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을 울리는 두드림, 타악의 소리
타악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악기예요. 두드려 소리 나는 모든 것이 타악기의 범주에 속하다 보니 그 종류 또한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지요. 이런 타악기의 구분은 독일의 음악학자 호른보스텔과 작스의 악기 분류법에 따라 몸 울림 악기 ‘이디오폰’과 막 울림 악기 ‘멤브라노폰’으로 나눌 수 있으며 이를 다시 ‘고른음을 내는 악기'와 ‘시끄러운 음을 내는 악기’로 구분할 수 있답니다.
먼저 몸 울림 악기를 살펴보면 몸통 자체가 울려 소리 나는 악기로 심벌, 공, 트라이앵글, 윈드차임, 징글, 실로폰, 마림바, 글로켄슈필, 우드블록, 캐스터네츠, 마라카스, 귀로, 카바사 등 엿장수의 가위로부터 스님들의 목탁까지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며 소리 내는 방법 또한 다채롭지요. 이와는 달리 막 울림 악기는 북처럼 막을 울려 내는 악기로 팀파니, 젬베, 봉고, 콩가, 북 등이며 이는 또 한쪽 막과 양쪽 막으로 구분하기도 해요.
고른음을 내는 악기란 음의 높낮이를 가지고 있는 악기를 뜻하는 것으로 실로폰, 마림바, 글로켄슈필, 팀파니가 대표적이며 북, 심벌, 캐스터네츠 등 일정한 음의 높낮이가 없는 악기는 시끄러운 음을 내는 악기로 구분할 수 있어요. 이런 많은 타악기들이 주목 받기 시작한 건 20세기예요. 수백 년 동안 지속되었던 선율과 화성 중심의 작곡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찾고자 열망했던 20세기 실험주의 작곡가들이 리듬과 새로운 음색에 주목하기 시작하며 바야흐로 타악기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죠!
마림바는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실로폰의 아프리카 어입니다. 콘서트를 위한 대형 실로폰을 만들며 기존의 작은 실로폰과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랍니다. 형태나 연주법이 실로폰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소리 막대 아래 조율된 울림통이 달려 있고 음역이 더 넓으며, 실로폰보다 한 옥타브 낮은 음역으로 조율되어 있어 울림이 풍부하고 보다 따뜻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답니다.
마림바의 건반은 장미목이나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며 사다리 형태의 틀 위에 피아노 건반처럼 배열해 말렛이라고 부르는 마림바 스틱으로 두드려 연주하는데요. 화음 연주를 할 때면 양손에 두 개씩, 총 네 개의 말렛을 잡고 연주하기도 한답니다.
마림바는 건반이 나무인 까닭에 음의 지속력이 짧아 박자의 길이만큼 한 건반을 여러 번 치는 작은북, 스네어 드럼의 롤 기법을 사용해요. 때문에 마림바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작은북을 배워야 한답니다. 마림바가 오케스트라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47년 ‘프랑스 6인조’ 중 한명이었으며 다조성 음악으로도 유명한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가 <마림바와 비브라폰을 위한 협주곡 Concerto for Marimba and Vibraphone>를 발표하면서 부터인데요. 이후 베넷, 하르트만, 메시앙, 칼 오르프 등이 그들의 작품에 마림바를 사용하였답니다. 이와 더불어 마림바와 같은 형태의 악기 중에는 쇠건반을 사용하는 글로켄슈필과 전기 장치로 음을 떨어주는 비브라폰도 있답니다.
Tip.
마림바나 실로폰 모두 나무로 만든 건반을 사용함에도 실로폰 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악기를 떠올리기 쉬운데요. 사실 철판으로 만들어진 건 실로폰이 아니라 글로켄슈필이라고 한답니다. 실로폰은 나무를 뜻하는 xylon과 소리를 뜻하는 phone의 합성어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나무로 만들어진 소리 막대에 붙이는 이름이거든요. 더불어 19세기 이전, 유럽에서 사용했던 악기 중에는 실로폰과 비슷한 형태의 밀집 피들 ‘스트로 피들’이 있었는데요. 이 또한 공명을 위해 밀짚 위에 나무판을 올려놓고 연주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참! 딸기를 ‘스트로베리’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와 비슷한데요. 스트로베리라는 이름은 딸기가 땅에 닿아 무르지 않도록 밀집straw 을 깔아 재배한 데에서 비롯되었답니다.
팀파니는 작은북이나 큰북과 같은 막 울림악기이지만 그들과 달리 음정을 가지고 있는 악기로 이미 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트럼펫과 함께 군대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17세기 중반 타악기로는 가장 먼저 오케스트라에 편성되며 금관악기를 보강하는 역할로 많이 사용했답니다.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 유독 트럼펫과 짝을 이룰 때가 많은 거고요. 독일의 트럼펫 연주자 겸 작곡가인 알텐부르크가 작곡한 7대의 트럼펫과 팀파니를 위한 협주곡 D장조를 듣다보면 정말 둘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곤 한답니다. 팀파니는 다섯 대가 한 세트로 그 크기에 따라 음역이 다르지만 겹쳐지는 음역이 있어 보통은 두세 개의 팀파니를 두고 사용한답니다.
또한 팀파니 채인 말렛도 악곡의 성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달라요. 보통 강도에 따라 소프트, 미디움, 하드 등으로 나뉘며 이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답니다. 12음을 모두 낼 수 있는, 즉 음정이 있는 악기이다 보니 다른 타악기와 달리 낮은음자리표의 오선지를 사용하지만 12대를 모두 놓고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 두세 개의 팀파니로 페달을 밟아 필요한 음을 바꿔가며 연주한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락을 연주하기에는 무리가 있지요. 간혹 음의 변화가 많은 곡을 연주할 땐 연주 중에 계속해서 음을 맞춰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요. 때문에 보통은 작곡가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작곡을 한답니다. 하이든의 <교향곡 103번 드럼 롤 Symphony No. 103 E flat major Drum roll>과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piano concerto in a minor op. 16> 모두 팀파니의 격정적인 트레몰로를 통해 음악이 시작 된답니다.
스네어 드럼 Snare Drum
일명 작은북으로도 불리는 스네어 드럼은 양쪽 막 울림 악기로 아래 막에 19개 정도의 쇠줄로 스프링을 펼쳐 놓은 모양의 띠 형태 스네어 장치가 붙어 있어 스네어가 없는 탐형태의 작은북과는 그 소리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답니다. 마칭 밴드와는 달리 오케스트라에서는 주로 이 스네어 드럼을 사용하는데요. 타악기의 핵심이랄 수 있는 리듬을 담당하는 악기로 그 연주법에 있어 사실상 마림바, 팀파니, 재즈에서의 세트 드럼 등 모든 타악기의 기본이 되는 악기랍니다. 때문에 타악기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그리고 반드시 익혀야 하는 악기로 특히 타악기 입시에서 팀파니, 마림바와 함께 아주 중요하게 평가받는답니다.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 La Gazza Ladra Overture>은 스네어 드럼 특유의 롤 연주로 시작한답니다.
김광민 (재즈피아니스트,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악기 이야기를 가지고 서양음악 전반을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음이 놀랍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 특성상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자세한 설명으로 이를 풀어나갔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딱딱한 내용일 거란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즐거운 시간이었음이 기쁘다.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원장,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클래식 악기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통해 마치 ‘참고서’처럼 누구나 클래식 음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문화에 깊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한웅원 (재즈드러머)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직접 접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힘든 클래식 악기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이 책을 부담 없이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 음악에 한 발 다가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 전공자, 음악 애호가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이란 쉽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악기들이 모여 앉아서 악기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때로는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독주를 하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모르니까 어렵게 느껴졌던 것뿐이에요. 사실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게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