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hole Photography of Mine, 2019' 중-
뒤돌아 본 2014년은 사랑하는 형의 보살핌 안에서 양껏 탐구하며 지친 인생을 쉬어간 한 페이지로 기억된다. 쉬는 와중에도 아우의 재능과 배움에 발전이 있도록 항시 배려해준 마음을 평생의 은혜로 담고 산다. 몸, 마음 쉴 곳이 있으니 그 여유가 이후 작품이라고 할만한 세계관의 확장에 기초가 되었다.
사진에서는 디지털의 수정(보정) 작업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고 동시에 필름의 사용빈도가 늘었다. 네거티브 필름을 기준으로 코닥 Ektar 100의 아름다운 컬러감과 흑백에선 T-Max 400의 높은 선명도, 관용도가 나의 취향과 잘 맞았다. 슬라이드는 비용과 이에 따른 접근성 문제로 많이 취급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나는 작품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굶주림을 겪는 유형의 사진가였으므로.
배고픔을 실력으로 이겨내기 위해 더욱 사진에 집중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작가적 연대로 보면, 한 컷을 담아내기까지의 집중력과 관찰력이 극대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불필요하리만치 자신의 시선을 스스로 검열하고 반성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마음이 어지러운 만큼 담고 싶은 시선 그 자체보다 욕망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회상한다.
그 해 말미에는 오랜만에 뉴욕을 찾아가 겨울을 났다.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에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 일감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만났고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운 계기가 된다. 그리고 돌아와 2015년, 다시금 여행자의 삶에 복귀하고 사진과 여행 모두 전에 없이 매진하는 시간을 보낸다.
아우를 대신해 미국으로 건너간 형이 이따금씩 그립다. 2014년 1년간의 사진기록을 모두 돌아보고 나니 더욱 그렇다. 나의 사진은 실로 내 본연의 역사와 세계관, 그리고 형을 포함한 지난 소중한 인연들이 주고(남기고) 간 사랑의 총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향한 감사와 찬사야말로 나와 내 사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의 근간이 된다.
그리하여, 여전히 미국에 남은 형이 아직 보지 못한 아우의 첫 책 초고에 이렇게 썼다.
“당연히 Jon에게 바친다.”
#사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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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