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니 Apr 22. 2020

끌어당김의 법칙

노력과 관심은 운을 만든다.

1. 내가 교환학생 동안 배운 중국어와 전공인 신소재공학을 살려서 취업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검색하다가 한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그분 역시 전자공학을 졸업하고 중국어 공부를 하셨다. 본인의 현재 직장에 취업 시 중국어 도움이 컸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2. 그 글에 댓글을 남겼다. 그런데 대댓글이 달렸다. 본인 회사에서도 지금 인턴을 모집 중이니 지원해보라고.
그래서 구직사이트에 회사를 검색해보니 실제로 모집 중이었고, 복지도 좋고, 나름 그 업계에서는 탄탄하고 잘 알려진 회사였다. 게다가 베트남에도 공장이 있어서 내가 배운 베트남어도 활용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댓글을 달았을 때, 그분은 자신의 카톡까지 알려주시며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시고, 내가 여쭤보는 것에도 답변을 잘해주셨다.

3. 그래서 원서를 지원하고, 서류 합격(500명 중 100명 정도를 부름)을 하고 경기도 안산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진주에서 바로 안산으로 가는 버스가 없기에 면접 전 날, 서울로 가는 버스에 탔다.

4. 그 버스는 예약한 버스가 아니고, 버스터미널에서 현장 구매하고 2분 후에 탄 버스였다.
보통 혼자 버스표를 끊으면, 매표원이 혼자 앉는 자리를 주는데, 그 날은 2명이 앉는 자리의 창가 쪽을 주어 의아했다. 그리고 내 옆에 어떤 아저씨가 앉았다. 그 아저씨는 부인과 함께 버스에 올랐는데, 부인이 혼자 앉고 싶다며 혼자 앉고, 내 옆에 아저씨가 앉았다.

5. 나는 다음 날 면접을 위해서 반도체 관련 책을 꺼내서 보았다. 그러니 옆에 아저씨가 슬쩍슬쩍 내가 읽는 책을 보더니 이쪽 공부를 하냐 묻는다. 그래서 내일 면접을 보러 가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어디 회사 면접 보러 가는지 묻길래 회사 이름을 말하니 그 회사 잘 안다고 한다. 본인도 전자업계에서 평생을 근무하다 은퇴한 사람이라고 한다.

6. 그러면서 진주에서 서울까지 3시간 반을 버스 타고 가는 내내 이 분야 이야기이며, 요즘 취업 이야기 등을 하면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아저씨는 내 번호를 물어갔고, 언제든 질문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다음 날에는 면접 잘 보라고 문자까지 보내주셨다.

7.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혼자 숙소까지 가는 길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8. 신논현역 근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내가 쓰는 방에 중국인 2명이 있었다. 1명은 성형 수술하러 왔고, 1명은 한국에 영어시험 치러왔다. 나는 마침 중국어를 안 쓴지도 오래돼서 내일 있을 중국어 면접 대비 겸 오랜만에 중국어를 연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디서 왔는지, 어떤 일로 왔는지 등등 얘기를 한참 나눴고, 다음 날 있을 중국어 면접 내용도 확인받을 수 있었다. 그 중국인들은 나에게 중국어 잘한다고 칭찬해줘서 자신감도 생겼다.

9. 다음 날, 면접을 잘 보았다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10. 며칠 후 발표난 결과는 아쉽게도 불합격이었지만, 이번 일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뭔가 운명의 장난 같기도 하다. 내가 그때 '중국어, 공대'라는 키워드로 네이버 검색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때 댓글을 달지 않았더라면?
블로그 댓글을 통해 회사를 알게 된 것도, 마침 그 시기에 회사가 채용을 하고 있었던 것도, 마침 버스 옆 자리에 그 업계 아저씨가 앉은 것도,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에 중국인이 있어 중국어를 연습할 수 있었던 것도. 결과는 불합이지만 여전히 생각해도 신기하다. 회사에서 추합 연락이 올까 기다렸지만 그렇진 않았다^^
여하튼 신기한 경험이다.
나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잘 적용되는 것 같은데, 이번에 또 느꼈다.

다음엔 또 어떤 끌어당김이 오려나.

작가의 이전글 동티벳, 써다(色达)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