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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달아 Jun 13. 2024

다시, 임신을 하다!

임신 18주차에 돌아보는 2024년 3월

  브런치에 4개월 만에 글을 쓰다니. 제가 헛바쁘지 않고 진짜 바빴습니다. 왜냐면 방송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직장을 다니면서, 퇴근 후엔 육아를 하면서 방송대 생활을 하기에는 정말 쉽지 않았다. 점심시간에도 강의를 들으며 밥 먹기를 3개월. 방송대 종강을 하며 브런치에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방송대 입학 원서를 내고 첫 강의를 듣던 2월 말 즈음, 정말 감사하게도 내 안에는 새로운 생명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몸이 혼란을 느끼는 정도라는 한의사 선생님의 말씀이 맞았던지 유산이 있었냐는듯, 내 안의 난소는 유산 그 다음달 열심히 배란을 했다. 어느날 산부인과를 찾아 자궁의 경과 겸 배란초음파를 보았는데, 선생님께서는 "잘 오셨다. 딱 맞춰 오셨다"며 함박웃음을 지으셨다. 당시의 내 난포 크기는 2.18cm로, 앞뒤 전후로 배란이 있음을 예고했다. 모든 의학적 소견들이 잘 맞아 떨어진 덕분에 끝끝내 성공! 3월 13일 임신 확인을 했다. 나의 기우와 달리 5주차임에도 난황을 보여준, 건강한 아기집이었다.


  한 번의 유산이 얼마나 큰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쳤던지, 병원에서 임신 확인을 하기 1주일 전에 임신테스트기로 2줄을 보았지만 무려 남편에게도 이야기하지 않고 하루를 지냈다. 마냥 기뻐하기에는 솔직히 무서웠다. 임테기 2줄이 내가 예상치 못한 연유로 사라질 수 있음을 깨달은 직후였다. 기쁘고 반갑기보다 쉬쉬하는 마음이 더 컸다. 게다가 그 주 임신을 확인한 주의 목요일, 금요일에 달리기 약속이 예정되어 있었다. 달리기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안되겠지만, 마음의 상흔을 남기는 것이 더 무서웠던지라 두 차례의 달리기에 떠나갈 건강하지 못한 아이라면 빨리 떠나가주기를,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주, 5주차에 난황을 보여준 아기는 역시 강했다. 아기는 엄마가 강행한 여러차례의 달리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곁에 꼭 붙어 2주 뒤, 3월 27일 심장 소리를 들려 주었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병원 가는 날을 다 나에게 의미 있는 날로 정했다. 3월에 의미 있는 날이 많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3월 13일은 내가 좋아하는 인피니트의 명수 생일, 3월 27일은 엄마아빠 결혼기념일. 지난번 남편 생일에 맞추어서 선물처럼 안겨 주었던 임신확인서가 끝이 좋지 않았던지라 그런 징크스를 깨고 싶었기도 했고.


  달리기 약속에 동마에 3월은 아들 생일이 있는 날이라 바빴다. 결국 나에게 임신 초기의 안정은 ... 달리기였던 셈 ㅎㅎ 하지만 친구들과 주3회 운동 인증하는 방은 5주차부터 쉬기로 했다. 그리고 10주차가 되자마자 바로 다시 시작.


임테기로 2줄을 보고 참여한 필레이디 여성의날 행사. 이 날 6km를 뛰었다. 3월 7일 임신 4주차
당첨을 바랐던 젝시믹스의 젝시런 행사. 당첨되었으니 안 갈 수 없죠? 이벤트 행사라 3km 남짓 뛰었다. 3월 8일 임신 4주차
아들 생일이라 반차 내고 롯데월드. 3월 15일. 임신 5주차라 임산부뱃지를 하고 ㅋㅋ
남편 외엔 내 몸의 변화를 아무도 모른 채로 3월 17일 동마도 응원감ㅋㅋㅋ 임신 6주 0일 
당첨운이 따라주었던 3월. 임신 전 신청한 비커스런이 당첨되어 임신 6주 6일에 저런 운동을 하고 옴,,ㅋㅋ (살살 했습니다)


  아기가 건강함에도 나의 불안은 떨칠 수 없었고, 심장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그 불안이 더 심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B형 독감 환자가 퍼져 강제로 반차를 쓰게 된 어느 금요일. 갑자기 국립중앙박물관의 '스투파의 숲' 전시를 보러 가야겠다는 결심히 섰다. 먼 옛날 불교 예술을 다루고 있는 전시였다. 이 전시에서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지만, 역시 가장 좋았던 건 '부처가 눈에 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만들었다는 전시품이었다. 그래,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다고 믿으면 있는 거야. 그 뒤 나는 불안할 때면 스투파의 숲 전시를 생각했다. 내가 있다고 믿는다면 있는 거야. 난 그렇게 임신 극초기의 불안함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유산이 얼마나 힘들고 무섭고 아픈 일임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스투파의 숲 전시, 3월 22일. 저 물레바퀴가 부처를 뜻한다.


  남들처럼 임신 몇 주차마다 글을 쓰고 싶었지만, 3월은 임신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불안했고, 바빴고, 또 졸렸다. 밤마다 9-10시에 잠드니 공부는 출퇴근 시간 및 점심시간에 몰리고.. 퇴근하면 육아하고 쓰러져 자고 또 출근하는 생활이었던 3월. 그래도 스투파의 숲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3월을 보내니 아기는 8주차가 지나있었다. 완전한 안정기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가벼운 안정기의 시작이었다. 


반가워 꿈제야!


  태명은 꿈제이(꿈제)가 되었다. 출산예정일 11월 10일.. 대충 JTBC마라톤 즈음이니까 ㅎㅎ 꿈꾸는 jtbc마라톤해서 꿈제다 ㅋㅋㅋㅋㅋ 가끔 난 제마 홈페이지에 들어가 D-OOO을 본다. 오늘 기준 D-143, 꿈제는 D-150이다. 꿈제야 쑥쑥 크고 건강하게 크렴. 엄마는 너랑 마라톤 뛸 준비가 다 되어 있단다. 근데 엄마는 제마 응원은 하고 싶단다. 들었지? 호호


  꿈제가 있어서 좋다. 정말 행복하다. ♥




조회수 1000을 돌파했네요!(6월 16일 기준)

아마도 다음 메인에 걸린 듯 합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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