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r away from Apr 28. 2024

봄에 시를 담다

이름 모를 들꽃들도

계속 보다 보면 이름이 생긴다


그것들을 좋아하다 보니

오히려 이름 있는 것들보다

내게 더 큰 이름이 생겼다


그렇게 존재들은

저마다의 짝을 만나고

자기를 알아주는 존재와 자신을 나누며 살아간다


가끔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것 같은

길고양이나 야생의 생물들을 만나면

마음이 아픈 이유는 그 고독한 아픔에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들풀은 만나는 존재들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그 고매한 마음을 가진 친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에 따라, 입장에 따라 매번 다른 마음과 행동을 취하는데

그 정제된 피로감은 어디서 해소할 수 있는 걸까?


자주 보던 들풀을 아마도 난

동경했나 보다


매년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너의 짧은 생에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고매하게 피고 지는 너의 삶에 열등감을 느꼈나 보다


맞지 않는 나를 기계 속에 넣고 매일매일 갈아대는데

그 많은 철가루와 찌꺼기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절제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갑자기 들풀을 꺾고 싶어졌다


여느 때처럼 행하진 못하였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흐린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