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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우씀 Nov 21. 2017

‘무논리’의 미학

"그냥 좋아, 무슨 설명이 필요해"

우연히 라디오 채널을 듣는데,  라틴 재즈가 흘러나왔다. 

티 없이 맑은 하늘과 푸른 나무들을 바라보며 듣는 라틴 재즈는 이상하리 흥을 돋운다. 

무엇보다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나의 흥을 돋운다.


“그래, 오늘은 이 음악으로 무한재생이다.”


그냥 좋았다. 그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광고를 애증하다보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좋은 브랜드나 제품은 이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무심결에 알게 돼서 그냥 좋아지는.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습니다"하고 뽐내는 것 말고,

그냥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것에만 집중하는 것.

그래서 그냥 좋아지는 것.


광고를 본다.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단다. 설득력 있다. 

근데, 그래서 싫다. 설득력이 있어서 싫었다. 

무언가 어필하려고 하는 것이 싫었다. 

그 속에서 사달라는 애원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싫었다. 

마치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예능의 설정을 봐버렸을 때의 느낌이랄까?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나는 좀 광고가 시니컬해졌으면 좋겠다.


“난 이런 브랜드(제품)인데, 이런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할 거야. 필요한 사람은 사고, 필요 없는 사람은 살 필요없어”


다소 퉁명스럽지만, 목적성과 진지함을 담은 것. 판매보다 제품성에 더 신경 썼다는 느낌.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는, 자연스러운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이런 브랜드들은 '그냥' 좋아진다. 특별히 튀지 않지만 그래서 더욱 빛난다. 


지극히 촌놈이지만, 우연히 들은 라틴재즈에 나도 모르게 흥이 돋는 것처럼.

나름의 논리보다는 부족하지만 진정성이 있는 그런 제품.

'그냥' 좋아지는 '생활명품'이 많아지길 바란다.



Cal Tjader & Eddie Palmieri - Picad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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