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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Jan 08. 2021

하림각 눈물의 폐업? 정말 그런가

[저널리즘M] - ‘하림각 눈물의 폐업’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것

2021년 1월8일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팟빵 / 방송듣기] 


- 새해 첫 ‘저널리즘M’, 어떤 주제?


올해 초, 많은 언론이 주목한 중식당이 있다. 하림각. 1987년 개업한 서울 유명 중식당. 최대 3000명의 손님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정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정당 워크숍이나 간담회, 오찬 등의 행사도 많이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미 일정 수행중 성추문을 일으켜 경질됐던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자회견 했던 곳이기도. 


- 하림각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나. 


문을 닫았다. 코로나19 때문에 고액 임대표를 내지 못했다는 것. 언론들이 보도한 제목만 몇 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34년 유명 중식당 하림각도 코로나에 문닫았다> (조선일보 1월2일) <34년 중식당 하림각 눈물의 폐업 “월 2억 임대료, 못 버틴다”>(중앙일보 1월2일) <서울 종로 유명 중식당 하림각 영업 중단.."적자 못버텨"> (연합뉴스 1월2일) <34년 중식당 하림각 ‘눈물의 폐업’>(뉴스1 1월3일) <34년 중식당 하림각마저.. 코로나 불황 터널 갇히다> (동아일보 1월4일) 


- 보도가 잘못된 건가. 


반쪽짜리 보도. 보도의 근거가 된 것은 하림각에 붙은 ‘영업종료’ 안내문. 하림각은 지난 2일 “월 2억원의 고액 임대료와 심각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2021년 1월1일부터 하림각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상당수 언론은 △하림각이 영업을 중단한 것은 1987년 이후 처음이라는 것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는 점 △10세에 상경해 신문팔이, 구두닦이, 중국집 배달 등을 거친 남상해 하림각 회장의 자수성가 스토리 등을 주목. “하림각조차 어려운데 일반 자영업자는 얼마나 더 힘들겠느냐”는 시민들 반응도 소개. 하지만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게 있다. 


- 어떤 부분인가. 


남상해 하림각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장사가 너무 안 돼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라며 “할 수 없이 코로나가 끝날 때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하림각이 입주해 있는 건물은 남상해 회장과 남 회장 가족 소유로 돼 있다. 고액 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다는 하림각 측 안내문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 


- 그럼 2억 임대료는 누가 누구에게 낸다는 얘기?


그 질문을 언론이 했어야. 남상해 하림각 대표는 상당한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 종로구청장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이력. 당시 신고한 재산이 187억 원. 부암동 하림각이 있는 건물과 일대의 토지는 남상해 대표 일가의 소유. 2020년에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 공천 신청도 했다. 


언론 보도에 의문을 가진 네티즌이 등기부 등본을 뗐다. 남상해 회장 가족들(아들과 손주들)이 공동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그러니까 가족 소유, 그것도 손자로 증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건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접었다는 얘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 그런데 ‘다른 보도’도 있다고. 


<뉴스1>이 어제(7일) 보도. 하림각을 실질적으로 운영해온 사람은 남상해 회장이 아닌 ‘다른 사람’인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 한 외식업계 관계자와 인근 식당 사장 등의 말을 인용, 이들은 “‘10여년 전부터 ’다른 임차인‘이 들어와서 하림각을 운영해왔다“고 했다. 


이 부분은 좀 더 확인이 필요한 대목. 일단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건물 소유주인 남상해 회장이 임차인을 배려해주지 않았다는 얘기. 이렇게 되면 ’사안‘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는 내용. 


- 석연치 않은 대목들이 있는데 언론이 임대료와 코로나 때문에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다, 이렇게만 썼다는 거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가게 문 닫았다는 분들도 많다. 상당수 언론이 하림각 ’임시영업 중단‘을 그 연장선에서 보도. 그런데 과연 그렇게만 볼 사안인가. 이건 생각해 볼 대목. 


’2억 임대료‘와 관련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불명확. △남상해 회장이 손주와 자식들에게 ’월 2억 임대료‘를 지금까지 냈다는 건지 △뉴스1 보도처럼 ’다른 임차인‘이 남상해 회장과 일가에서 ’2억 임대료‘를 내왔다는 얘긴지에 대해선 정확히 확인된 바 없다. “장사가 너무 안 돼 운영을 하면 할수록 적자”라는 남 회장의 연합뉴스 인터뷰와 하림각에 붙은 ‘영업종료’ 안내문이 전부.


그런데 상당수 언론이 임대료 때문에 영업을 정지한다고 썼다. 반쪽짜리 보도. “정말로 눈물을 흘려야 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영업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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