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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김 Oct 04. 2023

경력직의 이직은 성과를 낮춘다?

오늘의집 온보딩 후기



오늘의집 온보딩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본격적으로 VIP고객에서 직원으로 탈바꿈했고(무려 집들이도 업로드하던 열성 고객이었다.), 이제는 오늘의집 덕분에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것처럼 내가 고객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입장이다. 온보딩하면서 느낀 점 몇 가지도 같이 공유해보려고 한다. 


곳곳의 인테리어가 마음에 드는 오피스, 지금 근무하는 환경의 모습은 사진과는 조금 다르다



이직을 하면 성과가 낮아질걸?


사람들은 대부분 경력을 가진 사람이 팀에 합류하면 즉각적으로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성과는 기술 숙련도과 같은 하드 스킬과 커뮤니케이션, 리더십과 같은 소프트스킬의 조합에 의해 나타난다. 경력이 오래되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면 대부분의 성과는 소프트스킬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들은 전 직장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쌓았고, 이를 활용해서 성과를 내던 인재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자본을 Zero에서 다시 쌓아야 한다는 뜻이다. 경력이 길거나 책임이 클수록 이 시기가 짧지 않다. 그래서 몇 개월은 새 인원 합류로 조직 전체의 성과가 낮아질 수 있다. 새로 합류한 사람이 적응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과, 반대로 기존 인원이 새 인원에게 적응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시기에 찾아올 혼란을 줄이는 방법은 뭘까?


나는 단연코 중요한 것이 기대치 조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10여 년의 경력을 가지고 팀에 합류한 팀원이 있었는데, 한동안 적응에 힘들어하며 성과를 내기 어려워했다. 지원하기 전 채용공고에서 역할과 그동안 자신이 해온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실제로 조직에서 기대한 역할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조직’이라는 말조차 너무 모호하다. 함께 일하는 팀원 개개인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모두 다르다. 이를 제대로 조정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으니 불협화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몇 개월 후 온보딩 회고를 하면서 팀원들과 기대치 조정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회고 이후에 협업하는 모든 팀원들과 커피챗을 하며 이를 실행하셨던 것이 인상깊었다.

채용공고는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IT업계에서는 ‘빠르게 배우고 성장하는 분’을 모시려고 한다. 그런데 빠르게 뭘 배워야 할까? 도메인지식? 조직 분위기? 미적분? 통계? 이런 세부적인 사항은 조직에 합류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리고 업계에 ‘표준’이랄게 없는 소수 직군인 경우, 채용한 사람도 잘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렇다면 기대치 조정이란 무엇인가? ‘함께 일하는 사이에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수준’을 약속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다. 조직의 목표는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기대와 바라는 것이 다르다면 어떠한 조정이 필요한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기본적으로 팀 내에서는 리더와 팀원이 주기적으로 하게 되고 전문용어로.. 1on1 이라고도 부르는 포맷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글 : 리더와 팀원 모두의 성장을 위한 1on1에 적어두었다.)



“우리는 공간과 일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 한다.   https://www.bucketplace.com/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적응하겠지.’라는 마인드도 나쁘지 않지만.. 시간보다 귀중한 건 없다. 짧은 시간 내 가장 중요한 정보를 흡수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가장 큰 레벨에서 이 회사 자체, 즉 조직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방법(전략)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 공개된 웹사이트 외에 조직원이 깊게 이해할 수 있는 문서와 질문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았다. 오늘의집은 규모가 꽤나 성장했음에도 여전히 C레벨이 신규 입사자 전원에게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이 부분에 쪼금 감동을 받았고, 실제로 여러 질답을 통해 회사의 방향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상위 레벨의 전략을 이해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다. 내가 일하게 될 조직, 리더, 팀원들, 특히 주요 의사결정자 중심으로 1on1을 신청하거나 만나면서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거의 발표자료까지 만들어가면서 나에게 현 상황을 설명해 주는 팀원도 있었고, 꼭 필요한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온보딩 자료를 꼼꼼히 만들어 둔 팀원도 있었다. (몹시 감동) 간혹 리더십의 경우, 너무 바쁜 경우도 있었는데 식사를 함께 하면서 현재 프로젝트 상황과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이렇게 조직을 탐방(?)하고 나면 나에게 주어진 기대와 역할, 그리고 내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영역들을 발견하게 된다. 입사 일주일 정도가 지난 후, 앞으로 3~6개월 동안 내가 할 역할, 해내고 싶은 일, 그리고 연관된 성과가 어떤 것이 있을지 정리해서 내 리더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통해 각자가 서로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어떤 것을 앞으로 해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과정은 회사생활에 몹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이 없다면, 나에겐 대단한 일이었을지라도 리더 입장에서는 약속하지 않은 일이라 성과로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제품에서 특정 기능을 출시하기 위해 기획서를 작성하듯이, 내 역할과 성과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종의 역할 및 성과기획서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대치 조정을 수시로 진행하면 내 역할을 확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경력직으로 옮겨온 ‘UX리서처’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이직은 처음이었으나 이직한 사람은 자주 경험했다. 전 직장에서는 워낙 작은 조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수십 명의 입사와 퇴사, 온보딩 과정을 함께 했고 일부 온보딩은 내가 맡았다.


특히 새로운 팀원이 입사하면 직군을 불문하고 직접 1시간 이상 1대 1 세션을 잡고 우리가 고객과 시장에 대해 배우고 알고 있는 걸 모두 설명해 주고, 이에 근거해서 우리가 어떤 제품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고, 입사한 사람이 맡게 될 업무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엔 내가 반대 입장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맡을 서비스 써보면서 고객의 경험을 해보는 것. 구글에서는 이를 dogfooding이라고 한다. 일명 ‘개밥먹기’ 자사 직원이 직접 서비스를 써보며 개선점을 찾고 피드백을 남기는 것이다. 고객 경험(User eXperience)을 다루는 직군으로서 가장 중요한 첫 작업이라 생각한다.


원래 경험(Experience)이라는 말은 라틴어 experirio 에서 유래했으며 ‘노력해 보거나 시도해 보다’라는 뜻이다. 고객의 경험을 알기 위해서는 서비스가 제공하는 것 즉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물론 오늘의집은 원래 많이 써보았지만 모든 기능을 써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맡게 될 영역을 중심으로 구석구석 톺아봤다. 금액이 크지 않다면 돈을 직접 내고 사용해보기도 하면서 다음의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답하면서 입사 전 ‘미리 적응’을 했다.  

이 기능(서비스)의 첫인상은 어떤지

어떤 고객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어떤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지?

이 서비스를 써보면서 나는 어떤 경험을 했지?

결국은 내 업무에는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합류 이후에 어떤 고객에게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지 대략 리스트업을 해두었다. 만약 내부에서 이미 해결한 문제라면 같은 리서치를 해버려서 했던 수고를 두 번 하지 않아도 되고(바퀴를 두 번 발명하지 말라: Don't reinvent the wheel), 아직 풀지 않았던 문제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빠른 온보딩에 무척 도움이 되었다.




하나 더! 열심히 회의 참여한다고 다가 아니다.


첫 3개월 동안 맥락에 빠르게 녹아들기 위해 가장 주요하게 지킨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맥락을 따라잡는답시고 모든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민음사, 회의지옥편


최대한 적은 회의로 많은 것들을 따라잡고 문서로 볼 수 있는 것은 문서로, 사람에게 있는 지식은 사람에게 배웠다. 과거에 지나간 했던 실험과 결과는 문서만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러한 ‘중요한’ 문서가 어디에 있고 실제로 어떤 실험과 기획들이 중요했는지는 사람에게 물어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만 회의에 참석하거나 개인적인 미팅을 요청했다.


요약하자면 단순 ‘공유’ 하는 미팅이 아니라 ‘의사결정’ 하는 미팅 위주로 참석하며 ‘의사결정자’의 고민을 파악하는 데는 충분한 노력을 들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지금도 가능한 효율적으로 회의에 참석하거나,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회의체라는 것은 살아 숨 쉬는 생명과 같아서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적응하면서 관습적으로 참여하는 회의를 되도록 줄여가고 있다.








3개월 지난 후 초반에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다시 돌이켜보니, 다행히 지켜냈다. (요호..) 물론 운이 따랐던 부분도 있다. 이제 온보딩 기간이 지나 그다음 역할에 대한 기대치 조정을 계속 진행 중이다. 3년, 5년 후에 앞으로는 어떤 일에, 어떤 역할에 적응해야 할지 미리 알 수는 없다. 그렇게 모든 것이 미리 정해져 있는 곳은 나에게 지루한 곳이기도 하다. 빠르게 역할을 조정하고 확장해내가면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일단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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