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벗어나있는 사람이었다
주류에서도 벗어나고
대부분 무리에서 멀리 있었으며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상상 속 누군가가 나에게 말했다
'사람들은 네가 있는 화장실을 들여다보지 않을 거야. 그리고 너 혼자 거닐고 있는 밤거리를 침해하지도 않겠지.'
나는 그 말에 안심했다
그리고 이내 벗어나있다는 인식의 옷을 벗어던졌다
날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서 벗어난 나는 이내 다른 사람이 되었다.
아니 어쩌면 진짜 내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인이 말하는 내가 진짜인지. 그때그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내가 진짜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의 인격이나 성향에 진짜라는 말이 정말 존재할 수 있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벗어나있는 나였지만
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몸부림친다
한 장면 속의 내가 내가 아니듯이
난 수많은 장면의 연속을 살며
어쩌면 주목받는 순간보다
먼지같이 둥둥 떠다니는 시간이 훨씬 길다
내가 벗고 벗어나려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