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haela Oct 31. 2022

하루에 마흔세 번이나 석양을 볼 만큼..

2022년 10월의 마지막 날.

라디오를 들었다.

< 김미숙의 가정음악 > 프로그램에는

한마디 문장에 담긴 풍경과 의미들을 새겨보는 '문장의 풍경들'이라는 코너가 있다.


오늘은 『 어린 왕자 』의 문장을 들려줬다.


아! 어린 왕자, 나는 이렇게 해서 너의 하찮고 우울한 일상을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너에게 소일거리라고는 해 질녘의 감미로움을 음미하는 것밖에 없었지. 나흘째 되던 날 아침, 나는 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어. 네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거든.
"나는 해 지는 풍경이 참 좋아. 해 지는 걸 보러 가자."
"기다려야지."
"기다리다니, 뭘?"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너는 처음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곧 스스로 한 말이 우스웠던지 웃음을 터뜨렸어.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지.
"난 내가 아직도 내 별에 있는 줄 아나 봐!"
그렇구나. 이곳에서는 미국이 정오면 프랑스에선 해가 진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거든. 만약 프랑스까지 일분 만에 갈 수만 있다면 네 생각대로 해 지는 것을 볼 수 있겠지. 그러나 불행히도 프랑스는 미국에서 너무 먼 곳에 있단다. 하지만 너의 그 작은 별에서는 네가 앉아 있는 의자를 조금씩만 당기면 해가 지는 것을 항상 볼 수 있겠구나. 그러니 너는 네가 원하면 언제든지 해 지는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던 거야…….
"하루는 해가 지는 것을 마흔세 번이나 보았어!"
그리고 조금 후에 넌 다시 말했지.
"있잖아…… 몹시 슬퍼지면 해 지는 모습을 좋아하게 돼."
"그럼 마흔세 번이나 석양을 본 날은 그만큼 슬펐던 거야?"
어린 왕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 생텍쥐페리, 『 어린 왕자 』


매거진의 이전글 종이책의 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