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쿄 소시민 Jan 20. 2024

5년 만에 다시 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기행기

 5년 만에 다시 간 이스탄불은 변함이 없었다. 아야소피아가 모스크가 되었고 무언가 관광객이 늘어난 것  외에는 외관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튀르키예의 인플레이션으로 가격표는 몇 번이고 개정되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차가운 겨울 날씨와 천 년 전부터 그대로인 유적들과 함께 도시 전체에서 느껴지는  뭔지 모를 쓸쓸함을 더 느끼게 해 주었다.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옛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의 구 시가지-옛 콘스탄티노플인 파티흐 구에서 특히 더 그 쓸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위대한 제국들의 흔적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의 다른 지역은 뭔가 더 활기차고 사람들이 사는 느낌이었다. 고층건물들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며, 번화가는 한국이나 일본의 번화가 못지않게 문전성시였다. 그러나 구시가지의 성벽 근처 동네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지역은 그 지역의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관광객을 위한 동네가 되었다. 옛 제국의 수도에는 이제 호텔들과 관광객들을 노리는 가게들만이 남았다.

테오도시우스 성벽

하지만 제국의 수도의 위용이 사라진 사라진 것은 아니다. 천년 간 제국을 보호한 테오도시우스 성벽은 아직도 그 자리를 지킨다. 3중 성벽으로 구성된 콘스탄티노플의 성벽은 1204년 제4차 십자군 원정과 1453년 메흐메트 2세의 콘스탄티노플 공방전 이외에는 한 번도 함락된 적이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화약무기가 아닌 냉병기 시대에는 최강의 방어력을 자랑했다. 1453년의 함락 이후에도 그 원형을 유지하다가 19세기 도시의 확장과 함께 헐려나가기 시작했다.

발레스 수도교

성벽을 통과하여 도시 중앙으로 가다 보면, 눈에 띄는 로마시대 건축물이 하나 더 있다. 콘스탄티노플에 식수를 공급한 발렌스 수도 교이다. 발렌스 수도교는 현재의 불가리아/루마니아 지방인 트리키아로부터 콘스탄티노플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 4세기경 세워진 수도 시스템의 일환이다. 전체 1KM 중 870M가 남아 있다고 한다. 트리키아의 신선한 물은 이 수도교를 지나 아야 소피아 근처 지하저수조로 향했다고 한다. 4세기에 지어진 이 수도 시스템은 오스만제국 말기까지 기능했다. 건축물 자체는 투박하지만 1500년 전에 이런 수도 시스템을 설치하고 운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롭다. 화려한 신전이나 성당 건축물보다 이런 투박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기술력을 보여주는 건축물이 더 제국의 위대함을 증명해 주는 것 같다.


예레바탄 사라이

수도교는 이 지하저수조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이곳도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무수히 많은 아치들이 돔을 형성하고 있고, 조명이 조금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다. 하지만 1500년 전 이런 시설을 건설하고 대도시에 신선한 식수를 공급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증명해 주는 장소가 주는 분위기는 특별하다. 대부분 비슷한 디자인의 기동이지만, 일부 기둥들은 그 형식이 다르다.

지하저수조의 보수, 확장 공사에 과거 신전이나 과거 건축물의 부재가 재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어떤 건축물에서 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자칫 단조로울 수도 있는 곳에 약간의 흥미를 부여한다.


아야 소피아

 지하 저수조에서 나오면 세비야 대성당이 세워지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던 아야소피아의 웅장한 돔을 볼 수 있다. 지금 보아도 거대한 건축물인데, 과거 동로마 제국 시절, 그리고 오스만 제국 시절에는 얼마나 더 웅장해 보였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살짝 색이 바랜듯한 주황색 외벽은 그 세월을 증명해 주는 것 같다. 돔과 성당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나중에 추가된 외부 구조물 때문에 멀리서 보면 피라미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신생 튀르키예 공화국의 세속주의 정책의 상징으로 모스크였던 아야 소피아는 박물관이 되었다. 2018년 당시 방문 했을 때는 상당한 입장료를 내고 안에서 이슬람 장식과 동방정교의 다양한 아이콘(성화)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20년 에르도안 정부에서 전적으로 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되돌리는 정책을 시행했다. 일반 관광객들은 기도시간 외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으며, 입장료는 없어졌다.

 내부에 들어가면 룩소르의 대신 전 같은 고대 신전에서 느껴지는 장엄함을 느낄 수 있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거대한 돔과 아치들로 인해 밖에서 보았을 때보다 내부가 훨씬 커 보인다. 주 예배단은 동쪽을 향해 있는데, 해가 뜰 때, 창들 사이로 햇빛이 들어온다면 얼마나 멋있을지를 상상해 봤다. 없던 신앙심도 생길 것 같은 건축물이다.


루멜리 하사르

 동로마 제국의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는 이스탄불이지만, 가장 최근의 주인은 오스만 제국이었기에, 오스만 제국의 흔적도 곳곳에 있다. 이스탄불과 관련하여 가장 최초의 흔적은 이스탄불 외곽에 있는 루멜리 하사르(유럽 쪽의 성)이다.

콘스탄티노플 공방에 앞서. 그 전초기지로서 보스푸르스 해협의 가장 좁은 곳에 설치되었다. 건너편의 아시아 쪽 요새와 함께 해협의 교통을 통제했다. 고지대에 설치된 요새는 주변의 언덕을 그대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상당히 경사가 있다. 요새에는 여러 개의 탑이 있는데, 각 탑은 당시 재상들이 각각 1개씩 맡아 건설했다고 한다. 일종의 충성 경쟁을 시킨 것이다. 메메드 2세는 요새가 완성된 뒤 이곳에 대포와 군대를 주둔시켜 해협의 운행을 통제했다.

 

톱카프 궁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된 후, 오스만 제국은 이곳을 제국의 수도로 삼았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3 대륙을 통치하는 제국의 수도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이 바로 톱카프 궁전이었다.

톱카프 궁전은 유럽이나 동아시아의 궁전과는 사뭇 다른 구조이다. 건물들을 보면 텐트가 생각나기도 한다. 유목민의 전통이 남아 있는 것 같다. 건물의 배치나 넓이도 유목민의 전통이 남아 있어 그런가, 간단하고 소박하다. 3 대륙을 통치한 제국의 다양한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던 정의의 탑 근처 건물이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낸다. 겉은 텐트를 형상화한 것처럼 보이며, 특별한 장식은 없다. 내부는 3개의 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왼쪽의 2 돔에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오른쪽 끝 돔은 문서들을 보관하던 곳이었다. 거대한 제국을 운영하는 정부의 궁으로서는 상당히 소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건물들도 비슷하다.  건물의 외벽이나 겉은 전혀 화려하지 않다. 깔끔한 건물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그 내부는 기하학적 문양과 다양한 디자인의 타일들로 화려하다.

특히 평소 술탄의 가족들만이 출입 가능한 하렘의 내부는 그 화려함의 극치이다. 하지만 하렘은 출구를 알 수 없는 미로처럼 이루어져 있다. 또한 하렘의 내부에서 본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은 드물었다. 하늘을 보아도 건물에 둘러싸여 있기에, 약간은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하렘에서 다시 궁으로 나왔을 때 왠지 모를 해방감이 느껴졌다.



#이스탄불의 가장 괜찮은 뷰 포인트는 바다에서

이스탄불은 항구도시이다. 다른 항구도시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봤을 때 가장 아름답다. 이스탄불을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크루즈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Eminonu에서 배를 타고 아시아 쪽인 Kadikoy로 가는 페리(대중교통)를 추천한다. 갈라타 다리를 통과하여 금각만에서 보는 이스탄불과 갈라타지구, 그리고 금각만을 빠져나와 해협에서 톱카프 궁전과 아야 소피아, 블루 모스크를 볼 수 있다.

 특히 금각만에서 본 도시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배 위에서 도시를 보면 미미르 시난이 설계한 모스크와 이집트 바자르가 눈에 들어온다. 그 외벽들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들과 정리되지 않은 간판들과 엉겨있는 인파와 차량들에서 세상의 변화에서 남겨진 도시의 쓸쓸함이 전해졌다. 밤이 되자 라이트가 켜지면 과거의 영광이 살아난 것 같았다. 어둠은 이스탄불의 현재를 덮어주고, 조명들은 과거의 찬란했던 시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추천 도서

-오르한 파묵의 이스탄불

https://m.yes24.com/Goods/Detail/2942483

이스탄불에 가기 전, 튀르키예 인들이 생각하는 이스탄불, 그리고 사회를 알기 위해서는 위 책을 추천한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이 쓴 자신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이스탄불에 대해서 쓴 수필집은, 이스탄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맛집 리스트

다음은 이스탄불 여행 중 들렸던 맛집의 리스트이다. 백종원 유튜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 카이막 맛집

https://maps.app.goo.gl/hswnweqK69i1gYzR9?g_st=ic

2. 이스칸데르 케밥 맛집

https://maps.app.goo.gl/PH6tturYS7qnVd9g7?g_st=ic

3. 베이란 맛집

https://maps.google.com?q=Hasanpa%C5%9Fa,%20D%C3%BCr%C3%BCmc%C3%BC%20Emmi,%20Mahmut%20Baba%20Sk.%2011/1,%2034722%20Kad%C4%B1k%C3%B6y/%C4%B0stanbul,%20T%C3%BCrkiye&ftid=0x14cab86e24ce51e7:0x810b9078cf240116&entry=gps&lucs=,47071704,47086688,47084304&g_st=ic


4. 탄투니 맛집

https://maps.app.goo.gl/1g2CNmLXWrCGjaVS9?g_st=ic

5. 고등어 케밥 맛집

https://maps.google.com?q=Kemanke%C5%9F%20mahallesi,%20Galata%20fish%20mekan,%20Mumhane%20Cd.%2049/B%20karak%C3%B6y,%2034000%20Beyo%C4%9Flu/%C4%B0stanbul,%20T%C3%BCrkiye&ftid=0x14cab91b43bd808b:0x65dd58cd84a154ac&entry=gps&lucs=,47071704,47086688,47084304&g_st=ic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부는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