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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자 Dec 19. 2019

더없이 클래식한 21세기 추리극 <나이브스 아웃>

라이언 존슨, '나이브스 아웃(Knives Out, 2019)'

12월 4일에 개봉한 영화 <나이브스 아웃>은 전통적인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최대한 스토리를 언급하지 않고 매력적인 특징만 몇 가지 짚어보려고 한다. 

01. 후더닛 장르의 명품 추리극

첫째로 후더닛(whodunnit, Who has done it) 장르의 방식을 택하는 명품 추리극이다. 리뷰를 보면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읽은 것 같다는 평이 많은데, 놀랍게도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각본이다. 사실 사건의 전말이 그렇게 복잡하게 꼬여있지는 않아서 추리물의 팬이라면 금방 눈치챌만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것은 트릭을 눈치챈 사람이라도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누가' 했냐는 후더닛을 넘어서 '어떻게', '왜' 했냐까지 파헤치는 이야기의 전개가 끝까지 흥미롭다.

02. 클래식한 미술과 음악

둘째로 클래식한 소품과 의상, 음악이 기품이 넘친다. 영화의 배경은 현대이지만, 등장하는 대저택이나 주인공 가족이 소설가 집안이라는 설정은 전통 추리극과 정말 잘 어울린다. 등장인물도 현대적이지만 중세극에서 보던 전형을 띄기도 한다.클래식한 인테리어와 의상들 속에 가끔씩 묻어 나오는 21세기의 모던함이 장르적인 특성과 결합되어 매력을 더한다.

03.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비판

셋째로 미국 부유층 백인 가족의 인간 군상을 아프게 꼬집는다. 극 중 트롬피 가문의 질서에서 벗어나 있는 캐릭터는 두 명의 경찰, 사립 탐정, 가정부, 그리고 간병인이다. 트롬비 가문의 사람들은 소설가로 성공한 할렌 트롬비의 그늘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그들이 할아버지/아버지/장인인 할렌을 생전에 어떻게 대하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특히나 가문 외부의 사람들은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가 볼만하다. 


아쉬운 점 하나는 텅 빈 도넛의 가운데를 생각보다 쉽게 눈치챌 수 있던 것이다. 트릭을 알아채는 속도에는 개인 차가 있겠지만, 초반부에 눈치를 채버린 입장에서 뒷이야기를 아무리 잘 만들었다고 한들 조금 김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와 연결되는 것이 주인공으로 세워진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크)'의 모호한 역할이다. 그는 극 중 통찰력 있는 셜록 홈스도, 수사적인 애거사 크리스티도 아니었다. 인상 깊은 장면도 있었고 블랑만의 이스터에그도 꽤나 재미있는 요소였지만, 수사 과정 자체에서는 중심도 주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의 말미에도 트릭의 부실함 때문인지 탐정으로서의 기지가 다소 모호하게 발휘되었다. 좋은 점도 아쉬운 점도 명확하지만 앞서 말한 매력들만으로도 러닝타임 내내 완전히 사로잡혀 볼 수 있는 명품 추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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