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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n Lee Apr 02. 2024

[미학적 단상]시와 꼬냑

재즈바 크로니

1.

창으로 들어오던 오후 4시의 햇빛,

햇빛 속을 천천히 유영하던 눈빛이 착한 먼지 알갱이들, 먼지의 따스한 냄새, 그리고 처음 들어보는 Ella fitzgarald의 misty..


그 음악을 들으며 누군가 나를 위해 키핑해둔 꼬냑을 마시면 혈관을 타고 시가 흘렀다


...


2.


시에 대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참 어렸을때, 얼굴도 모르는 분이 재즈바에 꼬냑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놓으면서 그곳을 통해 쪽지에 시를 남겨두곤 했다.


특별히 나에대한 연정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만 그 시 안에는 내가 유추해내야 하는 그의 상황이나 철학등을 추측할만한 은유로 채워져 있었다.

무너져도 괜찮은 이유를 배웠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으며 무언가를 분별하고 세상의 깊이를 가늠해 보는.. 그것은 멋지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몇년을.


왜그랬을까. 지금도 그분이 왜그랬는지, 누구인지 궁금하다.


3.


지금은 없어진 잠실의 재즈바 크로니.

모든게 사라져간다. 장소도, 사람도..


4.


근데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거나 누군가와 이별을 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혹은 내가 당신을 갖지 못하는 일보다 두려운 건, 내 안에서 당신으로부터 들려오는 시가 멈춰버리는 일인 것인데..


...


5.


오늘 누군가에게 몇가지 부탁은 정중히 거절했고 누군가의 한두가지 일은 기꺼이 감당하기로 했다.


6.


크게 자랑할만한 일들, 크게 아픈 일들을 전해온다. 축하와 위로로 관계에 최선을 다한다.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결국은 모두가 자기 앞에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일상만이 놓여지겠지.


맞다. 일희일비할 것 없는 삶이다. 추억도 아픔도.

모든 건 다 지나간다.


7.


끝없이 다가오는 시, 내 안에 머무는 알 수 없는 당신이 들려주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시가 오늘도 나를 살게 해.


8.


글의 두서없음을 희석시키기 위한 오늘의 굿나잇쏭!


https://youtu.be/rPOlakkBlj8?si=5SyZkTyWnZKboY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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