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작은 이야기>
많은 것들은 고유의 존재가치가 있다.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은 언제나 잃어버리고 나서야 아프게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실은 일상의 많은 순간에 잃어버리지 않고도 소중한 것들은 모든 순간에 스며들어 추억을 소환하고 특유의 분위기와 가치를 조심스레 귀띔을 해주지만 알아차리지 못한다.
겨울은 추워야 하고 여름은 더워야 하고 봄은 따뜻해야 하고 가을은 선선해야 한다. 봄에는 꽃이 피어야 하고 가을엔 낙엽이 떨어져야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덧붙일 수 있는 통상적인 단어들이 있다. 우리가 느끼는 계절은 그래야만 했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모든 사람들의 계절은 다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경계가 모호하듯이 사람들의 계절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스며들어 다르게 기억된다. 나는 겨울인 듯 봄이고 봄인 듯 여름이고 여름인 듯 가을이고 가을인 듯 겨울인 그 경계의 계절을 품고 있다. 눈이 사르르 녹고, 포근한 바람이 불어오면 누군가는 봄이라 한다. 누군가에겐 벚꽃 피는 시기가 사랑을 시작하는 좋은 계절 봄이라 할 것이다. 짧은 봄이 지나가면 열을 잔뜩 품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 바람마저 사라지고 지구 전체가 커다란 열가마 방처럼 뜨거워진다. 불쾌하다. 누구에게나 불쾌한 계절일까. 시원하게 잘 견뎌내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계절이겠다. 스치는 바람에 살짝 시원한 온도가 느껴지는 찰나, 나는 가을이라 한다. 푸르던 나뭇잎이 자연에 물들어 색깔이 변하기 시작한다. 길가의 꽃들이 그야말로 하늘하늘 바람에 움직인다. 하늘하늘, 산들산들, 살랑살랑 봄만큼이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가을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찰나, 겨울이 찾아온다. 가끔은 폭설이 내리고 가끔은 비정상적으로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이 찾아온다. 겨울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지. 어릴 적 한송이 한송이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을 맞이한 게 언제였더라.
봄에는 봄을, 여름에는 여름을, 가을에는 가을을, 겨울에는 겨울을 그대로 느끼는 일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우리는 마음속에 저마다 하나의 계절을 품고 산다. 나는 여름이 싫다고 했고 누군가는 겨울이 싫다고 했지만 그래도 없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많은 것들을 느끼지 못한다면 참 애석할 것이다. 계절을 맞이하고 계절을 보내는 우리만의 경계가 있으니까 그대로 존재해도 괜찮지 않을까.
벚꽃이 비처럼 흩날리는 봄이 없다면, 시원한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식히고 바다가 그리워지는 여름이 없다면, 선선한 바람에 마음이 차오르는 가을이 없다면, 눈꽃이 휘날리고 호호 불어가며 군고구마를 먹는 겨울이 없다면 무엇에 기대어서 한 해를 산단 말인가. 우리는 각자 하나의 계절을 품고 살면서 선물처럼 계절을 맞이해야 한다. 그래야 계절이 존재하고 또 우리가 존재하고...... 계절 하나 품고 우리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