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Korea
2016년의 겨울,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라기보다는 후에 역사적으로도 기록될만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나와서 촛불을 들었다. 일렁이는 빛을 담기 위해서 기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사진을 찍는 이들도 거의 빠짐없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 듯했다. 기자도 다큐멘터리 작가도 아닌 탓에 사실(Fact)이 곧 역사가 되고, 기록(Proof)이 곧 증거가 되는 이런 자리에서의 작업이 낯설었다. 나 역시 사진기를 두고 나오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시각이야 서로 어찌 됐던 도시의 중심부에는 정말이지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는 보이는 장막과 보이지 않는 장막이 두루 존재했다. 군중 속에서, 사진을 담는 일 자체가 내 생각의 창을 통하기 때문에 시선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 한걸음 물러나서 현상을 마주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애썼다.
사진(의 기술)적으로는 어둠과 빛이 공존해 있었으므로 강렬하고 매혹적인 사진을 담기에 장단(長短)이 함께 존재했다. 날은 찼다. 그 해의 겨울은 그러나 거듭되는 추위도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의 열정이 뜨거웠다.
어찌 보면 참 독특한 나라에 산다. 유일한 분단국에, 여전히 이념(Ideology)으로 인한 전쟁의 최전선이기도 하고, 삼면(三面)은 바다로 둘러싸여 항공이 아니면 타국으로 가는 일도 어렵다. 농담이지만 시내 어디에 탱크를 한 대 가져다 놓으면 바로 기동이 되는 나라, 외국인들에게 지도를 주어도 쉽게 찾지 못하는 작은 나라이면서도 세계 최고의 기업과 제품을 만드는 나라. 그런 나라의 수도에 살고 있으니 종종 시대와 공간 나의 삶이 같이 너무나 선명한 평행선을 달려간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시 그 날로 돌아와서- 마음을 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시기를 틈타 격앙된 감정과 표정을 사진에 담아내기보다는 공간과 순간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망을 담을 수 있기를 바랐다. 포토 저널리즘(Journalism)과 같은 분야에는 소질과 재능이 없기도 하거니와, 현직(現職)에서 활약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기도 하니.
몇 컷이나 시도해봤지만 결국 그 복잡하고 커다란 마음을 담는 데는 실패했다. 현상한 사진을 보니 아쉬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 날의 기록이 결코 사실이 아니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욕심을 내지 않는 현장(現場)의 사진이지만 수많은 열정과 마음, 그 각각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Location: Seoul, Korea
Date: Dec 3, 2016
Format: 135 Film(35mm)
Film: Kodak ColorPlus 200(Color Negative)
Camera: Nikon F3
Lens: Nikkor MF 50mm F1.4
Exif: f/Unknown, Unknown, ISO 200
Editing: Digital Scan(JPEG), Aperture 3.6(Ap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