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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25. 2020

어른

어른이었던 적이 있던가


나는 이제 "어른인데 혼자서 할 수 있지?" 하는 그 어른에서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해야 한다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단어 정도로 사용되었던 어른이 아닌 정말로 모든 것을 나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째서 불안감과 씁쓸함만이 커지는 것일까. 무엇이 재미있는 건지, 즐거운 것인지는 더 애매해졌고 숨기는 것만 늘어나 버린 매 순간이 씁쓸하고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것만 같다.



늘씬한 몸에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멋진 모습으로 어느 건물의 복도를 걷는 모습이 언젠가 내가 상상하던 어른의 모습이었고, 어물쩍거림 없고 단호하지만 상냥하고, 아주 똑똑하진 않아도 지혜로우며 어떠한 고민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이 내가 상상하던 어른의 모습이었다.

지금의 난 허리디스크로 또각거리는 구두와 멀어진 지 오래이고, 우유부단하며 현명하지 못한 내 모습에 침대에 머리를 박고 우울해하며 고민하는 날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나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고독이 되었고 이 고독이라는 녀석과는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겨우 작년쯤 깨달았다. 분명 날 사랑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지만 그들과의 시간은 아주 잠깐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일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다라버렸다. 나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어른의 모습이 되어있었다.


20대까지만 해도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 어른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어렴풋이 안다. 어른은 그저 단어일 뿐이라는 것을.

결혼을 해야 어른이라니 말도 안 돼


주변의 모두. 나이가 적든 많든, 모두가 고속도로 옆에 우연히 낙하하여 피게 된 잡초라도 되는 듯이 세차게 부는 바람에 맞서며 땅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흔들리고 뜯기고 고독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특별한 어른을 꿈꾸었던 것 같은데 네이버 국어사전에 실린 1, 2번에 해당하는 어른밖에 되지 못하였다. 분명 장자(長者)는 되었는데 어른은 되지 못한 것 같은 나는 마냥 조바심이 나고 마음이 쪼그라든다.


과연 어른이란 존재하는 것 일까?

살아가는 동안 완전체의 어른이 될 수나 있을까?

나는 여전히 내가 만들어놓은 어른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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