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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소시민 Jul 31. 2024

세계에서 제일 지루한 수도

비엔티안 여행기

 대학생 때는 세계일주를 한 적도 있지만, 아직도 아시아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이 남아있었다. 북쪽으로는 몽골, 남쪽으로는 미얀마, 태국, 라오스,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의 도시들을 거닐지 못했다. 올해 5월 초 고객사의 사정으로 장기 휴가를 낼 수 있게 되어, 이 중 태국과 라오스에 갈 수 있었다. 이중 라오스는 평소에 전혀 이미지가 없었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여행자 거리 근처

 비엔티안은 한 잡지에 의하면 “세계에서 제일 지루한 수도”이다. 한 나라의 수도이지만, 볼 만한 것, 할 만한 것이 적어서이기 때문이다. 과연 얼마나 할 것이 없는지, 볼 것이 없는지 생각하며, 국경을 건너 비엔티안 시내에 내렸다. 아침 9시의 비엔티안은 정말 한산했다. 비성수기라 그런지 여행자 거리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오토바이와 차, 툭툭들이 거리를 다녔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역시 동남아 도시에서 걷는 사람은 관광객뿐이라는 명제가 다시 한번 증명되었다.

 거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고층건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남 푸 분수 광장이라는, 나름 여행자 거리의 중심부에 내렸는데, 일부 호텔을 제외하고는 모두 3~5층 건물들이 높은 축에 속했으며, 1~2층 건물들이 많았다. 새로 지은 건물들을 제외하고는 건물외벽에 금이 가거나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이 그대로 방치되었다. 약간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200달러 환전의 결과

 카드 결제가 되는 곳이 적다고 들어, 먼저 은행에서 환전을 했다. 지난번 우즈베키스탄 여행 때처럼 환전을 하니 지갑이 두툼해졌다. 돈의 단위도 커서, 0이 정확히 몇 개 있는지 잘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파탯루앙과 탓담

탓담

 아침을 먹고 툭툭을 불러 부처님의 가슴뼈를 봉안했다는 파 탯 루앙에 가려고 했는데 툭툭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역시 택시는 평소에는 많이 보이더라도, 필요할 때는 없는 것 같다. 하는 수 없이 근처 관광지는 탓담 탑까지 걸어갔다. 비엔티안에서 제일 오래된 이 스투파는 세월과 여러 격변을 거치면서 장식이 모두 없어지고 벽돌 몸체만 남았지만, 그래서인지, 더 분위기 있었다. 석탑의 형태는 태국과 비슷했다. 인도, 미얀마, 태국, 라오스는 모두 석탑의 양식을 공유하는 것 같다. 이 양식이 어떻게 한국이나 일본의 탑에서 보이는 양식이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다행히 여기서는 툭툭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로카(Loca)에서 알아본 가격의 2배를 불러, 로카의 가격을 이야기하니 다행히 그 가격에 협상이 가능했다. 가격을 협상하면서, 인원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긴 1명을 태우던 5명을 태우던 결국 소요되는 연료는 같기에, 드라이버 입장에서는 많이 태우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협상이 성공해 편하게 갈 수 있었다.

 비록 한번 무너지고 복원된 곳이기는 하지만 금빛의 파 탓 루앙은 압도적이었다. 네모난 회랑 사이에 잔디밭을 마치 해자처럼 두고 가운데 우뚝 솟아있었다. 회랑 안쪽에는 여러 불상들과 남근석, 그리고 파 탓 루앙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하고 있었다. 회랑은 시원했기에 회랑을 따라 한 바퀴 탑을 돌았다. 아직도 진짜 부처님의 갈비뼈가 봉안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했다. 조금은 시끄러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오기 전까지는 조용했기에 , 뭔가 평화롭고 신성한 분위기였다.


파뚜사이

 라오스의 독립문인 파뚜사이를 보려고 나왔는데 아까 나를 태워준 툭툭이 그대로 있어 이번에도 잘 협상하여 파뚜사이로 그 툭툭을 타고 갔다. 비록 에어컨은 없지만 아직 습하진 않기에, 툭툭이 달리면 금세 시원해진다.

 파뚜사이는 라오스의 독립 기념문이다. 프랑스의 개선문을 모티프로 하여, 라오스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다. 특이한 점은 타국의 개선문과 다르게 시멘트로 지어진 것이다. 조금씩 벗겨지고 있는 외벽과 회색 시멘트의 개선문은 뭔가 시간이 멈춘 듯한 비엔티안과 잘 어울렸다.

하지만 문 내부의 천장은 아직 화려했다. 라오스의 신화 혹은 불교와 관련된 부조들이 있었다. 이런 것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문 안쪽에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좋았다는 점이다.


 어느새 한 낮기온은 40도에 육박하였다. 40도 속을 걷는 것은 아마 2014년 두바이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다행히 습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기에 건식 사우나 속을 걷는 것 같았다. 이 더위 때문에 비엔티안을 더 볼 수 없었다. 도시 중심부는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기에, 숙소를 중심으로 조금 걸으면서 비엔티안 거리와 골목들의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했지만, 이 더위속에는 무리였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좀 더 날씨가 좋을 때 다시 한번 비엔티안 시내를 걸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수도에 볼 만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반증해보고 싶다.



 이 지루한 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우연히 유엔 직원들을 만난 일이었다. 그들의 여행 스타일, 커리어, 그들이 99년도부터 본 라오스의 변천사 등이 재밌었다. 특히 비엔티안을 방콕의 교외, 혹은 방콕 워너비로 표현하는 것이 신선했다. 많은 동남아 도시들이 방콕을 롤모델로 삼는다는 점이 신기했다. 라오스가, 비엔티안이 방콕-모델을 따라가야 하는지, 관광산업의 낙수효과는 정말 있는지 등에 대하여 1시간가량 토론했다. 그들 덕분에 저녁이 즐거웠다.

항상 맛있는 Beer Lao

 음식도 맛있었다. 대나무 속 찰밥과 닭구이 그리고 파파야로 만든 김치는 신기했다. 특히 파파야로 만든 김치 같은 발효식품이 신기했다. 발효된 어장을 이용했기에 김치와 맛이 정말 비슷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매웠다.



비엔티안 맛집 정보


비엔티안에서의 일정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많은 곳들을 가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아래의 식당들은 기억에 남는다.

라오스식 쌀국수: https://maps.app.goo.gl/zasjCjAj2GBTCnQZ6

라오스 전통요리: https://maps.app.goo.gl/HDwYCNkgaU6YimWq7

조식/카페: https://maps.app.goo.gl/WQbqDNZ9zyNQU1EK6

쇼핑몰 푸드 코트:https://maps.app.goo.gl/qTTdxPvjamNtHis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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