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Photo, 24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진기를 둘러메는 일이 몸에 밴 이래로 질문에 담백하게 답을 내고자 하는 욕심이 항상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전공을 한 적도 없거니와 돈을 벌기 위한 업(業)이 아닌 까닭에 유일한 해법은 시간을 두고 켜켜이 쌓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다. 궁색한 변명으로 대치하기에는 사진에 쏟는 애정이 컸으므로, 철학에까지 이른 대가들의 경지를 무던히 곱씹으며 사진생활을 지속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내셨어요?" "전시 언제 해요?" 같은 질문이 예사롭기 때문에 반복되는 의구와 회의가 나를 괴롭혔음을 인정하고, 세 번째 출간물을 만들며 그 배수가 넘는 전시를 앞두고 다시 글과 사진을 정리하며 복잡다단한 마음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즐거운 것은 일종의 관음과도 같은 본능일지 모른다. 사진을 담아내는 행위가 본능에 충실한 과정이라고 가정한다면 결과인 사진은 어떤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라이팅 포토는 이와 같은 나의 개인적인 물음과도 접점을 가지고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관계에서 의미와 쓸모를 찾게 되었으므로, 이번 라이팅 포토 작업도 그곳으로부터 많은 단서를 얻었다. 승재와의 교감과 허진 대표에게 느끼는 신뢰, 하리라는 인연에 더해 일면식뿐인 편집자의 경험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의 도움이 한데 어우러져 출판에 다다랐다.
어느 것 하나 홀로 존재하는 법이 없다.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판을 치는 시대지만, 그렇기에 더욱이 진심으로 감사를 해야 옳다고 믿으며 나아가 시간과 인연이 빚어낸 작품에 뿌듯함을 느낀다. 한 장의 사진마다 의미를 붙여주고 쓸모를 만들어 준 승재에게는 더욱이 각별한 마음을 적고 싶다. 다소 편협한 마음이지만 그와 함께 라이팅 포토를 책으로 꿰며, 어지러운 마음에 확신과 자부심이 커진 것 또한 고백해둔다.
다시금 사진이란 무엇인가 고민하니, 사람과의 인연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한, 순간의 찰나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배움 하게 하는 원동력이며 이는 적어도 일생을 두고 풀어 나아가야 할 나의 업(Karma)이 아닐까 한다.
사월의 마지막 날에,
각방에서.
*2022년 9월, 'Writing Photo'의 초고는 여전히 부득이한 연유로 미출간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