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저분하지만, 더럽지는 않아.

<다정하고 작은 이야기>

by 정문향




"책상이 왜 저래? 폭탄 맞았어? "


무려 1m 넘는 책상 위에 폭탄 맞은 듯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정리 정돈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려운 거라고 책상을 책상답게 쓰지 못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늘 이런 식이 었다. " 다 쓴 물건을 제자리에 좀 놔줄래? 다음에 찾아 쓰기 어렵잖아 "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쯤이면 다음 사용 시 굳이 원래 자리에 있지 않은 그 물건을 찾는데 허비되는 시간을 기어이 허용하겠다는 의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적당히 말하자면 모든 물건들이 원래 그들의 자리가 없었던 것은 맞긴 하다. 정리하는 자와 정리하지 않는 자의 공존은 꽤나 어려워 보인다. 말하자면 암묵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물건들의 위치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암묵적인 규칙에 따라 각자 잘 지켜질 때 서로 효율적이게 물건과 실용을 활용할 수 있음으로 잔잔한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혹은 어쩌면, 이것은 정리하는 자들의 일방적인 원칙 같은 것일까.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필요한 물건 외에 다른 물건들은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심리적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 본격적인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행 해야 할 의식 같은 것이다. 정리하는 행동을 해야만 다음 순서로 넘어갈 수 있는 강박에 이르는 정리는 효율적이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아니, 널브러지게 쓸 거 아니면 이렇게 큰 책상이 왜 필요해? "

어떻게 반박할 수 없는 말이다. 본디 책상의 기능은 편리하게 사무를 보는 효율성을 따지는 물건이 아니던가. 그렇지만...... " 넓고 깨끗하게 필요한 것만 두면서 심리안정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해도 되는 거잖아 " 설득당하기 싫어 책상의 본질에 의미로 추가해가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정리를 하지 않지만 더럽진 않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정리를 안 하면 지저분한 거잖아 "

"아니야, 내 말 들어봐 "

" 제자리에 있지 않을 뿐이지, 먼지 같은 것은 없다고."

들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두 눈으로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과연 그렇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사이에는 먼지가 없었다. 그러니까 정리정돈이 되진 않았지만 먼지 없이 깨끗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상한 말 같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정리되어있어도 더러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정리하는 것과 정리하지 않는 것의 본질이 무엇이란 말인가.


생각해보니, 믿기지 않겠지만 정리정돈으로 인해 낭패를 본 적도 있다. 정리의 강박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시험 전날이 되면 뜬금없이 집이 지저분해서 청소도 해야 하고 안 하던 설거지도 해야 한다. 공부를 하려고 하면 당연히 책상 한번 싹싹 닦아주고 노트북에서부터 책, 노트, 색상별 볼펜까지 세팅을 해야 하지 않는가. 물론 그러고 나면 진이 빠져서 "아 오늘은 됐고 내일부터 공부해야지" 하긴 했다. 정리정돈의 효용성도 가끔은 움직인 만큼 효과가 있진 않아 보였다.


널브러진 물건들을 보며 너무 답답해서 정리해주려 하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 건드리지 마. 이래 봬도 나만의 질서가 있다고! "

" 이게? "

"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다 안다고. 나름 질서가 다 있어 "

" 무 질서 속의 질서야? "

과연 그렇다. 널브러진 물건들 틈 사이에서 자신의 물건들은 기막히게 쏙쏙 잘도 찾아낸다.


이쯤이면 정리의 본질에 의문이 생겨난다. 각각의 물건들이 그 본질에 따라 쓰인다면 정리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정리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는 사람, 정리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 그렇다면 정리의 본질은 본디 스스로 마음가짐에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닌가. 혹은 개개인의 효용성이라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정리가 물건들의 정리정돈이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일이라 일종의 강박이 될 수도 있겠다. 또 누군가에겐 굳이 정리하는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딱히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과정이 생략될 수도 있겠다. 정답은 없다. 정리하거나 하지 않거나 단지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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