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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Jan 27. 2023

몬스터 바이러스

선택<3>

 윤영은 거실에 그대로 주저앉아 귀를 막았다. 하지만 윤수의 울부짖는 소리는 날카로운 창처럼 막고 있는 윤영의 귀를 뚫고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해. 빨리 감염병 예방 본부에 연락해야 해. 아니야. AMCVA 환자들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윤수를 죽게 놔둘 거야? 하지만 이제 윤수는 돌이킬 수 없어. AMCVA 감염자들의 치료법이 없는거 몰라? 감염경로도 알려진 게 없어. 이대로 두었다가 나도 감염되고 끔찍한 괴물이 될 거야.’

 윤영의 마음은 그 순간에도 수도 없이 바뀌었다. 핸드폰 화면에 이미 감염병 예방 본부 연락처가 떠 있었지만, 윤영은 쉽사리 전화를 걸 수 없었다.

 “누…. 나….”

 윤수가 지금 윤영을 부르며 울고 있다. 방안의 윤수는 어떤 모습일까? 10㎝밖에 안 되는 얇은 문을 두고 있었지만, 윤영은 윤수와의 거리가 수십만 킬로미터 떨어진 것처럼 멀게 느껴졌다.

 ‘일단 윤수의 상태를 확인해야 해.’

 윤영은 주저앉은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시퍼런 액체가 뒤덮여 있는 문을 두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문 안에 있는 윤수는 어떤 모습일까? 이미 괴물로 변한 거라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방문을 뒤덮인 저 끔찍한 액체들은 무얼까? 저 액체에 닿으면 윤영도 감염되는 게 아닐까?

 순간 윤영은 자신의 바닥을 보이는 마음이 소스라칠 정도로 끔찍했다. 그리고 몇 시간 전 수호와 민석이에게 교과서 같은 말을 건넸던 자신이 한심하게 생각되었다. 그날 두 녀석은 동생들의 죽음을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한 달 전 수호의 동생은 괴물로 변한 민석의 동생에게 목숨을 잃었고 민석의 동생도 경찰들에게 사살되었다.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죽임을 당하는 상황….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어지는 현실을 피부 속 깊이 느끼며 두 녀석은 지옥과 같은 하루하루 견디며 살고 있었다. 그 녀석들을 앞에 두고 윤영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일까? 윤영은 윤수가 AMCVA에 감염된 것이 자기 잘못인 것 같았다. 담임 교사인 주제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도감에 빠져 두 아이에게 형식적인 위로와 무관심으로 일관한 윤영에게 하늘이 천벌을 내린 건 아닐까? 윤영은 자리에 다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누…. 나 도와줘.”

 윤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제는 선택해야 한다. 이 문을 열고 괴물로 변한 윤수와 대면할지 또다시 외면을 선택할 것인지. 윤영은 눈물을 쓱 닦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윤영은 마음을 굳혔다. 주방에서 고무장갑을 가져와 오른손에 끼었다. 그리고 윤수의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있어도 녹색 액체의 끈적임이 하나하나 느껴졌다. 윤수는 길게 심호흡을 한 뒤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문이 열렸다. 불쾌한 냄새와 함께 뜨거운 공기가 윤영을 덮쳤다. 그와 동시에 윤영은 자기 머리보다 큰 윤수의 눈알과 마주쳤다. 끈적거리는 푸른색 액체로 가득 찬 방에 거대안 두 개의 눈알이라니!

“누나!”

 윤수의 거대한 눈알이 윤영을 향했다. 그 눈을 본 순간 윤영은 3년 전 그날이 생각났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홀로 살아남아 차가운 병실에서 떨고 있던 윤수의 두 눈…. 윤수의 커다란 눈은 그때의 눈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윤영은 모든 선택을 끝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윤수를 지켜야 한다. 괴물로 변했어도 상관없다. 혹 윤수가 정신을 잃고 공격하더라도 윤영은 윤수를 지킬 것이다. 윤영은 동생의 슬픈 두 눈을 보며 맹세했다.

 “걱정하지 마! 수야. 내가 널 지켜줄 게 내 동생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아! ”

 윤영은 덜덜 떨리는 몸을 버티며 주먹을 굳게 움켜쥐었다.

<계속..... 금요일마다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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