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작은 이야기>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면 회피하고 싶어 진다. 아주 잠깐이라도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어 조금 전에 일어난 일, 그전에 일어난 일, 앞으로 일어날 일이 모두 정지된 채 혼자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도 모든 일들은 지체 없이 원래 그랬어야만 하는 것처럼 일어난다. 번쩍 정신이 들면 어느새 외면하고 싶었던 일의 중심에 서있었다. 외로웠다.
슬픔을 써 내려간다는 것은 글 속에 무덤을 만드는 일이다. 슬프니까 슬프다고 말하는 것이 타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이다. 슬프다고 말하려면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마치 그래야 공감을 해줄 것 아니냐고 설득하며 어떤 비밀 하나쯤 들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세상에 완전한 공감은 없다. 찰나의 순간에 당신이 얘기한 슬픈 일에 공감한다는 것은 역시나 찰나의 공감일 뿐이다. 고백하건대 슬픔에 대하여 완전하게 고백한 적이 없다. 무엇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어느 정도 슬펐는지 완벽하게 고백한 적이 없다. 뱉어낸 말들이 나에게 유리할 경우도 있었고 불리한 것들은 슬며시 빼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글 속에 무덤을 만들었다. 장례를 지내고 산소에 가듯 찾아갔다. 그때는 슬펐는데 지금은 괜찮은 것 같다며 종종 인사를 건넸다.
슬픔 무덤은 오래도록 그 자리에 있었다. 보탬도 빠짐도 없이 날 것 그대로였다. 다시 고백하건대 글 속에서는 기승전결이 완전한 슬픔 자체였다. 마음만 먹는 다면 벌거벗은 이 글은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소멸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무덤에 묻어버리듯 슬픔을 묻어버렸다. 슬픔을 위해, 나를 위해.
그리고 나는 슬픔을 위해, 나를 위해 무덤을 찾아가 오래도록 슬퍼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