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모든 것들

<다정하고 작은 이야기>

by 정문향




힘을 빼고 살라는 그 말이 짧고 서툰 위로임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일상을 촘촘하게 사는 것은 남들처럼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힘을 빼고 사는 틈 사이로 나쁜 기운이 비집고 들어올까 선택했던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면 설명이 될지 모르겠다. 살기 위해 택했던 방식에 안쓰러움을 느꼈다면 나는 덜 비참해도 되는 걸까. 어쨌든 애쓰고 살고 있는 것은 맞으니까. 살기 위한 방식이었지만 불행하진 않았다.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야만 했으니까.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르면 그로 인해 평범한 무리에 속하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함이 아니라 평범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무색히 흘러간 시간들은 많은 것들을 잊혀지게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시간들은 삶 속에 깊은 뿌리를 남긴다. 잊히지 않는다. 잊으려는 마음보다 차라리 잊힐까 두려운 마음이 더 커서 종종 지극히 사소한 일상에서 불쑥 튀어나와 질책하듯 속삭인다. 그걸 잊어서야 되겠냐고, 너라도 기억해야 하지 않겠냐고 부단히 말을 걸어온다. 잊혀서는 안 되는 많은 것들은 누군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억을 하고 있다. 그 누군가들은 어떠한 감정을 동반한 기억이라도 기어이 스스로 감당한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개인적인 사정이다. 타인에게 잊으라는 말은 참 가볍다. "잊어"라는 한 단어의 무게처럼. 정작 잊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잊어야겠다는 용기와 잊으면 안 되겠다는 두 마음 사이에서 생겨나는 괴리감과 수많은 감정의 무게이자, 흘러간 시간만큼 덧입혀진 시간의 무게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무게,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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