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킴느림 Jul 07. 2020

주체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겁이 난다.

나의 무기력함에게 제대로 말을 걸어보려 한다.

나는 불안이 감싼 세계에서 오래 견디며 살아왔더니 힘을 내는 방법을 잘 모른다. 무기력하여 주체적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맛인지 잘 모르겠다. 무엇에 기반하여 사람들은 힘을 내고 열심히 살아갈까? 문득 나는 어디서 힘을 받고 내 엔진을 가동해야 할까 궁금해졌다. 왜냐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간절하게’ 무언가를 바라고 성취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간절함’을 어떻게 이루어내야 할지 그 ‘기술’을 잘 모르겠다. 아니, 그 간절함을 얻기 위한 과정을 견디기가 너무 힘이 든다. 시작조차 어렵다. 그만큼 실행이란 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상담심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을 진학하고 상담도 하고, 열심히 수련도 받고, 시험도 응시하곤 했지만 난 아직 너무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상심리학에 대해 얘기할 때 심리검사도구에 대해 얘기할 때 난 아직도 아마추어 같이 버벅거리고 있다. 그런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쓸모없이 느껴진다. 과연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걸까? 라며 자문하며 자책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 같다. 직업적으로도 자리를 잡아가고, 내담자를 위해 고민도 하며 심리상담사의 삶 ‘속’에 속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삶 ‘속’에서 한걸음 빠져나와 발가락 하나만 걸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무엇이 대체 두렵길래? 


나는 내가 똑똑히 처신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여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들킬까 봐 너무 두렵다. 년수는 차가는데 아직도 초심 같은 미숙함이 부끄럽다. 누군가를 책임져야 된다는 생각이 커서 부담스럽고 무섭다. 내가 맡은 일을 내가 책임감 있게 잘해나갈 수 있을지 몰라 너무 두렵다. 내가 과연 ‘  있을까?


이런 생각들만 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러니 내가 시작조차 할 수 있을까? 나를 나조차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까? 겁이 난다. 너무너무 겁이 나고 무섭고 두렵다. 이게 정말 나의 가장 솔직한 심정이다.


나는 아직도 세상 밖으로 나아가기가,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내 일’에 책임을 지기가 너무너무 무섭다. 그러니 무기력하게 숨어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더욱 숨어있기가 수월해졌다. 결혼을 했고 새로 일궈놓은 ‘내 가족’의 등 뒤에 숨어 있으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용인은 가능하니까. 한마디로 핑계대기는 더 쉬워졌다. ‘저는 주부예요’라고 하면 되니까. 근데 마음 한편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괜찮다 하여도 나중에 ‘덜’ 가부장적인 남편과의 관계는, 태어날지 모르는 내 아이에게 나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고민이 크다. 나는 이 고질적인 고민에게 이제는 제대로 말을 걸어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