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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Jan 20. 2023

몬스터 바이러스

선택<2>

“누나 언제 와?”

뭔가 울먹이는 것 같은 윤수의 목소리 이제 중학교 3학년인데 아직도 초등학생인 것 같다. 

“이제 다 왔어. 너 점심은 먹었어?”

“....”

대답이 없다. 윤영은 화가 났지만, 꾹 참았다. 3년 전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뒤 윤수는 성장을 멈춘 듯했다. 일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일어나고 식사를 하고 학교에 가는 일 같이 대부분의 그 또래 아이들이 하는 일도 하나 챙겨야 했다. 윤수는 마치 부모에게 관심과 사랑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아기 새처럼 보였다. 하지만 윤영은 윤수에게 부모가 될 순 없다. 

“누나가 식탁 위에 챙겨뒀잖아. 그게 먹기 싫으면 라면이라도 끓여 먹든가.”

 “배고파 빨래와 누나. 끄으…. 끄으….”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가 끊어졌다. 마지막에 들리던 이상한 소리는 뭐지? 윤영은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점심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이 안에 있었을 윤수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얼마 후 윤영의 차는 윤영과 윤수가 사는 임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단지 울타리에는 곳곳에 커다란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우리도 사람이다! 임대 아파트 봉쇄 조치 계획 즉각 철회하라!”

 윤영은 현수막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윤영이 사는 임대 아파트 지역을 중심으로 몬스터 바이러스 이상 변이자들이 계속 발생하였고 결국 다음 주부터 이 지역 전체에 봉쇄 조치와 강제 검사가 진행된다. 그렇게 되면 윤영도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다. 내일부터 학교에 가기로 했던 윤수의 등교도 다시 미뤄져야 한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대부분의 임대 아파트 주민들에겐 아파트 봉쇄 조치는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시 당국에서 그런 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이곳 사람들은 언제나 혜택은 맨 나중에 받고 피해는 가장 먼저 입었다. 목소리를 내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도 살아 있다고 외마디 비명이라도 질러야 한다. 현수막의 거칠게 쓴 글씨에는 그런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이 빼꼭하게 적혀 있었다. 

 “콩나물 있으니 저녁은 콩나물국을 해야겠다. 저녁 먹곤 라면이라도 사야 하나?”

 격리가 시작되기 전에 비상 식량이 필요하다. 쌀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으니 라면과 의약품을 사야 한다. 윤영은 머릿속으로 격리 시 필요한 물건을 생각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때였다.

 “읔! 이게 무슨 냄새야?”

 비릿하고 끈적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 차 있었다. 윤영은 거실에 불을 켜고 급한 대로 창문을 활짝 열었다. 

 “윤수야 뭐 해 먹었어? 이게 무슨 냄새야?”

 “....”

 대답이 없다. 윤수의 방에는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조윤수? 방에 있어?”

 윤영은 더럭 겁이 났다. 윤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몬스터로 변한 사람들이 윤수를 해코지라도 했으면 어쩌지?

 이 생각이 미치자 윤영은 윤수의 방문 손잡이를 덥석 잡았다. 무언가 잔뜩 묻어 끈적끈적한 손잡이…. 윤영은 화들짝 놀라 손을 뗐다. 그 순간 굳게 닫힌 윤수의 방문 틈 사이에도 끈적거리는 푸른색 액체가 조금씩 삐져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집안에 가득 찬 끈적하고 비릿한 냄새의 원인은 윤수의 방이었다. 

 “누…. 나…. 끄으….”

윤수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배고파…. 누나…. 여기…. 내가 가득 찼어….”

 윤수의 목소리가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다. 윤영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몬스터 바이러스…. 그럴 리가 없다. 내 동생이? 절대 그래선 안 돼! 절대! 

 “누나…. 배고파... 끄으으….”

 수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 그 소리는 처음에는 우는 것처럼 보이더니 점점 갈수록 울부짖는 것처럼 들려왔다. 윤영은 귀를 막았다.

 “누나!”

 윤수가 으르렁거렸다. 

<계속 ....  금요일마다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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