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카미코치(上高地),마쓰모토, 일본 외노자의 여름휴가
해발 2500M 이상 고원지대는 아래와 정말 다른 세계이다. 수목한계선 위의 황량한 고원지대에는 관목들과 자갈들 그리고 바람밖에 없었다. 여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 계속 불어왔다. 8월 초 산 밑의 기온은 30도를 넘어갔지만. 이곳은 20도 정도에 불과했다. 고도가 높은만큼 햇빛도 강렬했지만, 서늘한, 거의 추운 바람이 모든 것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계곡 건너 가라사와 산 및 일본 북알프스의 주봉들을 보면서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전날 도쿠사와 캠핑장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6시경 등산을 시작했다. 다른 일본의 산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등산코스도 “산악 도로” 형태였다. 옛 대관령 길이나 미시령 길처럼, 좌우로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형식이었다. 왼쪽으로 조금 올라갔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조금 올라갔다를 반복하니 금방 지쳤다. 1880M쯤을 넘어갔을 때 솔직히 내려가고 싶었다. “내일 캠핑장에서 버스터미널까지 다시 6Km를 걸어야 하는데… 오늘 무리하면 안 되는데… “같은 “합리화”가 시작되었다. 다리는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어깨는 아프고, 몸은 마치 엔진 고장 등 여러 개가 켜진 차와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다시 내려가는 것이 아까워 조금 더 힘을 내기로 했다. 30분 오르고 10분씩 쉬자고 나 자신과 약속을 하며 한 걸음씩 올랐다. 앞의 펼쳐진 길을 보면 괜히 피곤해지므로 발 밑만 보며 앞으로 나아갔다. 온몸이 보내오는 신호에 머릿속에서 잡념은 없어졌다. 휴가가 끝난 후 처리해야 하는 일들, 고민거리들, 코로나 상황에 대한 불만 등 모든 생각이 사라졌다. 오직 내 몸에. 내 다리와 발에 집중하게 되었다. “등산/트래킹의 가장 좋은 점이 이것인가” 혼자 생각하며 발을 계속 옮겼다.
어느새 활엽수들은 침엽수들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니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무가 없는 곳이 나왔다. 잔디 같은 푸른 풀들과 짙은 녹색의 관목들 밖에 없었다. 거의 다 왔다고 직감했다. 다리는 부었고, 어깨는 배낭의 무게에 짓눌려 아팠지만,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힘을 냈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바라본 일본 북 알프스의 전경은 지금까지의 고생을 모두 보람으로 바꾸었다. 북알프스의 가장 남서쪽에 있는 산이기에 나머지 모든 산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특히 계곡 건너의 카라사와 산과 주변 봉우리들은 흡사 록키산맥, 안데스 산맥과 같았다. 사람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급경사가 계곡 밑바닥부터 정상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수목 한계선 위로는 회색의 바위, 그리고 하얀색 잔설밖에 없었다. 역시 3000M 위로는 아직도 눈이 남아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정상은 살짝 구름에 가려있어, 신비함을 더했다. 장엄함을 넘어 신성함이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계곡 건너편은 멋진 파노라마가 펼쳐졌지만 정상 주변 일대는 아무것도 없었다. 흙은 거의 없고, 바람을 이기지 못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관목들과 잿빛 자갈들 밖에 없는 꽤나 황량한 곳이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있기에 나에겐 그걸로 충분했다.
#등산 일정
1일: 마쓰모토 역->카미코치선 환승 및 카미코치까지 버스(약 1시간 30분)->카미코치 터미널-> 도쿠사와 캠핑장(6Km, 110분)
2일: 도쿠사와 캠핑장->나가카베야마(약 3Km, 3시간 30분, 급경사)->초가타케(Chogatake)(1.3km, 50분)->요코오 갈림길(1km, 50분)->요코오 산장(2시간 반)->도쿠사와 캠핑장(1시간)
등산 루트 및 관련 정보 사이트
(카미코치 주변 산의 경우 사전 등산계획 제출이 필수입니다. 온라인으로 접수 가능)
https://www.azumino-e-tabi.net/hike/courses/courses_d.html
#교통편 정보
카미코치는 쉽게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습니다. 마쓰모토 역에서 카미코치선으로 별도의 티켓 없이 환승한 뒤, 신시마지마 역에서 하차하여, 전철표와 버스 티켓을 한꺼번에 계산합니다. (성인, 2500엔, 편도). 바로 고속버스를 타고 카미코치 터미널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카미코치 터미널에서 돌아오는 편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합니다. 이밖에도 도쿄, 오사카, 나고야에서 직행으로 카미코치 터미널에 가는 버스들이 있습니다.
#캠핑장
본인이 텐트를 가져간다면 별다른 예약은 필요 없지만, 여름, 가을과 같은 성수기에는 조금 일찍 방문하여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캠핑장에는 샤워 시설이 따로 구비되어있지 않고, 산장에 따로 돈을 내고 목욕탕을 이용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식당과 매점, 카페가 보통 붙어있습니다.
충전은 따로 할 곳이 없지만, 도쿠사와 캠핑장의 경우 15분에 100엔 요금을 받고 매점에서 충전을 해주었습니다.
#식사
캠핑을 하는 경우 직화를 제외하고는 캠핑장에서 취사가 가능합니다. 직접 요리를 하는 게 귀찮다면 캠핑장에 붙어 있는 산장에서 점심, 저녁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단, 저녁의 경우 당일 5시 전까지 직접 방문하여 예약을 해야 합니다. 가격은 900엔~1300엔 대 정도입니다.
#인터넷
대부분의 트레일에서 인터넷과 전화가 되지 않습니다. 단 캠핑장, 정상의 산장 주변에서는 인터넷이 원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