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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 Jan 28. 2024

동남아에서 겨울나기

1th. Da Nang - 그들의 풍경들

새벽 5시. 미케해변에서 미안해변까지 걸었다. 흰모래가 부드러워서 맨발로 자주 걷는다. 걸음 자체가 힐링이다.

어두컴컴한 시간에 해변으로 가는 것은 베트남의 치안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다. 처음에 무서웠던 것은 개와 오토바이였다. 지내다 보니 개도 순하고 사람에게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오토바이도 사람을 많이 배려하며 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보행자 도로 오토바이 중심이다. 오토바이가 오르내리기 편하게 도로면과 아예 경사로 접해 있다. 그리고, 오토바이 주차장 다. 이면 도로 같은 곳에서는 걸을 자리가 없어서 차도 가장자리로 걷는 경우도 많다.

8차선 도로를 오토바이가 거의 채우고, 한강 건너편 해변 동네는 신호등도 없다. 용다리 직전에야 하나 있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간격이 멀어서 무단횡단이 일상이다. 로터리에 있는 횡단보도도 위치가 보행자 편의 중심이 아닌 곳이 많다. 초록불이어서 마음 편히 건너다가 오토바이며 자동차가 좌회전을 해서 놀란 적이 많다.


하도 궁금하고 안전이 염려되어 현지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교통사고가 거의 없다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다낭 정도의 도시여 그런지는 모르겠다.

개도 나보다 잘 건너 다녔다. 신기해서 8차선 도로를 다 건널 때까지 지켜보았다. 개가 오토바이와 자동차를 피해서 멈추고 또 멈추며 태연하게 횡단했다.

가만 보니,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거칠게 운전하지는 않았고 길 건너는 사람을 잘 피하며 운전했다. 그래도 나는 초보 운전자처럼 마냥 멈추어 있다가 도로가 휑하면 건너거나 얼른 뛰거나 했다. 여행자보험을 가입한 것도 그렇고 내 안에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음을 깨달았다.


베트남의 하루는 바다에서부터 열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새벽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그 새벽에 안전요원이 활동을 했다. 스포츠 댄스를 추고, 요가를 하고, 모래로 몸을 문지르고, 족구를 하고, 배구를 즐겼다.

7:30 am. 공공 근로인지 백사장의 쓰레기를 주웠고, 곳곳에서 건축 노동을 하고 있었다. 식당은 길거리에 불판을 두고 아침부터 고기 굽는 연기를 퍼뜨리고 있었다. 아침을 매식으로 간단히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용다리 건너기 전의 VP Bank가  07:30 am에 업무를 시작했다. 비 오는 아침이었다.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서 우산보다 비옷을 많이들 입었다. ATM 입구에 우산꽂이는 없고 우의 걸이가 있었다. 옷걸이에 다들 우의를 걸고 실내로 들어갔다.


은행마다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금요일에는 11:30 am에 업무를 종료했다. 트레블월렛 카드로 현금을 인출할 때 베트남에서 수수료 없는 곳이 TP와 VP Bank이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다른 은행은 3~5%의 수수료가 있어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여기저기에 다른 은행들의 ATM이 널렸다.  

TP Bank에서 야간에 현금을 인출하다가 ATM으로부터 한 번 거부를 당한 적이 있었다. 이후로는 용다리 건너기 전의 VP Bank만 이용했다.

ATM에 현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 외국인이 세이빙 카드 인출하는 것은 모두 같은 안내를 했다. 서양인 여자도, 나도, 한국인 청년도 모두 인출에 실패했다. 반면에 베트남인들은 문제없이 인출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트레블월렛 카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사설을 풀고 싶다. 카드사에서 말하는 결제 수수료 0%가 아니다. 식당이나 일일 투어 여행사에서 카드 결제 때 수수료 2,4,5% 등 원칙 없이 덧붙였다. 물론 수수료 제로 식당도 있었다.


트레블월렛 카드는 달러 환전, 그리고 현지 화폐 환전 등의 이중 환전 번거로움과 환전 수수료에서는 자유롭다. 입출금 계좌 연계하여 현지 화폐로 충전 후, TP 혹은 VP Bank ATM에서 인출하면 수수료가 없다. 

처음에는 그깟 몇 푼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지내다 보니  물가가 저렴해서 절약된 금액이 요긴한 소비를 가능케 했다.


TP bank는 EN(영어) 선택 먼저이고 카드  넣는다. 그리고 계좌 선택은 맨 아래의 ATM Card이다.

VP bank는 카드 먼저 넣고 EN 선택이다. 그리고 계좌 선택은 Saving Account이다.

패스워드 6자리 입력은 한국에서 설정한 4자리만 입력해도 되고 뒤에 00을 붙여도 된다.

TP bank는 지폐가 오른쪽에 붙어 있는 다른 기기에서 나온다. 200만 동(10,850원가량) 선택하면 화폐 단위가 골고루 섞여서 나온다.

다시, 그들의 일상으로 눈을 돌린다.

7:30 am. 아이를 오토바이에 태워 유치원 등원을 시키는 모습이 흔했다.

어느 비 오는 날, 11:30 am. 초등학교 정문 안으로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와 오토바이가 많았다.

이 나라도 교육에 열성이고, 아이들 뒷바라지에 성심인 것을 느꼈다. 어느 고등학교 체육 시간을 교문 밖에서 한참 지켜본 적이 있었다. 딴전 부리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배움 장면에 감동해서 학교 이름을 물어보았다. 고등학교였고 응오 취안 비슷한 발음을 했는데 번역기가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다.

3:30 pm. 고등학생들이 하교하면서 오토바이를 직접 타고 가는 아이들을 몇 명 보았다. 한국이면 요선도 학생 부류에 속하는데, 이곳은 다른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드물게 버스 정류장을 보았지만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어린이 때는 오토바이 앞 좌석에 앉아 유치원 등원하고, 고등학교 때에 더러는 오토바이 자가운전, 성인 되어서는 일상이 오토바이다.

한국에서 오토바이는 굉음에 앞바퀴 이리저리 뒤틀며 허세 부리고 신호 무시하여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동남아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어서 폼부터 불량스럽지 않다.


남의 나라인데도 반가웠던 것은 공유 자전거이다. 전시용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보면 활용도가 높지 않은 듯하다.

한시장은 8시면 인파가 몰리고, 상인들은 배달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상인들에게 어른 팔뚝 길이만한 바게트 빵을 2만 동(1087원)에 팔러 다니는 노인도 있었다.


한강변 관리는 다낭시의 역점 사업인 듯했다. 이른 아침에도 비 오는 날에도 철거, 재정비, 보수 등으로 분주했다. 비가 잦다. 4 계절이 아니라 건기와 우기로 나누는 나라에서 비가 온다고 일을 쉬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처음 갔을 때 보았던 대형 트리를 1월 중순이 지나서야 철거하고 있었다. 용다리 건너편 도심 쪽은 기존의 설치물을 바꾸고, 참박물관 인근 해변은 강변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었다.

가정과 상점 호텔에 불상을 모시고 오전마다 새로이 불을 켜고 과자나 과일 등을 교체한다. 하루의 시작을 경건한 기도출발한다. 

한강 변의 영험이 있어 보이는 연리지에도 기원의 증거물이 매달려 있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은 건강 관리에 적극적인 듯하다. 피트니스 요가 센터를 학교인 줄 착각했다. 눈에 제법 띄는 단독 건물이 전문성 있는 기관처럼 보였다.

이른 아침 혹은 저녁나절에 한강 주변에서도, 해변에서도, 단체복을 입고 운동이나 역동적인 게임을 즐기는 것을 자주 다.

한낮이면 바다에서 건진 물고기들을 사고파는 장면보았다.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바다 깊숙이 물고기들이 살아서 갈매기가 없다더니, 붕어가 정말 납작했다. 이름이 월남 붕어다.

죽은 척하는 건지, 햇빛에 기절한 건지, 붕어는 모래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다가 건드리면 팔딱거렸다.

09:00 pm. 랜드마크 dragon bridge에서 용이 불과 물을 뿜는 10분 동안은 교통을 통제한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밤이다. 이때 선짜 야시장에도, 용 다리 위에도, 한강 변에도, 10척이 넘는 유람선에도 여행객들로 붐빈다. 관광버스는 한강으로 몰려들고 인산인해다. 

도보로, 택시로, 그랩으로, 주말 밤이면 나는 용다리로 다.

요르단과 한국의 축구가 무승부로 끝났던 저녁에 용다리 인근 해산물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를 먹라루 맥주를 마셨다. 베트남인들이 진심으로 한국을 응원했다. 축구가 끝나면 용다리 위로 가서 용이 뿜는 물에 젖을 계획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수에 온몸이 젖었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물은 각양의 에너지다.

자주 가는 식당의 안주인이 무언가를 날마다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부업을 하는 줄 알았다. 어느 날 셀프 인테리어를 해 두었다. 붉은색 조화로 벽면을 제법 아름답게 장식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물질을 제법 추구하고 주식인처럼 빨간색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운동조차 단체복을 입고, 정부 기관 외관 사진 찍는 것을 통제한다. 어느 건물이 권위가 있어 보여서 사진을 찍으니 순식간에 경비원이 나타나서 제지를 했다. 뭐 하는 데냐고 물으니 정부청이라고 했다. 정부기관 다낭청쯤으로 짐작했다. 보안 문제가 아니라 공산주의 권위의 잔재가 아닌지 모르겠다. 경비원이 없는 방향에서 사진으로 담았다. 


시청 건물 안에서 독서를 하고 시청 잔디밭에 앉아 떠들 수 있는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공산 보수 정치인들의 신념이 사회를 지배하는지, 슬픈 보트 피플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보트피플의 자본으로 관광 명소 영흥사가 세워졌다고 한다. K 아이돌 뉴진스 멤버 중의 한 명이 호주 국적의 보트 피플 후손이다.

영흥사에서 현지 가이드가 한국인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무언지 궁금해서 슬쩍 엿들을 때가 몇 번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이 박항서 감독을 좋아한다는 말은 해도 뉴진스 얘기는 없었다.


호찌민에서 지내다 온 사람이 다낭에 오니 공기가 맑아서 좋다는 말을 했다. 오토바이가 하도 많아서 해변에서나 공기 좋다는 말로 되받고 싶었으나 말았다.

다낭은 베트남에서 3번째로 큰 시이다. 프랑스 식민 시절 프랑스 장교들의 마을로 만들어졌던 바나힐이 있다. 베트남 전쟁 중에는 미군 장교들의 휴양지였고 지금은 바나힐에 놀이동산이 조성되어 있다. 한국 맹호부대가 주둔했던 곳이 영흥사 가는 길에 원숭이가 툭툭 튀어나오던 산이다. 공산국 승리로 참전비조차 없다.


박물관의 유물들을 보면서 10세기 전후에 이미 정교하고 심미적인 안목의 민족이었음을 느꼈다. 밥만 먹고살았던 선조들이 아니었다. 지금의 후손들도 삶에 무척 성실한 모습들이다.

참 박물관 유물들

이러한 베트남에서 한국인들이 돈을 많이 쓴다. 저렴한 물가 탓이다. 다낭 한시장에서 한국인들이 소비에 진심이다.

마사지숍도 많다. 팁 포함하여 120분 전신 마사지가 3~4만 원 수준이다. 발마사지숍도 흔하고 저렴하다.

한국에서 태국 왓포 마사지에 익숙한 사람 경락 마시지가 아니라서 시원함을 못 느낀다. 베트남은 오일 마사지이다.


나는 추위를 피해 다낭에 왔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추운 날이 많다. 남들은 새벽 바다에서 파도를 즐기는 것을 보면 나의 문제이다.

큰 소득이라면 시간 강박증에서 자유로워졌다. 휴일 낮잠 중에 벌떡 일어나서 지각인 줄 알고 허둥대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의 먹거리를 이렇게 헤아리는 것이 인생에서 처음이다. 1th. 셀프케어이고 새로운 배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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