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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효니 Dec 13. 2017

#1-6.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웨딩슈즈를 찾아서

[여자혼자미국횡단여행]여행에 목적이 있을 때, 그 여행은 더 특별해진다.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언제 가지? 어디 가지? 뭐하지? 이 세 가지가 아닐까.


나의 뉴욕 여행은 조금 달랐다.

세계의 중심지 뉴욕이라는 이미지와 동경에 더해, 내게는 이 여행의 목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웨딩슈즈를 사는 것'.


미국 여행의 3개월 후,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결혼식 준비 때문에 가장 바쁠 시기였지만, 이 여행이기에 얻을 수 있는 선물을 만들자고 정한 것이다.


한번쯤 해 보고 싶었던, 호텔 침대 위에서 아침 먹기.


호텔에서 아침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처음으로 뉴욕 지하철을 탔다.

어제까지만 해도 겁이 많았던 나는, 뉴욕 지하철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얻어 듣고는, Uber만 타고 다녔었는데,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하고 마음먹고 지하철을 타 보았다.

사람도 많은 점심시간이니까, 괜찮겠지 하면서도 여전히 여자 혼자 하는 여행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겁쟁이 에피소드. 관광객티를 많이 내면 괜히 시비 걸어 오는 사람이 있을까봐  내가 찍은 뉴욕 지하철 사진이 하나도 없다.


되돌아보면 지금은 일본에서 오래 살아서 겁이 없어졌지만, 일본 유학을 시작했던 해에만 해도 일본 전철 안에서도 카메라를 꺼내지 않도록 주의했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쩌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신중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뉴욕 지하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일본에서 생활할 때는 현지 교통 앱을 주로 썼는데, 미국으로 여행 와 보니까 구글만큼 편한 게 없었다.

구글맵을 쓰면 지도 보고 걸어서 찾아갈 때뿐만 아니라, 전철을 어디서 갈아타면 좋을지도 다 알려주더라.

그런 기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편리할 수가. 정말 감사했다.




일본에서 웨딩 슈즈를 찾는 다면, 드레스 샵, 백화점 등 어딜 가야 할지 금방 떠올랐지만, 내게는 미지의 나라 미국에서 찾는 웨딩 슈즈, 도대체 어디를 가야 할지 감을 못 잡았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신고 싶었던 웨딩슈즈, badgley mischka 공식 사이트에서 전문 샵들을 찾았다.

그중 숙소에서 가장 가까웠던 곳이 이 곳.


Kleinfeld.

JUST SAY YES라는, 문구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남편에게 프로포즈 받았을 때 생각이 뭉글뭉글 떠오르면서, 조심스레 유리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 여기는 신발 가게가 아닌 것 같다.

드레스도 입을 수 있는 곳인가? 어째 예약을 안 하고 온 내가 가게를 둘러봐도 될지 어쩔지 모르겠는 그런 분위기였다.


조심스럽게, 카운터 점원에게 말을 걸었다.


'점내를 들러 볼 수 있을까요?'


'예약하셨나요?'


'아니요.. 예약 안 했는데'


'아, 예약하신 분만 둘러보실 수 있어요'


'드레스가 아니라, 웨딩 슈즈를 찾고 있는데..'


'웨딩슈즈! 슈즈라면 아래층에 가서 보실 수 있어요'


휴.. 영어에 그다지 자신이 없는 내가, 관광객으로써 필요한 최저한의 영어 이상의 영어를 처음으로 썼다.

혹시 둘이었다면 조금 더 편했을 텐데, 혼자라는 건 무엇을 하는데도 괜히 걱정되고 조심스럽다.

작은 걸 시도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의도했던 대로 말이 전해졌을까?

혹시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반짝반짝 빛나는 웨딩 슈즈들이 늘어선 진열장을 보자마자 금세 잊게 되었다.



꿈에 그리던 웨딩슈즈, badgley mischka.

일본에서 개인 수입을 하면 구할 수 있었지만, 그럴 바에는 내 손으로 직접 사고 싶었다.


디자인도 색상도 촘촘히 박힌 크리스털이 너무너무 섬세하고 예쁘다.



거울 앞에서 몇 번을 신어보았다.

천천히 보라면서, 점원은 내게 참 많이 배려를 해줬다.


여러 번 대화가 오고 갔는데,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표현 못 할 것 같을 때는,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대화했다.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고, 원하는 상품들을 보여줬다.


미국에 와서, 정말 서비스 질 안 좋고 불친절한 사람들이 솔직히 많았는데(아마 일본과 비교해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이겠지만), 오랜만에 내가 예삐 신부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다.


신발을 고르고 있는 동안, 슈즈와 액세서리를 찾으러 온 다른 미국인 예비 신부들이 하나 같이 행복해 보이고 아름다웠다. 웨딩이라는 인생의 이벤트는 아름다운 여자를 더 아름답게 하는 것 같다.



디자인은 골랐는데, 마지막까지 색상 때문에 고민하는 우유부단한 나.

결국 1시간 가깝게 가게에 있었던 것 같다.


웨딩슈즈 말고도 귀걸이랑, 목걸이도 구경했는데,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결국은 웨딩 슈즈만 사기로 했다.


결국 내가 고른 운명의 웨딩슈즈는..



가게를 나선 순간, 무언가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목적이 있는 여행은, 그 목적을 성취한 순간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된다.


뉴욕에서 구입한 나의 웨딩 슈즈는, 이렇게 뉴욕에서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년,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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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동경에서 대학을 졸업 후, 컨설팅 펌에서 4년 근무, 현재 일본 최대 미디어 기업에서 기획&마케터로 일합니다.

일본 유학, 일본 취업에 관한 경험담을 공유하고, 멘토링 목적의 희망 포스팅을 위주로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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