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가 그리운 시간

<다정하고 작은 이야기>

by 정문향





감정이 예민하다고 말해야 할지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체로 남들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자주 포착하는 편이고 자주 사소한 것들에 감동을 받는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섬세하게 들여볼 수 있다는 것은 예민함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자주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어떤 생각을 떠올릴 때부터 행동으로 옮겨지는 과정, 그 과정들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그들의 마음을 자주 살펴본다.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어떤 행동들은 반드시 하나의 마음을 품고 있다. 위로, 응원, 설렘, 행복 대체로 빛나는 단어들이 마음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생각에서 행동으로 옮겨지는 정성이 미움으로 움직여지지는 않는다. 타인에게 시간을 들여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그런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자주 손편지에 대해 생각했다. 손편지는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어떤 사람의 결과물인 셈이다. 문자메시지로 전달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 그림자처럼 편지에 묻어 있다고 생각했다. 편지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나를 떠올리게 된다. 책장을 뒤적거리며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편지지나 카드를 고른다. 어쩌면 카드 몇 장을 더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글씨체가 맘에 들지 않는다. 중요한 단어 하나가 빠졌다. 오타가 났다. 다시 처음부터 카드를 고른다. 카드부터 내용, 글씨체까지 완벽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마음이니까. 평소보다 더 정성 들여 편지를 꾹꾹 눌러쓸 때마다 내 생각을 했을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말이 필요하겠구나, 지금은 어떤 마음이겠구나 짐작하며 예쁜 단어들로 선택한다. 너는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고백을 덧붙인다. 얼마나 깊은 마음이어야 편지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그리고, 아득하게 고마웠다. 그 편지가 말로 할 수 없는 커다란 위로였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아 속상했다. 편지가 아닌 더 깊은 마음을 생각했었더라면 어쩌면 더 일찍이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아쉬웠다. 편지는 오가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주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받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예쁜 단어들을 보면서 예쁜 마음을 보아야 했다. 고백에는 응답을 해야 했다. 늦지 않게 깨달았다. 손편지를 쥐어주는 마음은 진심으로 당신을 아끼고 있다는 고백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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