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색한사람 Nov 19. 2017

본격 게릴라 가드닝

도심 속 찾은 흙에 꽃을 심다

어찌 말나 오면 바로 움직였더니 매주 보는 남자 셋, 그런데 가장 어려운 것이 팀명을 정하는 것이었으니. 

처음 모였을 때 결국 정하지 못하고 미뤘다가 추석쯤 회의 때 어떤 주제보다 오래 고민했더랬다.

그리너, 그린갱, 야옹아같이살자, colorcityrad 등 나오다가 "초록색의 컬러코드를 해볼까?"

해서 찾아보니 국제적으로 풀색이라고 명명하고 있는 코드가 있었다.

헥사코드로 #6a8518 

무신한 듯 녹색의 느낌을 그대로 가진 것에 만족하여 우리의 이름이 되었다.

--

네 번의 게릴라 가드닝, 

두 번째 합정

일시: 17.10.08, 15시~21시

장소:  합정역 근처 3곳

꽃: 루드베키아, 구절초, 소국 총 40분

도움 주신 분들: 장소/물 제공 이상인

첫 번째 게릴라가드닝은 신촌에서 진행했고(내용 → https://brunch.co.kr/@jjhktf/3) 친구들의 도움과 완성 후 뿌듯함에 자신감을 얻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고 겨울이 되면 꽃을 심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매주 진행하게 됐다. 


두 번째 장소는 친구에게 제보를 받았고 친구 집 앞 화단에서 심고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꽃은 양재 화훼단지에서 사기로 했는데 지난번 종로에서 꽃을 살 때 비닐봉지에 주시는 걸 보고 봉지 대신할 가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가방은 종구가 쓰고 남겨둔 현수막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손재주가 없는 우리는 좋은 시도를 해본 걸로 하고 허접한 보따리(위 사진) 하나 완성해서 꽃시장으로 향했다. (남은 현수막들이 집에 많이 쌓여있다..)


양재 화훼단지는 규모도 크고 멋진 열대 관엽식물, 꽃화분, 절화 등 종류도 많아서 갈 때마다 재밌는 곳이다.

시장을 슬슬 둘러보고 가을에 심으면 좋을 꽃을 알아보고 소국, 구절초, 루드베키아(하나 기억 안 남)로 총 40개를 샀고 합정으로 향했다.(양재는 좋은 곳이지만 너무 멀다. 다음부턴 배달 주문하기로 하고 사장님 명함을 받아왔다.)


이미 지친 몸을 이끌고 친구 집 앞에 도착, 소국 루드베키아 등으로 화단을 둘러주고 친구 집에서 물을 떠다 뿌려줬다. 친구는 대견해 보였는지 음료수를 사주더라.

그리고 맞은편 식당 직원 분이 나오셔서 뭐하는지 여쭤보았는데 승환이 서울시 사업이라며 꽃 심는 거라 했다.

처음 외부인의 관심/질문이었는데 잘 대처한 것 같다. ㅋㅋ


그리고 주변을 돌아 친구 집 앞 화단, 공사장 옆 자투리 땅, 어떤 빌라 화단 세 군데 꽃을 심고 마쳤다.

돌아다녀보면 꽃을 심을 자투리 땅(흙), 물을 받을 곳 은 항상 있더라. 아직까지의 경험으론 흙과 물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사람들 모아서 하는 경우엔 준비돼야겠지만)


합정 게릴라가드닝 영상

네 번의 게릴라 가드닝, 

세 번째 마포

일시: 17.10.13, 20시

장소:  마포 애오개 일대 3곳

꽃: 소국, 대국, 구절초, 나리 등 50분, 동백나무 3주 

종구의 회사 사무실 근처에 심기로 했다.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꽃을 지난번보다 많이 그리고 나무까지 심어보기로 했다. 식물들은 종구 사무실로 배달받았고 구르마(?)로 머~얼리 심으러 갔다.


꽃이 많아서 구르마 2개를 동원했고 거리도 멀어서 가는데 애를 먹었다. 열심히 도착한 곳은 도심 속 공원이었고 화단에 비어있는 자투리 흙이 있었다. 대국과 나리들을 마음 가는 대로 심어보았다.

공원에서 심는 건 처음이었는데 이미 가꿔지고 관리가 이뤄지는 곳에 게릴라 가드닝을 하는 게 큰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장소를 제안한 종구는 답압(땅이 눌려서 딱딱해지는 현상)으로 인해 식물이 살기 힘들어지는 흙이라서 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럴 거면 자연 속에 있는 흙(숲, 산 등)을 하는 게 좋을 것 같고 공원보다는 식물이 없는 땅들(관리되지 않아 죽어있는 화단, 쓰레기 쌓인 땅 등)에 꽃을 심어서 없던 정원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게/가에 대한 우리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생긴 작은 의견 충돌이었지만 차차 정리해보기로 하고 그대로 진행했다. 이렇게 하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기에. 사실 우린 의미보단 느낌에 충실한 행동파라 앞으로 생각 정리가 많이 필요할 듯하다.


그리고 남은 꽃을 가지러 사무실로 돌아와 주변을 배회하던 중 게/가 하기 정말 좋은 딱 좋은 곳을 발견해버렸다. 가게 문을 닫아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는 비어있는 화단이었다. 규모가 커졌긴 하지만 화단에 무거운 쓰레기들을 치우고 꽃을 심기 시작, 동백나무를 심기 위해 처음으로 큰 삽 사용했다. 

나중에 종구 제보로는 꽃들 상태가 양호하고 맞은편 가게 사장님이 물을 주기도 했다 한다. 뿌듯 :)


마포 게릴라가드닝 영상

네 번의 게릴라 가드닝, 

네 번째 홍대

일시: 17.11.05, 15시

장소:  홍대 놀이터 근처 2곳

꽃: 감국, 용담, 쑥부쟁이 등 21분 

(사진만 올리고 글은 얼마 쓰지도 않는데 지친다.)

첫 프로젝트로 했던 게릴라가드닝 올해의 마지막은 홍대 놀이터 근처에서 했다. 여기는 사람도 많이 다니는데 관리되지 않는 화단이 꽤 있어서 계속하고 싶었던 곳들이다. 감국 화분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는데 심 고나니 참 예뻤다. 능숙해진 우리는 꽃을 나르고 흙을 정리하고 심고 물 주고 착착 끝내갔다. 


그런데 빌딩 관리 아저씨가 나오시더니 꽃을 심어 놓으면 그 안에 버려지는 쓰레기 치우기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하셨다. 무서운 "하지 마 그냥!"...   다행히 다른 관리 아저씨는 괜찮다고 두라고 하시길래 일단 둬보고 더러워지면 다시 뽑으러 오겠다고 연락처 알려드리고 왔다. 

승환의 제보에 의하면 감국만 남아있고 쑥부쟁이와 용담은 다 캐버리셨다고..


홍대 게릴라가드닝 영상

9월 말에 시작한 #6a8518은 11월 초까지 자주도 만났고 게릴라가드닝도 열심히 했다. 일단 해본다는 의미가 컸지만 각자 의미가 있었고 뿌듯했겠지? 겨울 동안은 모종이 아닌 씨앗을 심어 도심 속 화단을 만들어 볼 생각이고 내년 봄에 더 예쁘고 환경에 도움이 될만한 게릴라가드닝(크게!)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다음 이야기에는 심었던 꽃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와 겨울 우리의 고민과 이야기를 가져와야겠다.


*우리 소식은 인스타그램 @6a8518 에서 확인할 수 있고 관심 있고 얘기 나누고 싶다면 누구든 환영이다!

작가의 이전글 첫 활동 - 게릴라 가드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