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판타지 영화
너무 안타깝다. 왜 배너를 헷갈리게 만들었는가! 제목을 티켓을 받을 때까지 <맨 오브 라만차>고, 부제가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로 알고 있었다. 나만 그랬겠지?
확실히 돈키호테와 관련된 영화인 건 제목과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등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스페인 영화라고 했는데, 배경만 스페인이었고 익숙한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 재미난 영화였다. <스타워즈>에서 아버지를 죽이는 희대의 악역으로 기억에 선명한 <아담 드라이버>가 참 딱 맞는 배역을 맡았고, <맘마미아>의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나와 반가웠다. 영화 그대로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조아나 리베이로.
무엇보다 돈키호테 역의 '조나단 프라이스'는 전생에 진짜 돈키호테가 아니었을까 하는 완벽한 캐스팅. 아직 한 번도 읽지 않은 실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게 되면 이제 자연스럽게, 프라이스의 얼굴이 먼저 떠오를 것 같은 문제.
잠실 롯데시네마라서 이사님께 드릴 말씀도 있고 같이 동행했다. 이전에 '입은 아이되오'만 기억나는 <우상>을 보여드려 죄송했는데 한 번에 만회했다.
이번에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어떤지 봐야 알겠지만, 내 기억에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천재로 인정받는 CF 감독 토비(아담 드라이버)가 돈키호테를 소재로 하는 광고 촬영에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더 나아가지 못하는 때, 졸업작품으로 찍은 자신의 작품을 발견. 그 작품 역시 <돈키호테>였고. 이 때 촬영한 마을로 가는데, 출세한 자신과 반대로 모두 삶이 뒤바뀌어 있다.
당시 '돈키호테' 역할을 했던 구두장이 노인이 정말 돈키호테가 되어버려 자신을 산초라고 부르고 실랑이 하던 도중 일이 커지고 커져서 모험이 시작된다.
이 감동을 어떻게 설명해야하는지.
음악부터 정열적인 라틴풍의, OST에 집중한 첫 영화. 배경 또한 기가 막혀서 분명 지금 존재하는 곳인데도 수백년 전의 중세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위스키 재벌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모든 참관객을 중세풍의 복장으로 입게 했다는 설정도 만족.
돈키호테는 미친 것인가? 원래 미친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미친 것인가? 구두장이는 미친 것인가? 원래 돈키호테였던 것인가?
완전히 서양의 '장주지몽'이 아닌가.
의상과 미쟝센. 환상과 현재가 자연스럽게 교체되면서 무엇이 진짜고, 허상인지 분간이 안되는. 어느새 영화 안으로 관객이 빨려들어가는 마술 같은 영화였다. 이게 진짜 판타지 영화가 아닌가.
왜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했는지 이해가 갔다. 영화를 보자마자 책 장바구니에 돈키호테를 담았다.
처음 DVD를 건네준 집시가 진짜 마법사가 아닐까 하는 반전을 기대했는데, 더 충격적인 반전! 최고의 엔딩?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