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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만 해서는 안되고 정리도 해야하는 이유

정리를 목적으로 두면 미니멀은 더 쉽다


“역시 미니멀이 답이네요. 정리하려고 했던 어리석음을 반성합니다. 이리저리 테트리스하려고 했는데, 안 쓰는 물건을 비웠더니 해결되었어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미니멀과 정리를 정답과 오답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눈 글을 본적이 있다. 이분은 정리를 수납이라는 개념으로만 이해하신 것 같았다. 정리는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사용하기 편리하게 수납하고, 보기 좋게 가지런히 하는 것까지 모두 해당되는데 말이다.


정리가 안 되는 이유는 비우지 않고 인풋만 하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수납으로만 생각한다면 ‘정리 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불가하다.  “정리의 시작은 비우기다” “나 오늘 그 친구, 내 인생에서 정리했어.”라는 말처럼  정리 안에는 비움도 포함되는 것이다. 물론 이리저리 테트리스 하는 것으로는 정리가 되지 않는다. 테트리스는 비우는 것도 아니고, 제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며, 가지런하게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정리가 아니다.


정리 대한 오해를 풀면 오히려 미니멀라이프를 하는데 얼마나 도움되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비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도 함께해야 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첫 째, 비움을 긍정적으로 느끼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다.


매년 100일 동안 정리하는 정리 페스티벌을 진행하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비움만 하는 비움 페스티벌을 진행한 적이 있다. 비움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게 정리페스티벌처럼 모집해서 기프티콘도 주고, 페이백도 해주고, 출석체크도 해주는 것이다. 정리 보다는 비우는 것이 쉽고, 단순해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비움 페스티벌은 반응이 별로 였고요, 점점 참여자가 줄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비움페스티벌이 잘 안된 이유가 아니라, 어째서 힘겨운 ‘정리 페스티벌’을 사람들이 매해 기다리고 많은 분들이 참여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다.  결론은 ‘정리’라는 단어가 주는 만족감이 아닐까 싶었다. 비움을 위한 비움과 정리하기 위한 비움은 다른 것이다.


작은 공간이라도 정리를 하고 나면 공간에 여유가 생기고 깨끗해지고 가지런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럼 에너지가 생기고, 뿌듯함이 느껴지면서  또 다른 공간이 하고 싶어진다. 정리된 모습, 그 모습 자체가 다른 공간, 또 다른 물건을 비울 수 있는 동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인님들께 비움 챌린지를 하실때, 비움 갯수를 채우기 위해 집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하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 '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더 이상 비울게 없을 떄 까지 비우시고 다음 공간으로 이동해서 비우세요.'라고 말하는데, 공간을 완성하고 나면 계속 해서 정리할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번째, 비움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미니멀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느껴지는 목표지점이 있다. 미니멀을 다른 말로 최소주의라고도 하는데,    높은 지향점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비우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그게 과도해지면 비우기 위해 비우는 느낌을 받는다는 고백을 종종 듣게 된다. 그래서 이런말을 많이들 하나보다.


'미니멀이 아니라 라이프에 집중하라'


정리는 그런 점이 조금    하다. 100명에게는 100가지의 질서가 있다고 믿을만큼 누구에게나 각자가 만족하는 정리가 있다. 보기에 좋은 정리, 어제보다 편한 정리가 있을 뿐.




세 번째, 정리를 한다고 생각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그대로 인정하게 된다.


예전에 옷 정리를 도와드리려고 정인님 집에 간적이 있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해서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 옷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와, 이 옷 너무 예뻐요.” “이거는 당연히 남기실거죠?”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갑자기 정인님께서 ‘다행이에요'라고 하시는거이다. 연유를 물었더니 일전에  가사도우미 이모님이랑 옷 정리를 하셨는데,  이모님은 나이대도 좀 있으시고, 옷도 별로 안 좋아하셔서 그런지 “이런 옷도 있냐, 그냥 버리면 안되냐”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정리컨설턴트 중에 공간별로 특화된, 어떤 공안의 정리를 특히 더 잘하는 분들이 있다. 주방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주방용품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옷정리 잘 하는 사람은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함부로 비우라는 조언을 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잘 수납할 수 있는지를 골몰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다양한 정리수납도구나 정리법을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집을 정리하면서 좋아하는 물건을 다양하게 접해보는 경험은 즐거운 에너지를 준다.




물론 공간에 알맞을 만큼 갖는건 중요하다. 공간은 한정적인데 물건이 너무 많아서 일상생활이 곤란하게 되면 안되기에.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쾌적하게 살고 싶은 마음. 두가지 잘 절충해서 비울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비우고, 수납도구의 도움도 받고, 다양한 정리수납법을 배워서 편안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면 된다.


그러니 미니멀과 정리, 따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미니멀라이프를 하는 이유, 정리를 하려는 이유 모두 불필요한 것들에서 벗어나 소중한 것을 소중한 장소에 두기 위해,  제자리를 찾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무엇보다 여백에는 제자리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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