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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Mar 22. 2016

다섯 번째 롤

겨울을 떠나보내며

벌써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어느덧 영상 10도를 훌쩍 넘기는 기온에 몸이 녹고, 살랑이는 바람에 마음이 들뜨는 것을 보니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필름카메라는 결과물을 바로 받아볼 수 없다 보니 뒤늦게 겨울을 떠나보내게 됐다.

2월의 마지막 일요일, 갑자기 엄청난 눈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겨울을 떠나보내는 진짜 마지막 눈이겠구나 싶었다.

급하게 카메라를 챙겨서 아파트 뒷산에 올랐다. 워낙 많은 눈이 내려 산에는 등산객이 없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심지어 발목까지 푹푹 들어갈 만큼 눈도 많이 내렸다.

마음껏 촬영하고 내리는 눈을 즐겼다. 실력이 부족해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겨울과 작별하는 나의 시선이 담긴 기분 좋은 눈 촬영기.


1. 눈 오던 날

초록색 소나무와 새하얀 눈이 잘 어울릴 것이라 생각하고 찍었는데...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2. 눈 내린 놀이터

알록달록 색동옷에 하얀 이불을 덮어놓은 듯. 따뜻한 느낌이 가득하다.


3. 눈 덮인 놀이터와 아이들

눈이 내리니 어른보다 아이들이 밖으로 나온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카메라를 들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저렇게 뛰어놀아도 순수하고, 싱그럽고, 아름다울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4. 산 속 가건물

피사체를 찾지 못하고 있던 나의 눈에 들어온 가건물.

물건을 보관하는 곳일까. 너 왜 거기에 있니.


4. 멀리 보이는 초당초등학교

오른쪽 붉은 건물은 초당초등학교. 내가 다녔던 시곡초등학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이기에 익숙하다. 사진으로 남기긴 처음이다.


5. 까페 드 감골로 83

Cafe de Gamgolro 83

우리 동네에서 쉽게 보기 힘든 멋진 간판과 공간을 자랑하는 카페. 도로명 주소를 따와 카페 이름을 지었다.

우리 동네와 어울리는 편한 분위기로 머지않아 동네의 대표적인 소통 공간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나의 동선과 겹친다면 자주 갔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크다.

이 곳은 내 죽마고우의 누나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자주 가고 싶다는 마음에 사진 한 장.


경기 안산시 상록구 감골로 83 신우상가 1층


6. 하얀 나라

정말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얀 풍경. 이 풍경을 보려면 9개월 후에나 가능하겠구나. 그때까지 난 잘 지내고 있을까.

시간을 빨리 흐르는데, 걱정은 쌓이기만 한다.


7. 눈 덮인 운동장과 아이들

아이들은 뚝딱 눈사람을 만들었다. 나는 눈사람을 만들어 본지 얼마나 됐는지... 기억조차 가물하다. 눈이 오는데도 눈사람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나도 참 많이 변했다.

아이들은 넓은 운동장을 놀이터 삼아 눈을 던지고 뭉치며 놀고, 뛰어다녔다.

어른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웃는다.


8. 어느 카페

3월의 첫날. 어느새 사진에도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불과 이틀 전 그렇게 많은 눈이 왔었는데, 그새 세상 풍경이  바뀌었다.

봄은 아름답지만 짧으니, 올해 충분히 즐겨야겠다.


9. 꽃

나도 뻔하다. 봄이 오니 괜히 꽃에 눈이 간다.

이 꽃은 딱 3월 초라는 시기를 표현하기 좋아 보였다. 부족해 보이지만 아름다움이 터지기 직전의 모습.

완연한 봄이 되면 꽃 한 다발 사야겠다.


10. 텅 빈 사무실

이날은 휴일 당직이었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사무실에는 나 혼자 있었고,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는 거칠었다. 천둥번개도 짧은 간격으로 치던 날.

점심도 먹고, 커피도 한 잔하니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나 혼자 남은 묘한 기분. 휴일은 휴일이구나.

주말에 회사에 나와 일하니 억울한 기분이 들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걸 보니 약간은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주중에는 그렇게 치열한 공간이 요일이 바뀌자 완전히 다른 공간이 되어있었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사무실 일부를 촬영했다.


11. 우산의 행진

잠깐 창문을 열어 밖을 보니 우산을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우산 행렬을 담고 싶었는데, 잘 안 담긴 것 같아 아쉽다.


12. 타이머 놀이

사무실에 아무도 없으니 날 찍어줄 사람도 없는 것은 당연.

커피 일회용 컵에 카메라를 올리고 타이머를 맞추고 후다닥 한 장 찰칵.

내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우스워서 킥킥 웃었다.


13. 거울에 비친



캐논 AE-1 / Fuji Color C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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