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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Mar 28. 2019

이거 진짜 하려고?

신혼집 입주 D-5 _ 문틀 떼기 (거실 확장)

이거 진짜 하려고?

나는 신랑에게 여러 번 되물었다. 진짜 할 수 있겠냐고, 일을 너무 크게 벌리는 거 같다고 계속해서 만류했다. 하면 좋은 걸 알지만 그걸 직접 한다는 게 몹시 걱정이 됐다. 그건 바로 문틀 떼기...


거실 겸 주방이 협소해서 바로 옆, 미닫이문이 달린 방에 냉장고와 식탁을 둬야 할 상황이었다. '저 문틀만 떼면 거실과 다이닝룸이 이어져 확장될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 집도 아니고 세 들어 사는 집에 큰돈을 들이고 싶지는 않으나, 아쉬움은 해결하고 싶었기에 직접 하는 걸 선택했다. 신랑은 유튜브로 문틀 떼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단다. 혹여 다치진 않을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큰 공사가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결국 신랑의 할 수 있다는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문틀 떼기 작업

결국 해냈다.

먼저 미닫이 문 두 짝 모두를 빼내고, 문지방 한가운데를 톱으로 썰기 시작했다. 문지방과 바닥 사이에 벌어진 틈에 빠루를 집어넣어 지렛대의 원리로 들러 올리려니, 양쪽 문틀에 문지방이 꽉 껴 있었던 터라 쉽게 빠지지 않았다. (결국 양옆의 문틀을 먼저 떼고 문지방을 뜯었다) 반면에 양옆의 문틀은 더 쉽게 뚝 하고 떨어져 나왔다. 떨어져 나온 문틀 자리는 시멘트와 자갈, 벽돌이 보이는 민낯 상태였다. 미장을 하지 않으면 장판을 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신랑 이번엔 미장공이 되었다. 신랑은 평생 이런 막노동은 해본 적이 없는 도시 남이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UX기획자로 데스크 앞에 앉아 컴퓨터를 만지며 화면을 설계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오프라인상의 공사현장은 매우 낯선 상황이었을 것. 하지만 우리 사이는 항상 톱니바퀴 같다. 나는 컴맹이지만 손으로 하는 것들 대부분은 어렵지 않게 해내는 편이다. 게다가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MDP, CW, 씨바툴(이름이 좀 뭣하다), 실리콘, PVC, EVA, 우레탄 도장까지 거의 대부분의 재료는 다뤄봤다. 시멘트 즉 콘크리트는 물론이었다. 몰탈 시멘트 40kg짜리 한포를 구입하고 적당히 되직하게 섞어주는 일은 내가 할 수 있었다. 물론 시멘트를 바르는 작업도 내가 할 수 있지만, 거실 확장의 공은 오롯이 신랑의 것이기에 신랑이 마무리하도록 뒀다.


문틀을 떼고난 후 미장작업 & 몰딩 부착


몰탈 시멘트는 하루면 웬만하면 다 굳는다. 그다음 날, 마침 아빠와 둘째 남동생이(세명의 남동생 중) 서울에 조문 갈 일이 생겨 아침 일찍 올라왔다. 문틀도 떼고 미장까지 했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 하며 신랑과 동생이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바닥은 장판을 깔거니, 옆부분과 천장 부분만 몰딩을 붙여 마감하는 것으로 정했다.


싱크대 옆 미닫이 문이 있던 자리,  공사 완료 모습

그렇게 크고 작은 우여곡절 끝에 거실과 다이닝룸 트는 확장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위의 사진 속에 보이는 저 공간이 냉장고와 식탁이 있는 우리 집의 다이닝 룸이 되었다. 그리고 난 지금 사진 속 창가 앞에 놓인 식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가구가 들어와 완성된 모습은 다음 글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신랑, 고생 많았어! 그리고 고마워!





문틀 떼기 확장공사 Tip

- 문틀을 떼는 공사는 문틀 사방을 다 뜯어내는 경우 (내 케이스)와 문지방 바닥만 뜯어내는 경우 두 가지로 주로 나뉜다. 전자는 방과 방을 틀 때 즉 확장공사를 할 때이고, 후자는 주로 문지방이 불편하다던지 로봇청소기를 원활하게 쓰려고 한다든지의 이유에서 하는 공사다.


- 전자이든 후자이든 문틀을 떼고 나면 미장은 필수로 해야 한다. 이때, 시멘트를 얼마나 고르고 평평하게 바르냐에 따라 마감의 완성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지방이 있던 자리의 시멘트가 높아서 오히려 깎아내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 문틀 전체를 떼는 경우, 문지방은 양옆 문틀에 꽉 물려있어 잘 안 떨어지니 양쪽 문틀을 먼저 떼어내 고난 후 뜯는어내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아, 문지방을 떼어내기 위해 톱질을 할 때에는 보일러 배관이 지나가는 자리는 아닌지 확인해가며 조심스럽게 할 것. 


- 몰딩을 붙일 때의 완성도도 미장 상태가 좌지우지한다. 몰딩을 붙이는 면이 고르지 않으면 몰딩이 이래저래 떠서 수직, 수평도 맞지 않고 잘 붙지도 않는다. 이 경우에는 어떤 본드나 실리콘보다는 공간을 메우며 붙일 수 있는 퍼티(핸디코트)가 효율적이다. 다만, 굳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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