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채식, 환경과 평화에 눈 뜨다
최근, 식습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2년의 유학생활이 나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고 나 역시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나는 절친으로부터 과일, 자연식물식을 소개받게 되었다. 자연 식물식이 인간에게 가장 적합하고 몸에 쓰레기와 같은 식품을 넣지 않는 건강한 식습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보다, 나에게 더 흥미로운 사실은 자연 식물식을 하는 여성들은 생리를 하지 않고 그것이 생식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고 육식으로 다른 생명을 해하지 않으며 환경 오염도 덜 일으키고 여자들은 생리로부터 해방된다니! 정말 솔깃하다!
단순하게 나는 이때까지 해왔던 식습관을 자연식물식으로 바꾸면 된다. 그런데 최근 일주일을 해보니, 생각보다 나는 원래의 식습관에 미련이 많았나 보다.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괜찮았지만, 앞으로 내가 좋아하던 맛들을 포기 해야 한다고 하니 힘들었다. 이런 고민을 자연식물식을 소개해준 절친에게 털어놓으니, 일단 내 식사 중 80프로 정도를 자연 식물식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라고 했다. 정말 간단하고 명쾌한 대답이었다.
지금 나는 채식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번에 딱 전의 식습관을 버리고 자연식물식을 바로 실천하면 좋겠지만, 그게 안된다면 그게 안 되는 걸로 받아들이고 그저 많이 실천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언젠가,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자연식물식을 하는 나를 꿈꾸면서 기다린다.
채식, 그리고 정확히 내가 실천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식물식이다. 가공식품도 안 먹고 밀가루 등 가공이 된 것도 제외한다. 잠깐 생각해봐도 좋은 점이 많다. 일단,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절약하고 퐁퐁과 같은 세재도 쓰지 않아도 되어서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 육식을 하지 않으니, 생명을 해하지 않고 축산업이 가져오는 수많은 오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여 좋은 피부, 좋은 배변 습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고 앞으로 걸릴 모든 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에 따른 잠재적 병원비 절감도 포함된다. 아, 생리를 안 하게 된다면, 생리대 등과 같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생리대와 휴지와 같은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다.
채식, 자연식물식은 단순하게 건강에만 직결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환경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나에겐 환경 보호도 큰 쟁점이다. 아직은 환경에 대한 지식이 많이 없어서 겉으로만 아는 관심 정도이지만, 더 공부해서 직접적으로 환경보호에 이바지하는 실천을 하고 싶다. 자연식물식을 하게 된다면, 육식으로 나오는 쓰레기와 축산업에 드는 비료와 화학물질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과일과 식물 등 잘 썩는 쓰레기만이 나올 것이다. 아주 자연 친화적인 쓰레기만.
환경을 생각하며 평소에 생활 습관을 들어놓은 게 있다면, 휴지 꼼꼼하게 쓰고 버리기, 세제 필요한 만큼만 쓰기, 샴푸 및 바디워시도 적당량만 쓰기, 물 틀어놓지 않기, 물티슈 웬만하면 쓰지 않기 등이 있다. 정말 사소한 거지만, 내가 의식적으로 실천한 작은 습관이 결국 내가 환경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환경보호도 어쩌면 단순하게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지켜나가면 해결될 문제가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회용 빨대가 쓰는 데는 몇 초, 버려지면 100년이 걸린다는 정보를 보고 놀랬다. 작지만, 내가 일회용품을 허투루 쓰지 않는 것도 환경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한다.
평화, 평화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페미니즘이랑 무슨 상관일까라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나 역시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평화주의자라는 개념을 소개할 때, 선뜻 연결이 되지 않았다. 모든 페미니스트가 평화주의자는 아니고 모든 평화주의자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다. 그렇지만, 니콜 클로드 마튜(Nicole-Claude Mathieu)라는 프랑스 사회학자는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평화주의를 지향해야 하고 평화주의자들은 페미니즘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니콜 클로드 마튜 덕분에 3년 전 겨우 페미니스트가 되어가던 중이었던 나에게 평화주의자라는 또 다른 개념이 추가가 되었다. 평화주의자는 평화, 비폭력을 원칙으로 하며 주로 침략, 전쟁, 학살, 무기 개발에 반대한다. 침략, 전쟁, 학살, 무기 개발에 희생되고 착취당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모두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그룹이다.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와 남성지배, 이성애 중심주의에 반대하는 사람이기에, 힘의 논리와 남성지배로 강하게 운영되는 전쟁, 학살, 무기 개발의 폐해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또한, 평화주의자도 피해를 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평화운동을 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에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더 나은 세상, 더 평화로운 세상을 추구하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고 환경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페미니스트들과 평화주의자가 채식과 환경에 열정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류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과 공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건강한 식습관과 환경보호는 우리 모두를 위해서 지켜야 할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즘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처럼, 나는 환경과 채식에 대한 정보도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육식을 함으로써 나오는 수많은 환경오염과 내 몸에 쌓이는 화학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는 축산업을 하는 대기업에 의해 차단되어 일반인들에게 잘 전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단순하게 내가 실천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정보를 알리면 될 일이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동참하자고.
그렇지만, 나는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페미니즘의 역사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배웠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단순 명제가 실제 사회에서는 그리 명쾌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 사실이다. 성차별, 거기에 인종, 계급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엮여서 사회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히 집중하고 실천하자가 내 모토이다. 채식, 환경, 평화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단순하게 내가 거창한 것은 하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실천하다가 그 범위를 넓혀가면 되는 거다. 나는 내가 더 단순하게 생각해서 곧바로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단순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명제를 그 뜻 그대로 단순하고 명쾌하게 받아들이는 날이 오게 열심히 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