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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Sep 18. 2022

Bangkok, 2018

‘A Whole Photography of Mine, 2019’ 중-

시끌벅적한 카오산을 벗어나 쌈쎈로드를 따라 걷는다.

짜오 프라야 강의 지류 위에 놓인 짧은 다리를 마저 건너면 방람푸 지역을 만날 수 있다.


쌈센로드의 좌로 우로 복잡하게 얽힌 골목의 안쪽에는 지갑이 얇은 여행자들을 위한 숙소와 식당들이 있고, 카오산과 람부뜨리보다는 훨씬 지역민의 생활권에 가까워 매일의 광란과 같은 밤에 다소 피로를 느끼는 여행자들에게는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준다.


몇 년 전에 와서 지내던 기묘한 다락방은 이제 철거되어 더는 머물 수가 없게 되었고, 배낭여행의 초기에 나의 스피릿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스트하우스도 주인장이 국경을 넘어 멀리 장기 출타 중인 데다가 남은 침대가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방람푸 지역의 어딘가에 따질 것 없이 그냥 안착했다.


일상은 단조롭고 안온했다.

아침볕에 자연스럽게 잠이 깨면 온 몸을 고양이처럼 위아래로 쭈욱 한번 뻗고는, 스트레칭을 대신해 쪼리를 신고 바로 숙소를 나와 동네를 1km 정도 거닐었다.


매일의 코스는 대체로 비슷했는데 뿌 팟 퐁 커리로 유명한 족 포차나 골목을 지나면서 킁킁 후각을 한번 체크하고 쌈센로드를 따라 내려가 다리를 한번 건너고, 익숙한 빵집에 들러 라떼 한잔과 페스츄리 류의 빵을 하나 주문해서 멍하니 과거-현재-미래를 대중없이 추억하고는, 다시 걸음을 람부뜨리를 에둘러 파수멘 공원으로, 그리고는 골목 어드메에 있는 정수 기계에서 1밧을 넣고 여태껏 들고 온 빈 생수통(1L)에 물을 담아 숙소로 돌아왔다.


여느 때와 다르게 무언가를 배우고 갈망하기보다는 그저 쉬는 마음이 강했던 시기다. 덕분에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목적에도 욕심이 덜했고, 대신 점잖게 관찰하는 시간이 많았다. 기록을 돌아보니 그런 마음이 조금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익숙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삶이라는 돛단배에 실려 어디론가 나도 모르게 순항하는 기분이 들었다.


Bangkok, 2018

@dalaijames


#태국

#내사진의모든것


#여행자의삶


Bangkok, 2018 @dalai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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