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기분이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이터 사업이라는 업무를 시작할 때 나는 대리였다. 무려 10년의 시간이 흘러 같은 팀에서 팀장이 되었다. 그 사이에 팀 이름은 빅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사업팀으로, 데이터 R&D팀에서 빅데이터사업팀으로 수도 없이 바뀌었지만 내가 하는 일은 계속해서 데이터 사업이었다.
대리 명함으로 인사했던 담당자를 팀장 명함을 가지고 다시 만나기도 하는데, 이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가 싶다. 왜 우리들은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요즘은 데이터 사업을 해본 가까운 분들로부터 맥 빠지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데이터 그거 돈 안돼, 알잖아? “
“데이터를 판다고? 사기꾼이 여기 있었네”
“데이터 그게 사실 허상이잖아요”
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리는 대로 적고 뒤에 물음표를 붙인다. 고개를 갸웃하고는 눈앞의 문장을 오래도록 쳐다본다.
정말 그런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데 저렇게 이야기하는 건 정말 그런 걸까?
모든 일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데이터사업처럼 업무 자체의 의미에 계속 물음표를 붙이는 업무가 또 있을까 싶다. 그야말로 남 주자니 아깝고 크게 키우자니 잘 모르겠는 일인가? 그걸 열심히 해야 되는 사람은 또 무슨 죄지…
모델링을 하면 이직이 잘 되는데 사업을 하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 실제로 모델러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을 많이 했다. 사업인들도 이직을 많이 했는데 일부는 데이터 업무를 하고 일부는 마케팅이나 신사업 분야로 옮겨갔다
아무도 나에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데이터 사업인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을 잘해서 승진하고 고과를 잘 받는 거 외에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가 보여줄 수 있을까? 어쩌면 데이터 사업이라는 업무에 대한 나의 자존심 같은 것일지 모르겠다.
7월에서 9월로 넘어오는 동안 3번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회사에서는 늘 그렇듯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듣고 싶었지만 아무도 해주지 않던 말을 내게 해준 고마운 제안도 있었다. 좋은 오퍼를 받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데이터 사업인의 경쟁력을 이직으로 보여줄까 하는 약간 허황된 마음이었다. 나는 아직 그런 수준에 머물러있는 것 같다,
우리들이 밖에 나가서 데이터 이야기를 할 때 받는 시선과 사내에서 데이터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너무 크다. 안타깝다.
우리들의 일을 돈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데이터를 말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데이터로 해결책을 줄 수 있다는’ 가치를 생각해 주면 좋겠는데… 사업을 하면서 돈을 빼고 생각해 달라고 말하는 것도 머쓱한 일이다. 생각이 돌고 돌다가 이 모든 잡다한 생각들의 해결책은, 계속해서 나를 봐달라고 말하는 일을 접고 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사에서는 잘해보려고 하는 사람보다, 별다른 고민 없이 그냥 주어진 일을 보통의 수준으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원할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 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감히 이야기를 해보자면 데이터사업팀에는 아무나 올 수 없는, 여기 있다 나가면 달라지는, 그런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꿈은 언제나, 누구든 꿀 수 있는 것이니까,
‘그건 불가능해’하는 말보다는 ‘가능한 방법이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는 말이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