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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악기 이야기
by Edward Lee Mar 18. 2016

젓가락 행진곡은 누가 만들었을까?

오케스트라라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지휘자에 대하여

첫 번째 글에서는 피아노로 여러분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현악기의 대표주자, 바이올린을 소개했었고요. 그리고는 금관악기 트럼펫, 목관악기 플루트, 목관악기지만 오케스트라 악기보다는 재즈 악기에 가까운 색소폰, 그리고 저번 주에는 타악기를 차례로 소개했었어요. 여러분은 벌써 저와 함께 오케스트라 악기의 반절은 돌아본 셈이네요.




피아노의 페달이 세 개인 이유는?
바이올린 한 번 만나 보실래요?
천사들이 들고 있는 악기의 정체는?
모차르트는 왜 플루트를 싫어했을까?
허스키한 매력의 색소폰을 말하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악기는?




오늘은 매거진 '오케스트라 이야기'의 마지막 순서로 그 어떤 악기도 아닌 바로 '지휘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똑같은 곡을 연주해도 연주자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른 건 무엇 때문일까요?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와 토스카니니가 지휘한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은 같은 곡이면서도 어째서 6분이라는 시간 차이가 생기게 된 걸까요?


악보라는 것이 생각보다 추상적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답니다. 느리게, 조금 느리게, 보통 빠르게, 빠르게, 점점 느리게, 점점 빠르게, 여리게, 조금 여리게, 조금 세게, 점점 세게, 점점 여리게. 언뜻 명확해 보이는 악상기호들도 그 기준에 있어 연주자들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빈틈없이 수학적일 것만 같은 음표와 쉼표들 또한 연주자들마다 그 사용하는 길이가 조금씩 다름을 알 수 있지요.

 

무수한 속도법, ‘아고긱’과 셈여림, ‘다이나믹’을 활용해 연주자들은 각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구성원들의 각기 다른 음악적 표현들을 조직화하고 융합해 하나의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하고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음악적인 경험과 열정, 리더십, 그리고 나아가 이를 구성원과 대중들에게 증명해야 하는 총체적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겠지요.








18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지휘자란 직업이 따로 없었답니다. 악단 규모 자체도 소편성이었고, 음악적 구성을 보아도 일정한 빠르기, 단순한 셈여림 등 지휘자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구성이 단순했거든요. 특히 작곡가가 직접 자기 작품에 연주자로 참여하다 보니 눈짓 정도로도 얼마든 연주를 진행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18세기 들어 화성 음악이 시작되고 오페라가 발달하며 오케스트라의 구성이 확대되다 보니 한 사람이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감당하기가 어려워지며 지휘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답니다. 


그래서 18세기의 작곡가들은 직접 연주에 동참하던 것에서 벗어나 오케스트라 정면, 측면에서 연주의 시작이나 빠르기, 리듬의 통일, 강약 등을 지시하는 역할, 즉 지휘를 하곤 했는데요. 이런 형태의 지휘는 18세기 오페라 개혁으로도 유명한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Orfeo ed Euridice》의 작곡가 글룩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글룩은 음악을 통해 오페라의 내용을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오케스트라를 연습시키는 한편 효과적인 연주를 위하여 지휘법을 연구하기도 했어요. 글룩 이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치며 지휘자의 역할은 더욱 확대되기 시작했으며 19세기 멘델스존을 시작으로 자신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지휘하는 전문 지휘자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답니다. 


우리에게 <결혼 행진곡 Wedding March>으로 잘 알려진 멘델스존은 최초로 지휘봉을 사용한 지휘자이며 동시에 현대의 지휘자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지휘자였습니다. 그는 26세의 나이에 현존하는 오케스트라 중 가장 오래된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종신 지휘자로 활약하며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을 초연하는 등 많은 곡들을 직접 지휘해냈지요. 멘델스존은 자신의 작품을 지휘하던 이전의 형태에서 벗어나 현대 지휘의 핵심인 곡 해석을 지휘의 역할에 포함시킨 최초의 지휘자였답니다. 









지휘자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저마다의 음악 세계를 가지고 있는 여러 연주자들로부터 합일된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폭넓은 음악적 경험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지휘자들 중에는 뛰어난 연주자 출신이나 4성부 전체를 아우르는 피아니스트, 또는 클래식 악기 전체를 공부하는 작곡과 출신이 많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휘란 단순히 지휘봉을 흔드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재탄생시키는 것이거든요. 


이를 위해서는 피아노만큼 좋은 악기가 없답니다. 많은 작곡가들이 피아노를 통해 그들의 교향곡을 작곡했던 것처럼 지휘자들은 4성부가 가능한 피아노를 통해 때로 음들을 해체시키거나 결합시키며 음악에 미학적으로 접근하고 이를 다시 오케스트라를 통해 발현해냈답니다. 대학 또는 대학원의 지휘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피아노 실력을 요구하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고요. 더불어 정확한 음감과 박자감 또한 지휘자라면 반드시 지니고 있어야 한답니다. 









지휘자들이 보는 악보는 보통 풀 스코어라고 불러요. 이는 수십 종류의 악기들을 파트, 성부별로 묶어 놓은 것으로 각기 다른 조성, 다른 음자리표를 사용하는 연주자들과 의사소통을 하려면 이를 순식간에 계산하며 읽어나갈 수 있어야 한답니다. 오페라의 경우는 훨씬 더하지요. 


지휘자는 크게 상임 지휘자와 객원 지휘자로 구분합니다. 상임 지휘자는 일정한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으며 오케스트라 단원 채용 등 행정 운영 전반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답니다. 이와 달리 객원 지휘자는 상임 지휘자가 출장을 갈 때 등 특별한 경우 일회성으로 초청하는 지휘자를 뜻한답니다. 때문에 같은 교향악단일지라도 연주에 따라 지휘자가 달라질 수 있어요. 좋아하는 클래식 작품이 있다면 지휘자에 따른 비교 감상도 참 즐거운 일이죠. 교향곡 같은 경우는 악장별로 비교하며 들어 보는 것도 좋답니다. 


그리고 지휘자에 좀 더 관심이 있다면 지휘자가 마주 보이는 합창석에서의 감상을 권해 봅니다. 지휘자가 어떻게 오케스트라와 교감하는지 살펴볼 수 있거든요. 예약할 때 프로그램 중 합창이 없을 경우나 객석이 만석일 경우 합창석을 원하면 간혹 합창석에 자리를 배정 받을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보통 객석의 1층이 로얄석인데 사실 클래식 전문 연주홀이 아니라면 1층보다는 오케스트라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2층이 훨씬 감상하기에 좋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요.    

                








젓가락 행진곡을 작곡한 륄리

뛰어난 음악적 재능으로 프랑스 루이 14세의 궁정악단 음악가로 활약하며 후에 프랑스로 귀화했던 이탈리아 작곡가, 륄리.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젓가락 행진곡”은 바로 륄리의 작품입니다. 지휘자라는 직업이 따로 없던 그 시절 작곡가들은 작곡, 연주, 연주 지도, 지휘 이 네 가지를 모두 해야만 했어요. 작곡가들은 또한 연주자들 옆에서 박자를 쳐 주곤 했지요.

이것이 륄리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옵니다. 기다란 지팡이로 땅바닥을 사정없이 내려치며 박자를 쳐 주다 그만 발가락을 찍게 된 건데요. 이 상처에 세균이 감염되며 결국 륄리는 사망에 이르게 된답니다. 좀 더 일찍 현대의 지휘봉이 나왔으면 좋았겠지요?




지휘계의 양대 산맥 이탈리아의 토스카니니와 독일의 푸르트벵글러

토스카니니와 푸르트벵글러는 현대 지휘의 거장으로 비록 고인이 된 지 오래지만 지금까지도 그들의 음반은 연주의 정석으로 통하며 많은 지휘자들에게 훌륭한 교범이 되고 있어요. 재미있게도 이 둘은 서로를 몹시 싫어했답니다. 절대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았으며 혹여 만나더라도 당장 서로를 물어뜯을 것만 같은 절대적 앙숙이었답니다.

바로 서로 대비되는 확고한 음악 철학 때문인데요. 직관적인 성격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곡 해석을 달리하며 새로운 음악의 창조를 주장했던 푸르트벵글러, 주관적 해석을 철저하게 배제하며 절대적으로 작곡가의 의도를 재현하고자 악보에 충실했던 토스카니니. 어쩌면 이들의 갈등과 대립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참!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추앙받았던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바로 이 토스카니니의 사위였답니다.











김광민 (재즈피아니스트, 동덕여대 실용음악과 교수)

자칫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는 악기 이야기를 가지고 서양음악 전반을 쉽고,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음이 놀랍다. 악기에 대한 이야기는 그 특성상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를 만족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자세한 설명으로 이를 풀어나갔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딱딱한 내용일 거란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즐거운 시간이었음이 기쁘다.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원장, 인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클래식 악기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통해 마치 ‘참고서’처럼 누구나 클래식 음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놓은 책이다. 이 한 권의 책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문화에 깊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란다.


한웅원 (재즈드러머)

음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도 직접 접하지 않으면 제대로 알기 힘든 클래식 악기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듯 이 책을 부담 없이 하나하나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 음악에 한 발 다가선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음악 전공자, 음악 애호가 모두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클래식 음악이란 쉽게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악기들이 모여 앉아서 악기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겁니다. 때로는 모여서 하모니를 이루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서 독주를 하기도 하죠. 그런데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모르니까 어렵게 느껴졌던 것뿐이에요. 사실 클래식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잘 몰라서 익숙하지 않다는 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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