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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현 Sep 18. 2024

명절이 더 외롭다.

모두가 들뜬 날, 그날이 가장 외롭다.

밖에 앉아있다 조용히 들어온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이 나를 더 외롭게 해서...



추석 전 사무실은 도떼기시장이다.

여기저기에서 들어온 성품을 나눠주며 정이 오가야 하지만,

감사 인사는 조용해 표 나지 않고,

불만의 고성만 요란해 귀에 쏙쏙 박힌다. 


"추석 쇠라고 옆 집 할매는 돈을 받았다는데 나는?"

"다른 동은 다 상품권 줬다는데, 우리는 왜 소식이 없어요?"

"나도 추석 보낼 돈이 하나도 없다. 좀 기다려보라더니 기다렸는데 왜 아무것도 안주노?"


모두에게 다 줄 수 없기에 나름의 기준으로 나눠주는데

받은 사람은 말이 없고, 못 받은 사람만 억울함을 호소한다.

우리도 모두에게 다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시끌시끌한 추석 전 일주일을 보냈다.


날은 덥지만, 연로하거나 거동이 힘든 분들에게

성품 전달과 인사를 건네기 위해 가정방문을 나섰다.  

그들은 대부분 혼자였고, 추석이라고 달리 오가는 사람이 없을 듯했다.

 

ㅇㅇㅇ 할아버지도 혼자였다.  

"추석 때 뭐 하세요?"

"뭐 할 게 있나. 집에 혼자 있어야지."

"자녀들은...?"

"......."

할아버지에겐 자녀가 있었다.

"30년도 넘었네. 마누라가 집 나가고,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

그땐 그게 얼마나 어렵던지... 그래서... 그러면 안 되는데

그 어린것들을 버리고 집을 나와 버렸어.

그 뒤로 애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척하며 살았지.

내가 어리석었고, 미쳤어.

소문을 들어보니 이제 잘 커서 직장 갖고 잘 산다는데,

이제 내가 무슨 면목으로 아이를 찾아? 양심이 있지..."


과거에 자녀들에게 지운 외로움에 대한 대가를

할아버지는 지금 치르고 있다고 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집 밖에 앉아 오가는 사람을 보다가

자녀와 손을 잡고 지나가는 가족을 보면

그냥 조용히 집 안으로 들어온다고 했다.

그 모습에 더 큰 죄책감과 외로움이 몰려온다고...


"나는 이런 추석이 더 외롭네. 밖을 봐도, tv를 봐도 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외로운 것 같아서... 죄지은 놈이 할 말은 아니지만..."


혼자 자녀를 키우는 게 힘들었을 거다.

누군가에게 도와달라 말할 수도 없었을 거다.

그때 견뎠어야 했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그 대가로 치른다는 명절의 외로움은

혼자 힘들게 자란 자녀들의 외로움까지 더해진 듯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탓할 수 없어 더 힘들다.

그는 그렇게 과거의 잘못을 외로움으로 치르고 있었다.


모두가 행복한 날이 더 외롭고 힘든 사람들.

그들에게 잘못을 따져 묻기보다

현재 조금은 외롭지 않기를, 편안하기를 바라는 게 우리의 일이다.


추석에 따뜻한 밥 한 끼 드실 수 있도록 성품을 건넸다.

"밥은 꼭 챙겨드세요."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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