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네치카 Jan 17. 2021

나의 소중한 인연들에게  

인연은 운명이 아니라, 마음의 절실함과 안간힘에서 온다.  

 새해가 밝으면, 나의 소중했던 이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낸다. 나이가 먹을수록, 해가 거듭될수록 나에게 소중한 이가 누구인지 잘 알게 된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 아침과 밤이 다른 시간에 살아도 옆집 이웃 같은 사이, 메시지만 봐도 목소리가 생생히 구현되는 사이의 사람들은 참 고맙고 애틋하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연을 맺고 오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깊은 애정과 애틋한 고마움이 있다.

 인연이란 단어는 무언가 나에게 낭만적이다. 내가 어떻게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도 않고, 피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운명 같다. 그래서 모든 인연은 낭만적이면서, 운명적이다. 초현실적인 힘에 의해, 누군가가 이야기를 그렇게 끝맺어 놓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그 운명이 당신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일인가. 슬픈 건,  모든 운명이 행복한 결말은 아니라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그렇듯, 때때로, 혹은 자주 운명은 비극을 불러들인다. 꼭 함께 하고 싶었던 사람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슬프게 만드는 것도 운명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그 결말은 달라지지 않는다.

 인연에 관한 많은 수필과 노래들이 있다. 그 콘텐츠 속에는 인연의 애절함과 가혹함이 같이 담겨있다.

 노사연의 '만남'이란 노래에서는 우리 만남은 인연이 아니라, 우리의 바람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바랬지만, 얻을 수 없는데에서 오는 비극을 노래한다. 솔리드의 '천생연분'은 서로 바람피워도, 우리는 결국 우리일 수밖에 없다는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을 강조한다. 나미의 '슬픈 인연'은 아예 슬픈으로 이 인연을 규정한다. 끊어진 인연에 가슴 아파하며 절절히 노래한다. 피천득의 인연에 나오는 구절은 인연에 있어서 일종의 바이블 같은 구절이 아닐까 싶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처럼 인연을 잘 설명하는 글귀가 있을까.

  그런데 말이다. 그럼 나의 소중한 인연들은 모두 운명이 허락한 연이었을까. 영화나 소설처럼 거대한 비극 속에 사는 것은 아니어도, 우리 매일 모두 모두 나름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꿋꿋이 살아간다. 회사에 출근해서 성공을 맛보기도 하고, 시험에 떨어지기도 하고, 스키 타러 가서 갑자기 다리에 깁스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많은 일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어떻게 이 인연들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인연은, 그리고 사랑은 간절함이 만들어 내는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운명은, 그리고 타이밍은 찾아드는 우연이 아니다. 간절함을 향한 숱한 선택들이 만들어 내는 기적 같은 순간이다. 주저 없는 포기와 망설임 없는 결정들이 운명을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기사님이 쓴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에 대한 평의 한 구절도 옮겨보려 한다.


 '기억은 결국 불쑥불쑥 틈입해 들어오는 경험의 편린이 아니다. 부서지고 쪼개지는 망각에 힘을 다해 맞서는 저항의 결실이다.'


 상대방을 기억하기 위해 운명을 열심히 저항하는, 혹은 만들어내는 의지에서 희망을 말한다. 결국 인연은 운명이 아니라, 마음의 안간힘과 절실함으로 맺게 되는 것이다. 따스하게 힘내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친구의 마음,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잊지 않고 안부를 묻는 전화, 그 사람의 행복한 일을 같이 행복해주는 공감, 그 사람의 안 좋은 일에 , 묵묵히 곁을 지키는 혹은 지켰던 순간들이 만들어 낸 산물이 인연이었다.



 이 글을 빌어, 나에게 그 소중한 순간순간들을 내어주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때때로 피곤하고 지쳤던 일상 속에서 마음과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준 사람들의 정성에,  마음이 꼭 눈 밭 위에 햇살처럼 따스해진다. 정작 친구가 힘든 시절에 같이 곁에 있어주지 않았는데도, 그때는 다 힘들었었다고 오히려 나를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친구,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해도 인스타그램에 라이크를 눌러주고, 한 번 만나면 잘 살고 있다고 칭찬해주는 선배, 나도 걱정 안 하는 나의 은퇴 후 미래를 생각해서 부동산 뉴스를 자주 전해주는 살뜰한 언니, 내 성격의 고약함과 집요함을 알면서도 웃어넘기고 받아주는 친구, 등등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저도 더 잘할게요. 저도 더 절실하고 안간힘으로 사랑하며 이 인연을 오래오래 지속할게요! 다짐해 보는 주말이다.


Ps. 위에 언급한 노래들이 너무 옛날 노래 같아서,, 문득 내 나이를 돌아보게 된다. 생각해보면 요즘 신곡에는 '인연'이란 가사말이 잘 없다. 다들 인연을 잘, 멋지게 만들어 내고 유지해 내는 시대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번 새해는, 떡국 말고 떡볶이가 먹고 싶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