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친구는 말했다.
요즘 한밤 중 깨어나는 날이 잦다고.
너무 무서워서 깨어난다고.
친구는 얼마 전 이혼을 했다.
이혼을 진행하는 몇 개월 사이 살은 5kg이나 빠져
원래도 마른 몸은 뼈가 앙상하게 만져질 정도였고
언제나 당당하던 목소리는 이따금 흔들렸다.
결혼 전에도 부모님과 함께였으니
혼자 살아가는 것은 처음이다.
이따금 부모님이 시골에 가실 때면 나 역시 혼자이다.
늦은 귀가가 잦은 나는 빈집에 들어갈 일이 잘 없다.
하지만 이런 날이면 문득 낯섦을 느낀다.
조용하고 인기척 없는 그 공간에서
왠지 모를 낯섦과 함께 찬기운이 느껴진다.
시간마다 보일러는 드르렁 소리를 내며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음에도.
그래서 이불을 머리까지 푹 덮고 잠을 청한다.
아마도 너도 그렇겠지.
낯섦과 차가움.
그리고 그리움이 그 밤,
너의 머리맡을 맴돌고 있겠지.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