 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고이는 감정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고인 감정을 밖으로 분출하지 않으면 몸 안의 혈류나 물길, 기혈의 흐름을 방해하고 결국 물집이나 암을 만들어 버린다. 누군가의 화난 얼굴을 떠올려보자. 하얗거나 검붉다. 피가 빠져나가 하얗게 질렸든 피가 몰려 충혈 되었든 간에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사오십 대, 이제는 차를 마셔야 할 때
약차(藥茶)는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몸을 따뜻하게 해 혈류 및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궁극적으로 약차 재료가 갖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 몸 안의 문제를 해결하고 물의 흐름, 기혈의 흐름을 원래대로 되돌려 주게 될 것이다. 물혹에 좋은 차는 유근피차, 금은화(인동초)차, 민들레차 등을 들 수 있다.
유근피(柳根皮)는 수종[水腫:신체의 조직 사이나 체강(體腔:동물의 체벽과 여러 내장 사이에 있는 공간) 안에 임파액이나 장액(漿液)이 많이 고여 있어서 부종을 발생시키는 질환]이나 악성 종창을 통증 없이 낫게 해준다. 선생은 ‘유근피에는 강력한 진통제가 함유되어 있으며 살충효과까지 높은 반면, 약의 일반적 속성이라 할 수 있는 중독성(中毒性)이 없어 장복(長服)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시중에 유피(柳皮)차라고 해서 느릅나무 껍질차가 상품화 되어 있으나, 인산 선생은 정확하게 유근피(柳根皮), 즉 느릅나무 뿌리의 껍질을 이용하라고 했다. 유근피는 구하기 쉽다. 적당량을 약탕기 혹은 주전자에 끓여 차로 마시면 된다. 유근피를 잘게 쪼개 다시백에 넣고 끌이면 깔끔하게 우려 마실 수 있다.
인동초(忍冬草)의 꽃을 따 그늘에서 말린 것을 금은화(金銀花)라고 한다. 인동(忍冬)은 춥고 모진 겨울을 얇은 이파리 몇 개로 견디어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종기, 종창에 효과가 있으며, 인산 선생은 특히 여성에게 좋은 약재라 하여 여성의 거의 모든 질환에 금은화와 포공영을 함께 처방하였다. 직접 금은화를 구해 차를 끓여 마시면 된다. 역시 다시백을 이용하면 끌이기도 편하고 양을 대중하기에도 편하다.
포공영(蒲公英)은 말린 민들레의 전초(全草)를 이르는 말이다. 인동초와 함께 여성 질환에 빠져서는 안 될 약재이다. 특히 유방, 폐 관련 질환이나 종창에 좋다. 근래 밀크시슬 씨앗 추출물처럼 간에 좋다는 소문이 나 남성들도 즐겨 찾는 차이기도 하다. 포공영차는 우려내어 마시는 차다. 그늘에서 말린 민들레 3g(조금 큰 티백 분량) 정도를 찻잔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3~4분 우려내어 마신다. 뭐든 제 몸의 반응을 봐가면서 꾸준히 실행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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