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규 Jan 19. 2023

뱀파이어 스쿨

1. 합격 통지 <1>

 “축하합니다. 나스키고 학교 입학시험에 1차 합격했습니다.”

전화기에서 건조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합격이다! 혜연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합격이야? 합격?”

유미의 물음에 혜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우리 동네에서도 나스키고에 합격한 사람이 나온 거야?”

유미가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댔다. 혜연은 부담스러워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식당 <연꽃> 안에 손님들이 모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무언가 경이롭고 대단하다는 시선들이었고 몇몇은 뭔가 경멸하는 듯한 시선도 있었다. 혜연에게는 이 시선 모두 숨이 막혔다.

 “그만해. 아직 1차 합격이잖아.”

 “1차 합격이면 다 합격한 건데 뭐. 2차는 면접과 신체검사뿐이잖아. 2차 합격을 못 하는 게 이상한 거지 안 그래? 이야! 나스키고에서 졸업하면 넌….”

유미가 재빠르게 말을 내뱉다가 꿀꺽 침을 삼키고 혜연에게 남은 말을 토해냈다.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흡혈귀가 될 거야.”

 세상에서 가장 멋진 흡혈귀…? 어떤 흡혈귀가 되면 멋질 수 있지? 혜연은 프록시마b 성인 중에 멋진 흡혈귀를 본 적이 없다. 흡혈귀는 그저 흡혈귀일 뿐이다. 지구인의 피를 먹고 살아가는 사악한 지배자…. 혜연은 유미의 말처럼 멋진 흡혈귀가 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혜연이 아는 사람 중에 스펙탄토가 된 지구인은 본 적이 없으니까.

 나스키고 학교를 졸업한 모든 지구인은 졸업과 동시에 스펙탄토 DNA를 갖게 된다. 스펙탄토 DNA가 인간의 체내로 들어오면 그 녀석은 급속하게 자기 증식을 하고 인간의 DNA를 파괴하고 신체의 모든 곳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게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 만에 평범한 지구인은 프록시마b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지구의 지배자 스펙탄토로!

 “배신자! 에이 밥맛 떨어져!”

 “목소리 낮춰.”

 “내가 뭐? 그렇게도 흡혈귀가 되고 싶나?”

 식당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

 “뭐라는 거야? 재수 없어. 신경 쓰지 마! 괜히 부러워서 저러는 거야.”

 유미가 이렇게 말하고 애써 웃음을 지으며 혜원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도 흡혈귀가 되고 싶냐고? 아니 혜연에게 흡혈귀가 되는 것은 소망이 아니라 처절한 생존의 문제였다.      

 “여기 서명 그리고 여기도….”

 사내는 귀찮다는 듯이 건조하고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눈앞의 계약서가 평생을 지옥으로 끌고 갈 악마의 계약이라는 걸 알고 있는 혜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우리도 뭐 이렇게까지 하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런데 어쩌겠냐? 너희 엄마가 빌린 돈을 갚을 능력도….”

사내는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혜연의 어머니를 흘긋 보았다.

“남은 생명도 이제 거의 없으니 말이야.”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가난했다고 한다. 언제나 빚에 허덕였고 죽음 문턱에서도 그 빚은 늘어나기만 했다. 1억 3천만 Sg는 혜연이 평생 일만 해도 다 갚을 수 없는 돈이었다. 거기다 치료비와 입원비를 합하면 2천만 Sg가 더 늘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혜연이 갚을 돈이었다. 하지만 혜연은 엄마를 미워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엄마는 언제나 일을 했고 매우 부지런했다. 빚쟁이들의 독촉에 시달렸어도 혜연에게는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다. 혜연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엄마는 그 순간만큼은 지금까지의 모든 불행한 기억을 다 잊을 만큼 행복했다고 말했다. 혜연은 엄마의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아야 했다. 행복해질수 있다면 어떤 짓이라도 할 것이다. 그게 스펙탄토로 사악한 흡혈귀로 다시태어나는 것이라도 말이다. 

<계속 , 목요일마다 연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망각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