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T 측면에서의 계곡 하이킹
숲이 우거져 그늘진 계곡을 하이킹 한 뒤, 흐르는 땀을 시원한 계곡물에 씻어내고 텐트 앞에 옹기종기 모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캠핑은 지금과 같이 햇빛 뜨거운 여름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계획하고 있는 일정 중 하나일 것이다.
백패커들에겐 천국과 같은 계곡이겠지만, 사실 계곡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반길만한 일이 아니다. 사람이 머문 자리에는 늘 흔적이 남기 때문이다. 최근 의식 있는 백패커들 사이에서 LNT(LEAVE NO TRACE, 흔적 남기지 않기)를 준수하고 클린 하이킹을 해야 한다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전체 백패킹 인구를 비교해보면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백패킹이 아닌, 일반 등산객까지 포함한다면 여전히 희미한 수준의 목소리일 뿐이다.
LNT의 관점에서 계곡 백패킹을 바라본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즐길만한 곳이 별로 없다. LNT 항목 중, 2번 항목 '지정된 구역에서 탐방하고 야영하기' 내용을 살펴보자.
2. 지정된 구역에서 탐방하고 야영하기
-. 지정된 구역(내구력 있는 표면)이란 확실한 탐방로, 야영지, 바위, 자갈, 마른풀 또는 눈을 포함한다.
-. 호수와 계곡으로부터 약 200피트(약 61M, 성인 걸음으로 70보) 이내의 야영을 피한다.
-. 좋은 야영지를 만들지 말고 찾아라. 야영지를 개조하는 것은 필요치 않다.
후략..
야영지뿐 아니라 배설물 처리 또한 문제가 되는데, 배설물 역시 식수나 야영지, 탐방로에서 약 60미터 떨어진 곳에 약 15cm~20cm이 구덩이를 파고 묻게끔 되어 있다. 계곡 인근의 야영지를 찾고, 거기서 또 60미터 떨어진 곳을 찾을만한 공간을 생각할 때 언뜻 떠오르는 지역이 내 기준에서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곡 바로 옆에 텐트를 치고, 좋은 장소를 찾은 것에 안도하며 주어진 1박 2일의 자유를 만끽한다. LNT에서 위 내용을 언급한 것은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많은 이들이 머물게 되면 그만큼 흔적이 남게 되고, 남은 흔적은 고스란히 자연에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한두 팀이 머무르는 게 아니라, 매주 수많은 백패커들이 한 장소를 공유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곳에 들어선 순간 이미 흔적이 남겨지기 시작할 텐데 말이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어떤 것을 해할 권리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대상이 자연이라면, 우리는 더욱더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자연은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가 아끼고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귀중한 유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