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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수 Dec 28. 2020

나 요즘 벼락거지

슬프지만 그러하다..

나는 현재 벼락 거지다. 

결혼 생활 20년 동안 전세살이로 이사만 8번 했고 내년 초 또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오래오래 살라고, 대신 시세에 맞춰 전셋값만 잘 맞춰주면 좋겠다며 본인의 전원주택을 자랑하던 집주인은 "이 집에 들어와 살까 한다"라며 어느 늦은 일요일 저녁 문자를 보내왔다.

막연히 5프로만 얹어주면 연장이 되겠구나 신경을 놓고 지내다 막상 이 문자를 받으니 정신이 번쩍.

집에 들어와 살리가 없을 텐데. 전셋값을 올려 받고 싶다는 언질을 주는 것인가. 아님 진짜 들어와 사시다가 이 집을 팔려는 것일까. 시세에 맞춰서 올려드리겠다고 하면 안 옮겨도 되는 걸까. 아님 진심으로 이제 그만 아파트로 들어와 살려고 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찰나 발 빠른 부동산 사장님이 전화를 걸어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 같은 동에 마침 전세가 나왔는데 몇억이 올랐지만 귀한 물건이라며 이걸 계약하는 게 어떻겠냐고.


딸아이가 마침 중3이고 얼마 전에 원하는 고등학교를 몇 군데 적어서 학교에 제출했다.

일반고가 아닌 아이들은 차차 발표가 나서 갈 고등학교들이 정해졌겠지만. 우린 일반고를 지원했기 때문에 그 발표가 2월 초나 중순쯤이란다. 근데 1지망, 2지망으로 쓴 학교의 위치가 저어기에 하나 있고, 또 하나는 반대쪽으로 저어기에 있어서 이게 학교 위치 따라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그 두 학교 중간쯤에 있다고 생각하면 됐는데 이렇게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섣불리 위치를 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두 학교 중에 한 군데를 간다면 원하는 순위대로 가는 것인데, 어쩌면 그 두 학교 외에 더 멀리 다른 학교에 배정될 수도 있다고 해서 더더군다나 이사할 집을 미리 정할 수가 없다.


지금 집에서 첫 번째 지망 학교는 버스 타고 30-40분쯤 걸리겠고. 두 번째 학교는 30분쯤.

가능성 있어 보이는 세 번째 학교는 차라리 지금 집에서 가깝다만. 우리는 쫓겨나간다. 하지만 버티려면 몇억의 돈이 더 투입되어야 하며 요 몇 층 올라가는데 이사 비용만 천만 원 가까이 깨질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의 두 배의 전셋값이다. 한 70프로 올랐다. 기가 차지만 현실이다.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환경에서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어 저기 경기도 어딘가에서 돌아다니다가 서울로 진입을 한 게 2014년도였다. 여기서 초등학교 졸업했으니 친구들 따라 같은 동네에서 중학교를 보냈으면 했고. 또 친구들 따라 비슷한 고등학교도 갔으면 했다. 

기존 살던 곳보다 학원도 많고 했지만. 그저 영어는 잠깐. 그나마 수학학원 정도만 띄엄띄엄 끊었다가 다시 다녔던 수준이다. 그 흔한 국어, 과학, 논술 학원 같은 거는 가본 적도 없이 그저 중상위권 정도 수준이면 어디 2호선 라인에 대학교를 갈수 있겠지 하며 아이가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기를 바란 속 편한 엄마였다. 


손발 놓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당장 집을 알아볼 수도 없으니 답답했다. 나는 한 삼주 아몰라 하는 심정으로-마침 일이 끝나 한가하던 시점이라 한없이 게으르고 싶었다- 한가로이 지내다 우연히 본 유튜브 방송을 시작으로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됐다.

평소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형부의 추천으로 본 동영상 속 유튜버는 되게 시크하고 똑똑해 보였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을 세상 무식한 나 같은 사람도 쏙쏙 이해할 수 있게 잘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이 사람은 경매도 하고 투자도 하고 해서 이미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한 사람이었고 다니던 대기업에서도 퇴사를 한 것 같았다. 

어 되게 똑똑하네. 재밌는데.

하나씩 듣다 보니 평소 어눌하게 알았던 얕은 지식들에 대한 의문점들이 해결되며 맘이 개운했다. 

아. 그 얘기가 그 얘기였구나. 나 참 대단히 관심도 없고 모르는 게 엄청 많구나. 아니 실은 아는 게 거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잘 맞겠다. 이 사람의 따끔한 말처럼 전세사는 나는 정확히 전세 만기 시점에나 집 시세를 알아보고 적당한 집 2-3군데 알아보곤 쉽게 계약을 하곤 했었다. 그때는 신랑과 내 직장 중간의 집, 혹은 아이를 돌봐주실 수 있는 친정 근처. 뭐 요 정도 포인트만 보고 그저 집은 언젠가 사게 되겠지. 혹은 지금은 이런 리스크가 있고 지금은 확정하기 어려운 다른 이유가 있고 해서 그저 미뤘다.


집 매매에 있어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던 건 리스크에 너무 집중하는 성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중간에 변동이 있을지언정 장기로 보면 오른다는 걸 알고, 물가 상승률보다 집값이 더 올라야 정상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아이 낳고 복직한 2006년 근처에는 친정 근처에 임시로 살고 있는 거라 집을 살 생각을 안 했고. 어찌 됐든 그 근처에 있다가 아이가 크면 옮겨야지 했지만. 그 이후로도 내가 퇴직했던 2014년까지 죽 거기에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시절에 곤두박질치던 주가 폭락 속에 나는 하필 은행에서 견디지 못하고 무수히 퇴사를 하고 말았던 PB 팀장님들을 보고 있었다. 소리 지르는 손님 앞에 일부러 약통을 꺼내 약을 먹으며 머리를 조아리기도 하고, 하필 중국펀드에 100억 가까이 가지고 계시다 펀드가 반 토막이 난 채로 돌아가시게 된 어르신의 장례식장에 무릎을 꿇지도 못하고 쫓겨났다는 지점장님의 소문이 귀에 들리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슬슬 주가가 빠지다 쭉쭉 떨어질 때. 그 장에서 과감히 내 펀드를 털고 나오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기다려야지, 올라갈 거야 하다가. 어어 하면 이내 쭉 빠져 차마 손댈 수도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그땐 집값도 폭락이었다. 경기도 어딘가의 대형 평수는 반값으로 떨어졌다고 했고 그나마 집을 사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뒤로 펀드도 집값도 올라가지 않았다. 그대로 2012-2013년까지 큰 변동 없이 지지부진한 느낌이랄까.

여전히 나는 큰 관심도 걱정도 없이 전세를 옮겨 다니고 있었는데 2013년-2014년 즈음에 폭락을 겪게 되었다. 나는 은행 PB였으므로 주식이 아닌 펀드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심각했다. 채권형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만에 한 10프로 정도가 빠졌던 것 같다. 하루하루 출근할 때마다 조금씩 더 내려가는 마이너스 수익률에 피가 말랐다. 잠도 못 자고 신경이 곤두서 지내다 하혈도 하고 머리도 빠졌다.

내가 뭘 몰랐을까. 나는 매일매일 전 세계 시장의 동향 정보를 아침마다 강제로 전달받으며 교육받고 있었다. 나만 팔았나. 아니 같은 업종에 있는 모든 PB들이 비슷한 상품을 자신의 골에 맞추어 열심히 팔고 있었다. 

그럼 회사에서 주는 정보가 엉터리였을까. 아님 주가가 빠지리라는 걸 알면서도 권하라고 했을까. 몰라서 권하라고 했을까. 빠지는 걸 알았다면 권하지 말라고 했을까. 그랬을 리는 없었겠지.


그러니까 2014년 중순쯤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나는 주식도 집값에도 관심이 없었다.

돈이 있어도 주식이나 펀드에는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고. 그때는 집값도 더 떨어질 거라는 얘기만 들렸다.

내 관심사는 새로 열린 내 새로운 삶에 대한 무한한 기대감뿐이었다. 

나는 새로운 뭔가를 배우고 싶었고 새로 배우는 건 다 재밌었다.

이제 일을 관뒀으니 내가 아이를 케어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나마 환경이 나은 곳으로 이사를 온 게 지금의 내 현주소다. 퇴사 후 일 년도 안 되어 옮겼으니 이 동네에 온 게 2015년쯤. 첫 번째 집에서 2년 살고 지금 이 집에서 4년, 총 6년째인데 이제 또 이사를 가야 할 상황이다.


집값이 훅 올라갈 때는 막연한 불안감에 스트레스는 받았었지만.

이것저것 유튜브 듣고 책 읽다 보니 예전보다는 쪼금 감을 잡겠다. 관심이 없었던 지난날들도 반성한다. 

그 오래 집이 없었으면 청약 한번 해보지 그랬냐고 하겠지만. 언젠가 내 글에서 얘기했던 대로 신랑 명의로 저기 시골에 집이 한 채 있어 무주택자도 아니다. 그 집은 시부모님 사시는 집으로 팔수도 없고, 시동생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떠안은 집이다. 대출만 잔뜩 있었던 집이라 우리에게 무슨 수익이 날 만한 집은 아이였다.

이번에 어느 청약에 만점자가 나왔는데 무주택 15년 이상, 청약 15년 이상, 부양가족 6명이라길래 생각해 보니 미리 알았으면 그 집 명의를 돌리지 말았어야 했구나 했지만. 돌아가도 방법은 달리 없어 보인다. 시부모님 이름으로는 명의를 돌릴 수가 없었고. 신랑은 다른 형제도 없다. 



근데 지금에라도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공부를 시작하니 맘이 오히려 편해진다.

나처럼 벼락 거지이신 분들은 공부를 시작해보기를 권해드린다.

내가 무슨 거창한 투자를 해보겠다는 거는 전혀 아니고. 적어도 내 집을 적기에 적당한 가격으로 사긴 해야겠다는 소박한 맘으로 시작한 거다. 적어도 기본적인 거는 알아야 내 집이라도 잘 살수 있겠구나 싶어서.

여러 유튜브의 내용을 들어보니 세상에 참 똑똑한 사람 많구나 하면서도. 진짜?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순간들도 많았다. 이미 성공한 투자자들의 얘기를 듣다가 반대쪽 얘기를 듣다 보면 얘기하는 방식도 다르고 기준으로 삼는 부분도 달라 보였다. 오호 다른 소릴 하는군. 오호 쌍방이 이해는 되는데. 

대출 얘기를 하면 알아들었다. 나는 은행에서 대부계를 담당했던 적이 있어서 담보대출, 신용대출이 어떻게 심사되어 어떻게 금리가 산정되는지 안다. 대출상담사와 부동산 사장님과의 관계도 알고, 수수료 체계도 안다. 이것저것 아는 부분이 나오면 반가웠다. 그나마 아는 부분이 있어 듣기 수월한 쪽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니 갭투자의 원리도 알겠고 머리로는 이해가 갔다가도. 자꾸 또 리스크 타령을 하며 의심을 하고 있다.


어느 성공한 투자자는 그 시작이 5년 정도라고 했는데. 누군가의 부동산 상담을 해주는 진정 어린 태도에 반해 그의 방송을 찾아듣고 책까지 찾아 읽어보게 됐었다. 소위 말하는 갭투자의 성공사례와 노력한 결과를 진심으로 알려주는 다정한 책이었다. 수많은 임장을 통해 저평가된 물건을 볼 수 있는 실력을 키워 마침 상승장을 탄 부동산 시장에서 멋지게 성공했다. 그를 비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그의 노력에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다만. 내가 경험한 수준에서의 걱정이랄까. 드는 무서운 생각이란 건. 

그러니까 70억 자산에 50억이 부채(전세자금)이라고 하니. 순자산은 20억 정도인 건데. 

음. 그러니까 이게 하락장을 타면 어떡하지 하는 거다. 만기가 다른 부동산들이 하나씩 도래할 테고 어떤 건 사업자에 등록이 되어 있고 어떤 건 사업자에 등록이 안된 거니까. 혹시 역전세에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할 사태가 생기면 하나씩 처분을 하면 되는 건가. 근데 하락기에는 막상 집을 내놔도 잘 팔리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이 하락기가 조금이라도 길어진다면? 십 프로 이십 프로 서서히 빠지다가 이게 30프로 정도 딱 빠지면 내 순자산이 없다. 나는 갑자기 시작되는 어떤 하락기를 겪어봤는데 이게 막상 발을 빼기가 정말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덜컥 혼자 무섭다. 이게 쉽지 않던데. 이게 내려가는 장을 보면서도 어어 하면서도 막상 내려가 버린 내 자산을 인정하고 포기하며 갖고 나온다는 게. 이게 진짜 쉽지 않더란 말이다. 최근 5년은 상승장이었으니 최소 13년 이상 투자한 사람이 나와 얘기를 해준다면 나는 좀 속 시원하게 믿고 싶은데.

나는 마이너스 70프로까지 봤었다. 그걸 본 게 문제다.

고백하자면. 내 주변에 15년 이상 전세 살고 있는 은행원 벼락거지들이 꽤 있다. 마찬가지 사고방식인 거다.


미국에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생겨났단다. 근데 미국 사람들은 일을 하며 저축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면 담보대출을 받아 바로 집을 산단다. 그래서 실업자가 되면 바로 연체가 되기 시작하는데 3개월 정도 연체가 되면 집을 회수해간다. 그렇다면. 이건 되게 심각한 건데.  코로나가 내년까지는 계속 갈 것 같고 길 가다 보면 내가 알던 가게가 폐업해 사라져 있다. 진심으로 안타깝다. 노력을 기울여 힘들게 연 가게일 텐데 얼마나 한스러울까.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죽는 사람도 많고 실업자도 많이 생기고 가게도 사라져가는데 돈을 엄청나게 풀어댄 영향으로 주가도 올라가고 부동산도 추가로 올라간다. 어느 수준까지의 상승까지는 받아들이지만 최근 1년간의 상승은 살짝 걱정스럽다. 

쏟아져 나온 정책 때문에 물량 부족 때문에 내년도 후년도 집값은 올라갈 것 같다. 

자영업자는 망하지만 언택트관련 사업은 호황이다. 금융권도 좋고 대기업도 좋다. 그러니 괜챦은건가. 시장은 안전한건가. 누구 말대로 금융위기가 올것인가.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을 것인가. 누가 좀 속 시원하게 얘기 좀.



정보를 접하다 바뀐 생각들도 많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다시 돌아간다 한들 내가 쉽게 집을 살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무지해서 그랬건 겁이 많아 그랬건 어쨌든 과거의 내가 택하지 않은 선택에 대한 결과라는 걸 인정했다. 내가 그랬다. 관심이 없었고 리스크에 신경이 더 쓰여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집값은 떨어질 거야 하는 생각도 있었다. 부동산은 주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주식과 비슷해 보였다.


내가 또 있는 돈을 가득 끌어들여 전세를 옮겨간다면. 혹시 모를 하락기가 온다 해도 집을 살 수가 없을 것이다. 어어 하면서 빠지는 집값을 보면서도 내 돈은 이놈의 이빠이전세에 묶여 여유자금이 없을 테고. 떨어진 집값 덕에 전셋값도 떨어질 텐데 내가 사는 전셋집의 전세가도 떨어져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되도록 저렴한 곳을 택해- 혹은 월세로-  여유자금을 확보하며 기다려야 한다고 어느 잘생긴 유튜버가 알려줬다. 오 그렇군. 감사하오.



이 부동산 동영상들을 보다 살짝씩 눈 돌린 유튜브 영상에 훨씬 재밌는 정보들이 많아서 오 세상에 이렇게 새로운 걸 하는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신기했다.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어렵다고 해도 또 어느 세상에선 새로운 길이 열리기 마련인가 보다. 

내가 하는 일도 언택트 시대를 맞이해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비대면 시대에 맞춰 앱 사용자가 많아졌다. 개발자가 없어 못 뽑는 지경이라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음 프로젝트에 그 사람들을 끌어가려고 일이 없어도 놓아주질 않는 지경이다. 자리에 가만 앉아있어도 월급 주며 기다리라고 한다. 

나 같은 테스터에게도 일 제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금융권 아니면 뭔지 몰라 피하곤 했었는데. 지난주엔 기존 급여에 100만 원을 얹어준다기에 아이고 네네 하며 얼른 이력서를 보낸 적도 있었다. 전산을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새롭게 도래한 시대에 기업들부터 발 빠르게 적응해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신기하다. 어디에든 똑똑한 사람들이 이런저런 제안을 하며 어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며 끌어가고 있는 거겠지.


아이 고등학교가 발표 나면 당장 옮길 집을 알아봐야 한다. 미리 이곳저곳 탐색하고 있는데 요 며칠 반짝 없던 전셋집이 보이기도 한다. 경험상으로 12월보다는 2월에 오히려 전셋집이 나오고 가격도 살짝 하락하곤 했는데 그건 또 모르는 일이겠고.

우선 다시 집 정리를 하고 있다. 혹시 작은 평수로 가게 될지 몰라 버릴 가구를 정해뒀다. 두 개나 있는 커다란 책장과  소파 일부, 망가진 전자피아노, 작은 책장도 추가, 서랍장 한 개, 그릇, 이불, 책 전부.


이번엔 오래된 집도 알아보고 더 싸다면 살아보지 않았던 방식의 새로운 집형태도 수용해볼 예정이다.

아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난 뒤에는 사는 곳에 좀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신랑 직장 근처나 내가 일하는 걸 감안해서 교통이 편리한 곳 위주로  전혀 새로운 동네에서 다시 살아볼지도 모르겠다.

아몰라 하는 맘을 버리고. 어른답게. 주변을 좀 둘러보며 관심 갖고 공부하며 살아야겠다는 반성. 을 했다는 정도가 요즘 내 삶의 가장 큰 이슈.


집값이 엄청 올라 속상하긴 했지만. 우리 언니네랑 부모님네랑 모두 집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섣불리 집값이 빠지길 기대하지 않겠다. 그건 또 그것대로 큰일이다. 

나는 공부를 하고 가족 건강에 힘쓰다가 누군가 돈 주는 일을 시켜준다고 하면 이번엔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일에 임해볼 참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만만한 일이 내 몸 굴려 일하는 쪽이란 판단과 함께. 내가 일을 하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걸 깨달아서이기도 하다. 



어려운 시기를 모두 함께 잘 이겨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코로나가 끝날 무렵엔 경제 상황도 주가도 집값도 모두 안정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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