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가 필요한 날>

by 버들


작업실에서 다시 만난 스탠드를 보며 지금은 더 이상 만나지 않는 친구를 떠올린다. 이마를 맞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만을 원하던 사이였다. 언제나 잘 맞던 우리에게 낯선 시기가 있었다. 불만을 불만이라 말하지 못했고 서운함을 바로잡으면 멀어질까 두려워 마음속에 쌓아두었다. 마음의 거리를 조절하는 방법에 서로 서툴렀다. 드러낸 적 없지만, 친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멀어짐의 결정적 계기가 될 만한 사건 없이 관계는 서서히 무뎌져 갔다. 인연이 끊어지기 전에 급히 한 걸음 보태지 않고 그 관계를 마음 안 옷방에 넣어두었더라면 지금쯤 우리의 모습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시절이어서 타인과 그리도 허물없이 가까울 수 있었고, 그 시절이었기에 쉽게 손을 놓아버릴 수도 있었다. 불같던 연애의 흐지부지 끝나버린 마지막처럼.




최근에 나온 제 산문집 <물건이 건네는 위로>의 일부분을 가져왔어요. 깊어가는 가을, 누군가의 마음 한구석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읽어보시면 좋을 거예요.

#물건이건네는위로
#미래의창
#AM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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