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살든
백 년을 살든
마음에 메어놓고
풀어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
꽃피지 않은
나무처럼 서있겠지.
봄에 꽃 피워
여름 되면 무성 해지는
나무 사이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죽지 않았으나
죽은 것처럼
더 이상 자라지도
변하지도 않는
고목나무처럼
작은 숨 쉬고
시간을 견디고 있다.
뜨거운 햇볕 아래
매미라도 울고 나면
조금은 속이 풀릴까
이내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면
또다시 고독해질 것을.
굳어버린 나무 틈엔
고단한 흔적만이
단단하게 둘러싸여
겨울에 죽고 나면
얼고 녹은 틈 사이로
쪼게 지고 부서져서
이듬해엔 장작으로나
태워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